생 바르텔레미 (Saint-Barthélemy)

카리브해에서 만나는 남프랑스의 느낌

by LHS


분명 카리브해가 맞다. 그런데 예의 그 카리브해의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남프랑스의 느낌이 물씬 난다.


하지만 위화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비록 카리브해에서 난데 없이 진한 유럽풍을 느꼈지만, 이 분위기가 이 섬의 환경과 문화와 잘 어울리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편안한 기분으로 공항을 나섰다.





생 바르텔레미의 면적은 단 21㎢. 서울 용산구와 비슷한 크기이니, 그리 생각하면 상당히 작은 섬이다. 그런데 이 섬에 아름다운 해변만 11개가 오밀조밀 들어서 있다. 천혜의 관광지라면 이 정도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 해변들이 천편일률적이지 않아 지루할 새가 없다. Grand Cul-de-Sac이나 Saint-Jean처럼 하늘색 바다가 있는가 하면, Toiny나 Grand Fond처럼 시퍼런 야성의 바다도 존재한다. 그리고 Colombier처럼 20분 정도 걸어 들어가는 공을 들여야 비로소 그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생 바르텔레미의 서쪽 끝에서 동쪽 끝까지 차로 쉼없이 달리면 30분이면 충분하다.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실제로 달려 보니 30분은 고사하고 세 시간 이상 걸렸다. 중간중간 멈춰서 감상하고 가야 할 풍경이 너무 많기 때문. 처음에는 1~2분에 한번씩 차를 세우게 되었다가, 이러다 다 못 보겠다는 생각에 웬만한 풍경은 지나치기로 독하게 마음 먹어보게 된다. 그러나 곧 보지 못했던 새로운 풍경이 나타나고, 결국 다 포기하고 여유로움의 미학을 받아 들이게 된다.





“자 내려갑니다. 재미있을 겁니다!” 이 말과 함께 조종사는 웃으며 생 바르텔레미 공항에 비행기를 ‘다이빙’ 시키기 시작했다. 그만큼 강렬했던 급강하의 스릴.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주로 착륙하는 방향 (주로 동풍이 불기 때문에 10번 활주로 방향) 기준 활주로 직전에 언덕이 떡하니 있기 때문. 게다가 그 언덕 위에는 Saint-Jean에서 수도 Gustavia로 넘어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도로가 지나간다. 그러니 너무 빨리 강하하면 언덕이나 도로의 차량에 걸리기 십상.


이게 끝이 아니다. 언덕과 도로의 차량을 피해 내려가면 이번에는 짧은 활주로 (길이가 단 646m) 에 바로 착륙해야 한다. 활주로 끝에 바로 Saint-Jean 해변과 바다가 있기 때문. 그러니 너무 늦게 내려가도 바다에 빠질 수 있어 낭패.


그렇다고 너무 걱정하지는 말자. 바로 옆 섬인 신트 마르턴에서만 하루 20편 가까이 오가지만 아무 문제 없으니 말이다. 다만 그 스릴 넘쳤던 착륙의 경험은 절대 잊을 수 없을 듯하다.





가만 보면 카리브해의 이름은 뒤죽박죽이다. 영국령 버진 제도 (British Virgin Islands) 의 Tortola 섬은 스페인어에서 온 이름이고 (콜럼버스가 이름 붙였으니 그럴 수밖에), 세인트 키츠 네비스 (Saint Kitts and Nevis) 의 수도 Basseterre는 불어에서 왔다.


그런데 정작 프랑스령인 생 바르텔레미의 수도 Gustavia는 스웨덴의 구스타프 3세 (Gustav Ⅲ) 를 기리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다. 생 바르텔레미 섬의 영유권을 처음 주장한 것이 프랑스 (1648년) 였는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프랑스가 1784년 스웨덴 예테보리항 무역권을 확보하기 위해 이 섬을 스웨덴에 양도했기 때문. 이후 1878년 스웨덴이 이 섬을 프랑스에 다시 팔 때까지 100여년간 스웨덴령이 된 것. 이 과정에서 Gustavia라는 이름이 굳어져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섬이 고급 관광지로 잘 조성되어 있으니, 유명인들이 몰려들 것은 당연한 일. 비욘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미란다 커 등 수많은 유명인들이 생 바르텔레미에 주기적으로 방문하거나 아예 집까지 마련해 두었다 한다.


그래서 생 바르텔레미의 (아마도) 유일한 단점은 비싸다는 것. 웬만한 호텔은 일 500유로를 훌쩍 넘기며, 식당에서 밥 좀 먹으면 인당 50~100유로는 금방 넘는다. 하지만 그만큼 만족스러우니, 예산을 잘 관리해 한번쯤 가볼 만한 곳임에는 분명하다.





꼭 해봐야 할 일: 11개의 비치 중 두어 개 이상 돌아보기, Gustavia에서 야경 감상하며 식도락 즐기기, Gustavia 상점가 구경하기, 청정 바다 다이빙 해보기.

날씨/방문 최적기: 겨울 기준 매일 20~30도로 따뜻하며, 여름에는 25~30도로 다소 더움. 9~11월 우기*, 6~11월 허리케인 시즌 및 12~1월 성수기 제외 시, 2~5월이 방문 최적기.

위치: 카리브해 북부 소앤틸리스 제도 (Lesser Antilles) 및 리워드 제도 (Leeward Islands) 에 속하며, 신트 마르턴 섬 동남쪽 20km에 위치.

시간대: 대서양 표준시 (한국보다 13시간 느림). DST (서머타임) 제도 없음.

항공편: Winair (https://www.fly-winair.sx) 및 St Barth Commuter (https://www.stbarthcommuter.com) 가 각각 신트 마르턴 공항 (SXM) 에서 하루 14~16편, 2~4편씩 직항편을 운항 (비행 시간은 15분 남짓). 신트 마르턴 공항까지는 뉴욕, 애틀랜타 등 한국발 주요 행선지에서 직항편 이용이 가능 (비행 시간은 4시간 남짓).

입국 요건: 생 바르텔레미가 프랑스령이라 프랑스 입국 규정이 동일하게 적용, 대한민국 국민은 생 바르텔레미도 무비자 입국 가능 (최장 90일)**.

화폐 및 여행 경비: 공식 화폐로 유로를 채택하고 있으나 미 달러도 널리 통용되어 별도 환전 불필요하며 (단, 거스름돈은 EUR로 줄 수 있음), 대부분 매장에서 신용카드 사용 가능 (택시 등 제외). Gustavia 및 Saint Jean 지역에 ATM이 있으나, 물가가 비싸니 충분한 현금 소지 권장.

언어: 프랑스령인 까닭에 불어가 공용어이고 불어 또는 Creole (현지어) 로 대화하는 주민을 종종 볼 수 있으나, 다행히 영어로 의사 소통에도 대부분 별 무리 없는 수준.

교통: 섬은 작으나 산이 많고 도로가 좋지 않아, 근거리 이동 외 차량 이용 필수. 택시 요금은 공항 기준 Gustavia나 Flamands 지역은 20유로 선, Cul-de-Sac이나 Toiny 지역은 35유로 선. 렌터카는 하루 50~100유로 선이나, 도로가 험해 운전에 자신 없는 경우 택시를 추천.

숙박: 호텔 및 빌라가 섬 전역에 고루 분포하나, 대부분 초고가 호텔이므로 예상 고려한 선택 필요 (일 700유로 이상). Hôtel Le Village, Auberge de la Petit Anse, Les Sucriers Cottages가 시설 양호하면서도 그나마 저렴하여 (일 200~300유로 선) 추천. 자세한 정보는 생 바르텔레미 관광청으로 (https://www.saintbarth-tourisme.com/en/st-barts-hotels).

식당/바: 워낙 유명한 관광지이다 보니 캐주얼 다이닝부터 파인 다이닝까지 다양하게 존재하여 즐거운 식도락 생활 보장. 단, 예약 없이 방문 시 자리 없는 경우 많으니 사전 예약 권장하며, 고가의 식당이 많으니 예산이 넉넉하지 않은 경우 사전에 가격 확인 후 방문 권장. 자세한 정보는 생 바르텔레미 관광청으로 (https://www.saintbarth-tourisme.com/en/st-barts-restaurants).

전압/콘센트: 220V/60Hz에 플러그 타입 C/E 사용 (즉, 프랑스와 동일). 따라서 대부분 한국 전자기기의 경우 여행용 어댑터 필요 없음.

국제전화 국가 번호: +590 (과들루프, 생 마르탱과 공유).

주요 연락처: 긴급전화 (경찰 17, 의료 18), 생 바르텔레미 관광청 (+590-590-27-87-27), 주프랑스 대한민국 대사관 (+33-1-4753-0101), 주도미니카공화국 대한민국 대사관 (+1-809-482-6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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