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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HS Aug 15. 2024

버뮤다 (Bermuda)

달빛이 유난히도 아름다웠던 그곳


달빛은 얼마나 강렬해질 수 있을까. 달빛도 때로는 (과장 조금 보태어) 햇빛만큼이나 강렬하게 세상을 비출 수 있다는 것을 버뮤다에서 처음 느꼈다. 밝은 달빛이 바다에 비치는, 아니 바다를 환히 밝히는 초현실적인 모습. 그리고 햇빛 뿐 아니라 달빛을 받아도 영롱하게 빛나는 이 아름다운 섬의 기억이 그립다.





우리에게는 ‘버뮤다 삼각지대’로 더 친숙한 버뮤다. 하지만 실은 1600년대 이후 대서양 횡단의 주요 기착지로 활약했던 역사 깊은 곳이다. 특히 영국인들이 처음 정착했던 St. George’s는 벌써 400년 이상 된 오래된 마을로 마을 대부분과 주변 지역이 통째로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골목마다 서려 있는 과거 버뮤다인들의 흔적을 느끼며 거닐다 보면 휴양지에서 즐기는 역사 여행의 묘미가 이런 것이구나 깨닫게 된다.





과거 식민 초기 버뮤다의 중심지는 St. George’s였지만, 오늘날 버뮤다의 명실상부한 중심은 Hamilton이다. 주요 기관 및 기업들이 모두 이곳에 위치해 있으며, 인구 또한 가장 많다 (단, 버뮤다의 인구는 비교적 고르게 분포하여, 전체 인구 중 Hamilton의 비중은 약 17%에 불과하다).


그런데 한 가지 특기할 만한 점은, 버뮤다의 경우 의외로 관광업의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역외 금융 중심지로 오랜 기간 성장해왔기 때문인데, GDP의 85% 정도가 금융업에 귀속되고 제2의 산업인 관광업의 비중은 단 5%에 불과하다.


그래서일까. Hamilton의 역동적인 모습은 관광업 위주로 구성된 카리브해 여타 도시들과는 그 결이 다르다. 버뮤다의 옛 멋을 여유롭게 보여주는 St. George’s와 대비되어 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Hamilton 시내를 거닐어 보면 확실히 버뮤다의 활기찬 현재를 느낄 수 있어 이 부분이 묘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그렇다고 Hamilton이 행정과 상업 위주로 구성된 삭막한 곳이라 속단한다면 오산. 크지 않은 시가지 속에 Victoria Park, Queen Elizabeth Park 등 공원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고, 조금만 걸어 나가면 시원한 바닷가 부두가 펼쳐지기 때문에, 시가지가 상당히 조밀함에도 정작 거닐어 보면 빡빡하지 않은 여유로운 느낌을 준다.





버뮤다 GDP의 대부분이 금융업에서 발생한다 하나, 그럼에도 버뮤다의 관광 자원은 수준급이다. 대서양 한복판 거친 바다가 쉴 새 없이 섬을 다그치는 황량함이 연상될 수 있지만, 전혀 그런 모습이 아니기 때문. 먼 옛날 대서양 한복판에 해저 화산이 분출해 얕은 바다가 형성되었고, 이 위에 쌓인 석회암 퇴적층이 융기하면서 얕은 바다에 둘러싸인 평탄한 섬이 만들어진 것.


이 천혜의 관광 자원에 장기간 축적된 부가 더해지니, 버뮤다의 관광 인프라는 매우 잘 발달되어 있다. 넘치는 부로 (’21년 기준 인당 GDP가 11만 달러를 넘는다) 물가가 비싼 감은 있지만, 그럼에도 대부분 관광지가 일정 수준 이상의 만족을 제공할 수 있도록 잘 개발되어 있다.





그런데 이 천혜의 자연 환경이 보통이 아니다. 아름다운 섬이 광활한 하늘과 바다 그리고 해와 달까지 결합되니, 그냥 아름다운 정도가 아니라 하루 중에도 시간대 별로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 여기에 잘 가꾸어진 관광 인프라까지 거드니, 하다 못해 밤의 어두움조차도 아름답다.





관광 자원이 풍부하니 식도락의 즐거움도 자연스레 따라 붙는다. 영국령이라는 이유로 음식이 맛없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것. 관광객의 니즈에 맞추어 다양한 식당과 바가 갖춰져 있으니 적절히 즐기면 된다.





앞서 언급하였듯, 대서양 한복판의 섬이지만 주변 바다가 얕기 때문에 폭풍우가 치지 않는 이상 버뮤다의 바다는 꽤나 부드럽다. 그리고 이 부드러운 바다는 버뮤다를 둘러가며 크고 작은 비치를 30여 개나 만들어 두었다. 아름다운 해변을 취향껏 찾아 다니는 것만으로도 버뮤다 관광의 즐거움은 이미 충만해진다.








하지만 아무리 버뮤다 주변 바다가 얕은 편이라 해도 어쨌든 대양은 대양이다. 당연히 폭풍우가 칠 때 그 파도는 상당히 살벌한 모습으로 섬을 다그치며, 그러다 보니 부드러운 모래 대신 거친 바위로 덮인 해변도 상당히 많다. 과거 이 섬을 향하던 항해사들에게는 아마 악몽과도 같은 장면이었겠지만, 오늘날 관광객의 입장에서 이러한 대조는 바다 구경의 매력을 배가 시켜주는 즐거움이 아닐까.





여하튼 섬 주변 바다가 얕은데 때때로 거칠어지고 바위로 뒤덮인 해변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면, 과거 수많은 배와 사람들이 희생되었을 터. 그래서인지 1846년 버뮤다 섬의 남부 Gibb’s Hill에는 높은 등대가 세워져 지금까지도 운영되고 있다. 무심한듯 바다를 비추는 이 등대의 빛이 수많은 선원의 목숨을 구했으리라.





유럽과 북아메리카를 가르는 대서양 한복판의 섬이니 과거 버뮤다의 전략적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었을 터. 그래서 영국인들은 정착 초기부터 St. George’s 근처에 Fort St. Catherine을 건설해 외적의 침입에 대비했다. 그리고 다시 Hamilton이 중심지가 되고 난 뒤에는 근처에 Fort Hamilton을 건설했다. 그러나 이제는 방어 시설이 아닌 관광지로서 제2의 소임을 다하고 있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섬이니, 영국 해군도 대규모 기지를 건설한 것은 당연한 일. 섬 서쪽 끄트머리 Royal Naval Dockyard를 방문하면 당시 기지가 얼마나 대규모였는지 실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지역 역시 오늘날에는 관광지로 개발되었고, 해군 부두는 크루즈선 부두로, 요새는 국립 박물관으로, 사무실은 쇼핑몰로 사용되고 있으니, 세월의 무상함이 새삼스럽다.





1800년대 중반 버뮤다에 파견되었던 영국 해군 제독 중 Thomas Cochrane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저택에 드나들 비밀 통로가 필요했던 모양이다. 그런 그의 지시에 따라 바닷가에 동굴을 파 근처 해군 제독 관사 지하로 연결하여 지금의 Admiral’s Cave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오늘날 해군 제독 관사는 사라졌지만, 지하 동굴은 여전히 남아 관광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면적 53㎢에 불과한 작은 섬이지만, 버뮤다의 교통 인프라는 훌륭하다. 서쪽 끝 Royal Naval Dockyard부터 동쪽 끝 St. George’s까지 도로가 연결되어 있어, 거의 대부분의 지역을 배를 이용할 필요 없이 차로 다닐 수 있게 되어 있다.


1931년 버뮤다에는 무려 철도가 건설되었다. 당시 섬이 지나치게 복잡해지는 것을 우려하여 자동차 운행을 금지했었고, 이를 철도 부설 사업의 기회로 여긴 것. 그러나 경제성 부족으로 17년만에 폐업하였고, 폐선 부지는 오늘날 산책로로 개방되어 있다.





꼭 해봐야 할 일: 유서 깊은 St. George’s와 Hamilton 거닐기, 섬 곳곳에 숨겨진 역사 발견하기, Horseshoe Bay 등 해변에서 해수욕 즐기기, 다양한 동굴 탐험하기, 다양한 식당과 바 즐기기.

날씨/방문 최적기: 겨울 기준 매일 15~20도로 선선하며, 여름에는 25~30도로 따뜻한 편. 겨울 수온은 해수욕 등을 즐기기에는 다소 찰 수 있어 5~10월이 방문 최적기.

위치: 북대서양 한가운데 위치하며, 미국 뉴욕시 기준 동남쪽 약 1,250km에 위치.

시간대: 대서양 표준시 (한국보다 13시간 느림). DST (서머타임) 제도 있어 매년 3월 초~11월 초까지 적용 (DST 적용 기간에는 한국보다 12시간 느림).

항공편: 뉴욕, 보스턴, 애틀랜타 등 한국발 주요 행선지에서 버뮤다 공항 (BDA) 까지 직항편 이용이 가능 (비행 시간은 미국 내 출발지에 따라 상이하며, 통상 2~3시간 선).

입국 요건: 버뮤다는 영국령이며, 대한민국 국민은 무비자 입국 가능 (최장 180일).

화폐 및 여행 경비: 버뮤다 달러 (BMD) 가 공식 화폐로, 고정 환율제 채택 (1 BMD = 1 USD). 그러나 미 달러도 통용되어 별도 환전은 불필요 (단, 일부 거스름돈을 BMD로 줄 수는 있음). 신용카드가 널리 사용되며 버뮤다 전역에 Butterfield, HSBC 은행 등 다수의 ATM 존재하나, 물가가 비싼 편이며 택시 등 현금 필요할 수 있으므로 충분한 현금 소지 권장. 

언어: 영어가 공용어로 영어 의사 소통에 문제 없음.

교통: 생각보다 섬이 큰 편으로 (섬 종단 거리 45km 정도) 근거리 이동 외 택시나 렌터카 이용 필수. 택시 요금은 거리에 따라 다르며, 공항 기준 St. George’s 지역은 ~20달러, Hamilton 지역은 ~35달러, Dockyard 지역은 ~75달러 선. 렌터카는 하루 150~200달러 선이나 (Tazzari 기준; 관광객은 전기차만 렌트 가능), 영국령인 관계로 좌측 통행 운전에 자신 없는 경우 택시 추천. 아울러 교통비 절감 위해 버스나 페리도 이용 권장 (1회 탑승 시 5달러). 자세한 정보는 버뮤다 관관청으로 (https://www.gotobermuda.com/plan/getting-around-bermuda).

숙박: 숙박 시설이 다수 존재하나, 일반 호텔도 대부분 비싼 편이며 (일 250~500달러 선) 고급 호텔의 경우 더 비싸 (일 500~1,000달러 선) 예산 등 고려한 선택 필요. 빌라 렌트도 가능. 자세한 정보는 버뮤다 관광청으로 (https://www.gotobermuda.com/places-to-stay).

식당/바: 식당이 다수 존재하여 즐거운 식도락 생활 가능하나, 물가가 비싼 편으로 예산 등 고려한 선택 필요. Crown & Anchor (양식), Mad Hatters (영국식, 해산물), the Frog and Onion Pub (영국식, 바비큐), Intrepid (스테이크, 해산물), Bailey's Ice Cream Parlour (아이스크림) 등을 추천. 자세한 정보는 버뮤다 관광청으로 (https://www.gotobermuda.com/things-to-do/dining-nightlife).

전압/콘센트: 120V/60Hz에 플러그 타입 A/B 사용 (즉, 미국과 동일). 따라서 대부분 한국 전자기기의 경우 여행용 어댑터 필요.

국제전화 국가 번호: +1-441.

주요 연락처: 긴급전화 (경찰/의료 911), 버뮤다 관광청 (+1-441-296-9200), 주영국 대한민국 대사관 (+44-20-7227-5500), 주뉴욕 대한민국 대사관 (+1-646-674-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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