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섬까지 단 7분
그랜드 터크 섬에서 솔트 케이행 경비행기에 탑승한다. 승객은 총 8명. 이윽고 힘차게 활주로를 박차고 이륙한 비행기가 크게 오른쪽으로 돌더니 이내 상승을 멈춘다. 기체에 문제라도 생긴 것일까 우려 섞인 걱정이 들 때쯤 그 이유를 알게 된다. 비행기 왼쪽 창문을 통해 솔트 케이 섬이 바로 눈앞에 보이기 때문. 이리도 가까우니 이륙 이후 굳이 많이 상승할 필요도 없었을 터. 나중에 솔트 케이 섬에 내린 후 시계를 보니 소요 시간은 단 7분. 세계에서 가장 짧은 항공 노선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명 순위권에는 들 법하다.
그런데 단 7분만에 도착한 솔트 케이가, 그랜드 터크와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이 마법의 원천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비행기에서 내렸다.
공항에 내렸다. 갈 길 아는 승객들은 성큼성큼 빠져나가고, 이제 어떻게 하지 잠시 고민에 빠지는 순간, 누가 ‘오늘 여행 온 거 맞지?’ 하고 묻는다. 돌아보니 조금 전까지 사람들을 안내하던 공항 직원이 아닌가. 미리 연락해 두었던 골프 카트 (이 섬에서는 일반 차량은 빌릴 수 없다) 렌탈샵 사장이 부탁했나 보다 생각하는데, 다시 말을 꺼낸다. ‘나 여기 정리만 간단히 하면 되니까 5분만 기다려줘. 밖에 카트 세워 뒀으니 나가면 바로 빌려줄게. 아, 그리고 아침 제대로 못 먹었지? 우리 집이 식당도 하니까 아침 먹고 섬을 돌아 보렴.’ 진정한 쓰리잡이었다.
공항 직원 (겸 카트 렌탈샵 사장 겸 식당 사장) 의 차를 따라 카트로 식당까지 이동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섬에 역사가 많이 깃들어 있는 것이 보인다. 비록 인구가 줄면서 오늘날에는 많은 건물이 방치되어 있지만, 그래도 딱 봐도 백 년 훌쩍 넘었을 것 같은 건물들이 즐비하다.
섬 북부 공항에서 섬 중남부 식당까지 불과 5분 남짓한 거리를 졸졸 따라갔지만, 이 정도만으로 일단 섬의 기본 구조가 보였다. 섬 가운데 커다란 염전이 있고, 염전 남/서/북을 둘러싸고 취락이 형성되어 있는 구조. 이 작은 섬 안에서도 나름 체계가 잘 짜여 있다.
섬 전체가 평평할 뿐만 아니라 연중 온화하고 (물론 여름엔 덥고), 연간 강우량이 700mm 정도로 건조하기 때문에, 솔트 케이는 염정에 최적화된 섬이라 할 수 있을 터. 실제로 17세기 말 (영국의 식민지였던) 버뮤다 사람들이 이 섬에 정착했을 때에도 주 목적은 염전 운영이었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가격 경쟁력을 상실한 터크스 케이코스 제도의 염전들은 서서히 망해갔고, 이는 솔트 케이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래서 지금은 일부 소량 생산을 제외하면 염전을 더 이상 운영하지 않고 있으며, 방치된 염전만이 화려했던 과거를 기리고 있다.
마을과 염전을 지나 식당에 들어선다. 공항 직원 (겸 카트 렌탈샵 사장 겸 식당 사장) 의 어머니가 요리사. ‘배고프지? 아침 거리 알아서 챙겨 줄 테니 먹고 돌아 보렴. 우리 집에선 밥 부족하게 주는 건 싫어하거든.’ 이라 말하며 따뜻하게 맞이해 준다.
이내 나오는 따끈한 한 상 차림. 화려한 것 하나 없지만 따끈하게 갓 구워 나온 음식이 맛있고 도착할 시간에 맞춰 미리 준비하고 있던 정이 고맙다. 섬을 돌아보고 와서 먹은 점심에서도 같은 따뜻함이 보였고, 이렇게 한적한 섬에서의 식사는 화려함 대신 즐거움으로 물들어갔다.
야트마한 모래 언덕을 넘자마자 보이는 장관. 새하얀 모래에 청량감 폭발하는 바다의 색. 거기에 하늘을 수놓은 구름까지. 천상의 모습을 겨우 야트마한 모래 언덕 하나로 감추어 두는 솔트 케이는 역시 관광객에게 관대한 섬이었다.
그렇다고 북쪽 해안만 보면 솔트 케이 관광이 끝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서쪽 해안도 느낌은 사뭇 다르지만 또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사람보다는 나귀가 더 주인인 것 같은 들판도 건조한 와중에도 풍성하게 자라고 있는 관목이 대견하다. 작은 섬인데도 곳곳에 감동의 순간들이 널려 있는 솔트 케이. 언젠가 반드시 돌아오고 싶은 섬이 되었다.
꼭 해봐야 할 일: 바다 보면서 멍 때리기, 마을 거닐며 역사의 흔적 찾아보기, 골프 카트로 섬 구석 구석 돌아보기, 그리고… 세상 끝 극한의 한적함을 있는 그대로 즐기기.
날씨/방문 최적기: 겨울 기준 매일 20~30도로 따뜻하며, 여름에도 25~35도로 다소 더움. 8월~11월 우기* 및 12~2월 성수기 제외 시, 3~7월이 방문 최적기.
위치: 북대서양 서쪽 루카얀 열도 (Lucayan Archipelago) 에 속하며, 그랜드 터크 섬 남서쪽 10km에 위치.
시간대: 미 동부 표준시 (한국보다 14시간 느림). DST (서머타임) 제도 있어 매년 3월 초~11월 초까지 적용 (DST 적용 기간에는 한국보다 13시간 느림).
항공편: Caicos Express Airways (https://www.turksandcaicosflights.com) 가 그랜드 터크 공항 (GDT) 에서 주 4회 항공편 운항 (비행 시간은 10분 선). 그랜드 터크 공항까지는 InterCaribbean (https://www.intercaribbean.com) 및 Caicos Express Airways가 프로비덴셜스 공항 (PLS) 에서 각각 하루 4편 직항편 운항 (비행 시간은 30분 선). 그리고 프로비덴셜스 공항까지는 한국발 행선지인 뉴욕, 애틀랜타, 워싱턴 등에서 직항편 이용 가능 (비행 시간은 통상 3~3.5시간 선).
입국 요건: 터크스 케이코스 제도는 영국령이며, 대한민국 국민은 무비자 입국 가능 (최장 90일이라 하나**, 항공권/숙박 등 여행 계획에 맞게 체류 기간 부여하니 유의).
화폐 및 여행 경비: 공식 화폐로 미 달러를 채택하고 있어 별도 환전 불필요. 신용카드 사용 대부분 불가하며 ATM도 없으니 충분한 현금 소지 권장.
언어: 영어가 공용어로 영어 의사 소통 문제 없으나, 현지인 간에는 Creole (현지어) 종종 사용.
교통: 섬이 작지만 (섬 종단 거리 5km 정도) 택시나 렌터카가 없어 골프 카트 렌트를 추천 (일 80~100달러 선이며, 차량이 아니므로 면허 불필요). 자세한 정보는 터크스 케이코스 제도 관광협회로 (https://www.visittci.com/salt-cay/getting-around).
숙박: 숙박 시설은 몇 개 없으며 (대부분 당일 관광 후 떠나기 때문), Harbourside House나 Twilight Cottage 등 렌트 가능한 빌라가 몇 있는 수준 (대부분 일 100~300달러 선). 자세한 정보는 터크스 케이코스 제도 관광협회로 (https://www.visittci.com/salt-cay/villas).
식당/바: 식당 또한 몇 개 없으며 부두 앞 Coral Reef Bar와 염전 남쪽 Fresh Catch가 전부 (둘 다 캐주얼 다이닝 제공). 단, 손님이 많지 않아 사전 예약 후 방문 필요. 자세한 정보는 터크스 케이코스 제도 관광협회로 (https://www.visittci.com/salt-cay/restaurants-and-dining).
전압/콘센트: 120V/60Hz에 플러그 타입 A/B 사용 (즉, 미국과 동일). 따라서 대부분 한국 전자기기의 경우 여행용 어댑터 필요.
국제전화 국가 번호: +1-649.
주요 연락처: 긴급전화 (경찰/의료 911), 터크스 케이코스 제도 관광청 (+1-649-946-2321), 주영국 대한민국 대사관 (+44-20-7227-5500), 주도미니카공화국 대한민국 대사관 (+1-809-482-6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