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터크 (Grand Turk)

한가한 시골 섬 같지만 사실 여기가 진짜 중심지

by LHS





비록 오늘날 터크스 케이코스 제도 인구 대부분이 프로비덴셜스 섬에 살고 있지만*, ‘터크스 케이코스 제도’라는 이름이 암시하듯 원래 중심지는 그랜드 터크 섬이었다. 17세기 말 (영국의 식민지였던) 버뮤다 사람들이 그랜드 터크 섬을 처음 식민지로 삼고 (이 섬에 염전을 세우기 위한 목적), 18세기 중반에 터크스 케이코스 제도의 수도가 된 이래 줄곧 그 지위를 유지해 왔던 것.


그래서 그랜드 터크 섬의 분위기는 20세기 중반에서야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프로비덴셜스와는 상당히 다르다. 딱 봐도 오래되어 보이는 마을에 역사가 깃든 건물이 즐비하고, 이들이 만들어 내는 아늑한 느낌 속에 나도 모르게 동화되는 기분이 제법 포근하다.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역사의 흔적이 깃든 거리를 걸어 본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여관이 실은 백 수십 년 이상 묵은 역사의 산 증인이고, 아름답기만 한 바다가 실은 콜럼버스가 상륙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역사의 현장이다.





그런데 비단 바다에서만 손님 (콜럼버스) 이 왔던 것은 아니다 (물론 콜럼버스가 진짜 상륙한 것이 맞는지 정확히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하늘에서도 손님이 온 적이 있다. 그것도 여러 번.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걸쳐 미국은 수십 차례 인류를 우주에 보냈고, 이 중 여러 대의 귀환 캡슐이 카리브해 그것도 그랜드 터크 섬 근해에 내린 것. 이를 기념하기 위한 것인지, 지금도 그랜드 터크 공항 입구에는 Friendship 7호 캡슐이 전시되어 있다.





그랜드 터크 섬 지도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섬 근해 바다는 상당히 얕아 근처를 항해하는 선박에게는 큰 위협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19세기 중반 섬 북쪽 끝에 등대가 건설되어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아마 이 등대는 오랜 기간 수많은 선박과 목숨을 재난으로부터 구했을 것이다.


평화롭기만 한 등대를 구경하고 나오려는데, 나귀 두어 마리가 어슬렁거리며 다가온다. 사람들이 무서울 리는 없고, 오히려 아마도 먹을 것을 내놓으라는 의미일 터. 하지만 손에 들려 있는 것은 달랑 휴대전화 1대 뿐. 줄 것이 없으니 어서 도망가는 것이 상책이다. 그리하여 잽싸게 도망가는 차를 나귀는 한참이나 지켜보고 있었다. 다시 방문할 때에는 나귀님 간식도 챙겨 가리라.





등대에서 돌아 나오는 길. 정작 나귀는 먹이지도 못했는데 출출함이 느껴진다. 그때 발견한 Ridge Café. 이곳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기로 했다.


식당에 들어가 보니 왜 이름이 Ridge인지 바로 이해가 간다. 그랜드 터크 섬의 경우 동쪽 바다와 평행하게 낮은 구릉이 형성되어 있으며 (카리브해에서 바람이 주로 동에서 서로 불다 보니, 동쪽 해안에 지속적으로 모래 등 퇴적물이 쌓여 구릉이 된 것이 아닐까), 이 구릉 꼭대기에 이 식당이 위치해 있는 것. 그래서 동으로도 서로도 탁 트인 전망을 즐기며 식사를 할 수 있다.


맛깔나는 식사와 커피 한 잔으로 속을 달래고, 다시 길을 나선다.





카리브해에서 아름다운 비치 순위 매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아름다운 비치가 너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똑같은 비치도 어느 때 어느 날씨에 만나는지에 다라 너무나도 다른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번 들러 보았으니 다시 올 필요가 없다’는 확언은 차마 할 수가 없는 곳이 카리브해가 아닐까 한다.





꼭 해봐야 할 일: Pillory Beach, Governor’s Beach 등에서 해수욕 즐기기, 청정 바다에서 다양한 수상 스포츠 즐기기, Cockburn Town을 거닐며 역사의 흔적 찾아보기.

날씨/방문 최적기: 겨울 기준 매일 20~30도로 따뜻하며, 여름에도 25~35도로 다소 더움. 8월~11월 우기* 및 12~2월 성수기 제외 시, 3~7월이 방문 최적기.

위치: 북대서양 서쪽 루카얀 열도 (Lucayan Archipelago) 에 속하며, 프로비덴셜스 섬 동쪽 110km에 위치.

시간대: 미 동부 표준시 (한국보다 14시간 느림). DST (서머타임) 제도 있어 매년 3월 초~11월 초까지 적용 (DST 적용 기간에는 한국보다 13시간 느림).

항공편: InterCaribbean (https://www.intercaribbean.com) 및 Caicos Express Airways (https://www.turksandcaicosflights.com) 가 프로비덴셜스 공항 (PLS) 에서 각각 하루 4편 직항편 운항 (비행 시간은 30분 선). 프로비덴셜스 공항까지는 한국발 행선지인 뉴욕, 애틀랜타, 워싱턴 등에서 직항편 이용 가능 (비행 시간은 통상 3~3.5시간 선).

입국 요건: 터크스 케이코스 제도는 영국령이며, 대한민국 국민은 무비자 입국 가능 (최장 90일이라 하나**, 항공권/숙박 등 여행 계획에 맞게 체류 기간 부여하니 유의).

화폐 및 여행 경비: 공식 화폐로 미 달러를 채택하고 있어 별도 환전 불필요하며, 대부분 매장에서 신용카드 사용 가능 (택시 등 제외). ATM이 하나밖에 없으니 (Cockburn Town의 Scotiabank ATM) 충분한 현금 소지 권장.

언어: 영어가 공용어로 영어 의사 소통 문제 없으나, 현지인 간에는 Creole (현지어) 종종 사용.

교통: 섬이 크지는 않아 (섬 종단 거리 10km 정도), Cockburn Town을 벗어날 때에만 택시나 렌터카 이용 필요. 택시 요금은 거리에 따라 다르며, 공항 기준 Cockburn Town 지역은 5~10달러 선, 그랜드 터크 등대까지는 10~15달러 선. 렌터카는 하루 80~100달러 선이나, 영국령인 관계로 좌측 통행 운전에 자신 없는 경우 택시를 추천. 자세한 정보는 터크스 케이코스 제도 관광협회로 (https://www.visittci.com/grand-turk/getting-around).

숙박: 대규모 호텔보다는 소규모 Inn이 많으며, 대부분 섬 서쪽 해안을 따라 위치. 대부분 일 150~200달러 선으로 비싸지 않은 편. 빌라 렌트도 가능. 자세한 정보는 터크스 케이코스 제도 관광협회로 (https://www.visittci.com/grand-turk/hotels-and-resorts).

식당/바: 숙박 시설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섬 서쪽 해안을 따라 위치하며, 호텔에서 운영하는 식당도 여럿 존재. 식당 숫자가 많지는 않으나 식사의 질은 높은 편이라 즐거운 식도락 생활 가능. Sandbar, Jack’s Shack (캐리비안) 등을 추천하며, 크루즈 터미널에 위치한 스타벅스는 핑크빛 건물로 전세계적으로도 유명. 자세한 정보는 터크스 케이코스 제도 관광협회로 (https://www.visittci.com/grand-turk/restaurants-and-dining).

전압/콘센트: 120V/60Hz에 플러그 타입 A/B 사용 (즉, 미국과 동일). 따라서 대부분 한국 전자기기의 경우 여행용 어댑터 필요.

국제전화 국가 번호: +1-649.

주요 연락처: 긴급전화 (경찰/의료 911), 터크스 케이코스 제도 관광청 (+1-649-946-2321), 주영국 대한민국 대사관 (+44-20-7227-5500), 주도미니카공화국 대한민국 대사관 (+1-809-482-6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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