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 크로이, 영국령 버진 제도보다 멀다!
사실 미국령 버진 제도와 영국령 버진 제도는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미국령 세인트 존 (Saint John) 섬과 영국령 토르톨라 (Tortola) 섬이 불과 2km 거리이다 보니, 세인트 존 섬 곳곳에서 뜬금 없이 영국령 버진 제도의 휴대전화 신호가 잡힐 지경.
그런데 유독 세인트 크로이 섬만 나머지 두 섬*과 무려 60km나 떨어져 있다. 그러니 과연 60km의 거리는 이 섬에 어떠한 차이를 만들어 냈을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직접 방문해 보기로 했다.
세인트 크로이 섬에 내리자마자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상대적으로 건조하다는 것. 특히 세인트 크로이 섬 동부의 경우 수풀과 선인장 위주로 식생이 구성되어 있어 세인트 토머스 (Saint Thomas) 및 세인트 존 (Saint John) 섬과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특히, 세인트 크로이 섬 최동단의 Point Udall은 미국 및 미국령 전체를 통틀어 최동단 지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래서였을까, 2000년에 맞추어 이 자리에는 미국의 새천년을 기원하는 해시계 모양의 Millennium Monument가 건립되었다. 바다의 매서운 바람이 땅을 만나는 지점에 내리 꽂히는 햇빛, 그리고 그 속에 고고히 서있는 해시계를 지켜보고 있으면 경건한 마음이 절로 든다.
하지만 세인트 크로이 섬도 카리브해의 섬이니, 아름다운 해변을 여럿 갖고 있다는 점에서는 세인트 토머스 (Saint Thomas) 및 세인트 존 (Saint John) 섬과 동일하다. 특히 세인트 토머스 섬에 비해 한적한 편이다 보니 비슷하게 아름다운 바다라 해도 더 한적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세인트 크로이만의 이점일 듯하다.
세인트 크로이 섬이 덴마크 식민지 (덴마크령 서인도 제도) 였다 미국령이 된 것은 맞지만, 이 섬은 그 전부터도 이미 여러 나라의 각축장이 되어 있었다. 콜럼버스가 이 섬에 도착한 이래 네덜란드와 프랑스인들이 정착하고, 이들을 다시 영국이 몰아내고, 영국은 다시 스페인이 몰아내고, 스페인은 다시 프랑스가 몰아내고, 그 이후 몰타 기사단이 잠시 점령하다 다시 프랑스가 점령하고, 이들이 다시 영국과 네덜란드에 의해 쫓겨날 때까지 수시로 주인이 바뀌었다. 그리고 덴마크가 마침내 이 섬을 식민지로 삼았다 1917년 미국에 매각하게 된다.
이 모든 역사가 잘 남아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덴마크 식민 시절의 풍경은 이 섬의 양대 도시 Christiansted와 Frederiksted에 잘 남아 있다. 지금은 한없이 평온한 이 섬을 거닐다 보면 과거 격렬했던 이 섬의 역사가 도저히 상상이 가질 않는다.
말이 좋아 Visitor Center 이지, 단 한 명도 없다. 아무리 코로나19 중이라지만 너무 휑한 느낌. 오히려 손님 왔다고 반겨주는 점원에게 미안할 지경이다. 하지만 오후 두 시도 안 되어 문 닫고 집에 가려 했던 점원은 오히려 신나서 자꾸 이런 저런 럼을 마셔보라 건넨다. 관광객이 많았어도 그런 대접을 받을 수 있었을까. 역시 무엇이든 항상 나쁘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꼭 해봐야 할 일: Captain Morgan 및 Cruzan Distillery 방문해 럼 즐겨보기, Christiansted와 Frederiksted 거리 탐방하기, 주변 바다에서 다이빙과 스노클링 즐기기.
날씨/방문 최적기: 겨울 기준 매일 20~30도로 따뜻하며, 여름에는 25~33도로 다소 더움. 7월~11월 우기 및 12~1월 성수기 제외 시, 2~6월이 방문 최적기.
위치: 카리브해 북부 소앤틸리스 제도 (Lesser Antilles) 및 리워드 제도 (Leeward Islands) 에 속하며, 세인트 토머스 (Saint Thomas) 섬 남쪽 약 60km에 위치.
시간대: 대서양 표준시 (한국보다 13시간 느림). DST (서머타임) 제도 없음.
항공편: Cape Air (https://www.capeair.com) 와 Silver Airways (https://www.silverairways.com) 가 세인트 토머스 공항 (STT) 에서 각각 일 2~4회 항공편을 운항. 세인트 토머스 공항까지는 뉴욕, 애틀랜타, 워싱턴, 시카고 등 한국발 주요 행선지에서 직항편 이용 가능 (비행 시간은 미국 본토 내 출발지 따라 상이하며, 통상 3.5~5시간 선).
입국 요건: 미국령 버진 제도가 미국령인 까닭에 미국 입국 규정이 동일하게 적용되어, 대한민국 국민은 미국령 버진 제도도 무비자 입국 가능 (최장 90일)*.
화폐 및 여행 경비: 공식 화폐로 미 달러를 채택하고 있어 별도 환전 불필요하며, 대부분 매장에서 신용카드 사용 가능 (택시 등 제외). Christiansted 지역 외 ATM 찾기 어려울 수 있으니 충분한 현금 소지 권장.
언어: 미국령인 관계로 영어가 공용어. 따라서 영어 의사 소통에 문제 없으나, 현지인 간에는 Creole (현지어) 또는 스페인어도 종종 사용.
교통: 섬이 생각보다 작지 않으며 (동서 도로 종단 시 45km 선) 산과 언덕도 생각보다 많아 근거리 이동 외 차량 이용 필수. 택시 요금은 공항 기준 Christiansted 지역은 ~25달러 선, Frederiksted 지역은 ~20달러 선, Point Udall 지역은 ~40달러 선이나, 1~2인 기준 요금으로 추가 인원 당 추가 요금 붙으므로 주의. 렌터카는 하루 50~70달러 선이나, 좌측 통행이며 도로가 험해 운전에 자신 없는 경우 택시를 추천.
숙박: Christiansted 지역에 대부분의 숙박 시설이 몰려 있으며, 대부분은 일 150~300달러 선으로 합리적인 편. 단, 호텔에 따라 외딴 곳에 위치하거나 시설이 낡았을 수 있으니 반드시 리뷰 등 확인 후 예약할 것. 빌라 렌트도 가능. 자세한 정보는 미국령 버진 제도 관광청으로 (https://www.visitusvi.com/places-to-stay).
식당/바: 대부분의 식당은 Christiansted 및 Frederiksted 지역에 위치. Rhythms at Rainbow Beach (아메리칸), Turtle’s Deli (샌드위치), The Bombay Club (스테이크), Galangal (타이), Duggan's Reef (해산물) 등을 추천. 자세한 정보는 미국령 버진 제도 관광청으로 (https://www.visitusvi.com/food-drink).
전압/콘센트: 110V/60Hz에 플러그 타입 A/B 사용 (즉, 미국과 동일). 따라서 대부분 한국 전자기기의 경우 여행용 어댑터 필요.
국제전화 국가 번호: +1-340.
주요 연락처: 긴급전화 (경찰/의료 911), 미국령 버진 제도 관광청 (+1-340-774-8784), 주애틀랜타 대한민국 대사관 (+1-404-522-16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