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코스 제도의 ‘이단아’
노스 케이코스 그리고 미들 케이코스와 같은 이름을 공유하는 사우스 케이코스이지만, 사우스 케이코스는 노스와 미들 케이코스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노스와 미들 케이코스가 초록빛 가득한 땅이라면 사우스 케이코스는 그보다는 건조한 느낌이고, 크기도 훨씬 작아 덜 압도적인 느낌을 준다. 그러니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보기에 제격.
하지만 아름다운 자연은 다른 케이코스 형제들에 뒤치지 않으니, 기대치까지 낮출 필요는 없다. 사우스 케이코스는 이곳까지 온 이들을 절대 실망시킬 섬이 아니다.
사우스 케이코스의 첫인상은 내리기 전부터 멀끔하다. 2020년경 활주로 개선 및 연장 공사가 완료되었기 때문. 이제는 새 공항 터미널도 완공되어 더욱 멀끔한 모습일 터.
공항에서 차를 몰아 나오면 그 다음 첫인상은 아마도 나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섬 어디에나 나귀들이 어슬렁거리며 관광객을 반겨준다. 이로서 깔끔한 공항에 시골의 정겨움이 더해진다.
그리고 나면 마지막으로 염전의 모습이 보이면서, 시골의 정겨움에 어딘지 모를 한적함이 추가된다. 이렇게 숙소에 이르는 10여분 남짓한 드라이브가 마무리된다.
사우스 케이코스의 인구가 1,000~1,500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 섬의 유일한 마을인 Cockburn Harbour도 매우 한적한 분위기이다. 식당도 네댓 개밖에 없고 주유소는 달랑 한 개 있는, 이보다 더 조용할 수도 없는 그런 분위기.
하지만 이 섬의 역사는 사실 꽤나 복잡하다. 원주민들이 거주하던 이곳이 18세기 즈음에는 스페인과 프랑스가 쟁탈전을 벌이고 해적이 근거지로 삼는 곳이 되어 있었고, 이후 영국 식민지로 오늘날에 이르게 된다. 여기에 20세기에는 미 해병대 시설까지 한동안 설치되는 등 파란만장한 역사가 있었지만, 이 모두를 뒤로 하고 오늘날에는 한적한 관광지가 되어 있다.
사람이 적어 한적하면 자연도 한적함을 유지할 수 있다. 섬 중앙부에는 염전과 습지가 잘 유지되어 있으며, 동쪽 해안선을 따라서는 평행하게 형성된 구릉지대가 자연적인 방어막이 되어준다 (카리브해 지역에서는 바람이 보통 동에서 서로 불기 때문에, 구릉 지대가 이 바람을 어느 정도 막아주는 셈). 하지만 노스 케이코스와 미들 케이코스와는 한적함의 계열이 조금 다르니, 자연의 무한함을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그런데 신기한 것이, 섬의 북쪽과 남쪽의 물 빛깔이 꽤나 다르다는 점. 북쪽 바다는 하늘색에 가까운 빛깔을 띄는 반면, 섬 남쪽 바다는 녹색에 가까운 빛깔을 띈다. 그렇게 되는 이유야 있겠지만 일단은 아름다운 바다를 감상하는데 집중할 일이다.
사우스 케이코스에 호텔은 세 개 뿐이다 (렌트 가능한 빌라가 더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호텔이 세 개 뿐이라 하여 아쉬워할 일은 아닌 것이 이 세 가지로 다양한 여행 니즈가 모두 커버되기 때문이다. 가장 저렴한 South Caicos Ocean & Beach Resort, high-end급 Sail Rock Resort, 그리고 이 둘의 중간에 East Bay Resort (현재는 Salterra Resort로 재개관 준비중) 가 있다.
하지만 중간 레벨이라 해서 얕볼 곳이 아니다. 사우스 케이코스의 자연 경관 자체도 훌륭하지만 이를 잘 이용한 디자인 덕에 과도한 화려함도 어색함도 느껴지지 않기 때문. 눈에 보이는 하늘과 바다 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의 흐름까지 보여주는 조경이 인상 깊고, 웅장한 바다에 이를 때까지 (이 지역의 바다는 아주 잔잔하지만은 않다) 수영장을 지나 잠시 걷도록 하여 마음의 준비를 돕는 배려도 재미있다.
그렇다면 high-end급인 Sail Rock Resort는 어떨까. 당연히 East Bay Resort보다 훨씬 더 화려할 것 같지만 이번에도 그렇지는 않다. 언덕 위에 큼지막한 메인 건물을 지어 두었지만, 디자인이 과하다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담백하고 깔끔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언덕 위 메인 건물에서 서쪽과 동쪽으로 보이는 바다의 시원함이 수풀과 대조되어 극한의 청량감으로 다가온다. 여기에 객실의 배치와 디자인, 해변과 비치바의 관리 상태, 그리고 직원들의 응대와 서비스까지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다. 화려함보다 내공으로 승부를 보는 진정한 high-end의 느낌이랄까.
생각지도 않게 이런 보석을 발견했으니, 그냥 갈수는 없다. 비행기 출발 전까지 시간이 좀 있으니 비치바에서 식사라도 즐겨 보자. 그러니 간단한 요리 한 두 개만 주문해 보자.
이렇게 시작된 식사가, 결국 카리브해 식사량 최대 기록이 되고 말았다. 그러면서 다시금 깨닫게 된다. 진짜로 ‘분위기가 밥 먹여 준다’는 것을. 분위기가 정말 좋으면 과식하는지도 모르고 먹을 수 있다는 것을.
꼭 해봐야 할 일: 청정 바다에서 다양한 수상 스포츠 즐기기, Cove Restaurant + Beach Bar에서 낮술과 식사 즐기기, 섬 이곳 저곳 다니며 풍경 감상하기.
날씨/방문 최적기: 겨울 기준 매일 20~30도로 따뜻하며, 여름에도 25~35도로 다소 더움. 8월~11월 우기* 및 12~2월 성수기 제외 시, 3~7월이 방문 최적기.
위치: 북대서양 서쪽 루카얀 열도 (Lucayan Archipelago) 에 속하며, 프로비덴셜스 섬 동쪽 70km에 위치.
시간대: 미 동부 표준시 (한국보다 14시간 느림). DST (서머타임) 제도 있어 매년 3월 초~11월 초까지 적용 (DST 적용 기간에는 한국보다 13시간 느림).
항공편: InterCaribbean (https://www.intercaribbean.com) 이 프로비덴셜스 공항 (PLS) 에서 하루 4편 직항편 운항 (비행 시간은 25분 선). 프로비덴셜스 공항까지는 한국발 행선지인 뉴욕, 애틀랜타, 워싱턴 등에서 직항편 이용 가능 (비행 시간은 통상 3~3.5시간 선).
입국 요건: 터크스 케이코스 제도는 영국령이며, 대한민국 국민은 무비자 입국 가능 (최장 90일이라 하나**, 항공권/숙박 등 여행 계획에 맞게 체류 기간 부여하니 유의).
화폐 및 여행 경비: 공식 화폐로 미 달러를 채택하고 있어 별도 환전 불필요. 호텔 등 일부 매장 신용카드 사용 가능하나, 사용 불가한 곳도 많고 섬에 ATM도 없으니 충분한 현금 소지 권장.
언어: 영어가 공용어로 영어 의사 소통 문제 없으나, 현지인 간에는 Creole (현지어) 종종 사용.
교통: 섬이 크지는 않으나 (섬 종단 거리 15km 정도), 근거리 외에는 택시나 렌터카 이용 필수이나, 택시가 거의 없어 렌터카 이용 추천. 렌터카는 하루 100~120달러 선이며, 영국령인 관계로 좌측 통행이기는 하나 도로에 차가 거의 없어 별 부담은 되지 않음. 자세한 정보는 터크스 케이코스 제도 관광협회로 (https://www.visittci.com/south-caicos/getting-around).
숙박: 호텔이 3개 존재하며, 럭셔리급 Sail Rock Resort (일 500~800달러 선), 준 럭셔리급 East Bay Resort (일 300~500달러 선; 현재 재개관 준비중) 그리고 일반급 Ocean & Beach Resort (일 150달러 선) 으로 예산 규모 고려한 선택 가능. 빌라 렌트도 가능. 자세한 정보는 터크스 케이코스 제도 관광협회로 (https://www.visittci.com/south-caicos/hotels-and-resorts).
식당/바: 대부분 호텔에서 운영하는 식당이나 충분히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하며, Sail Rock Resort의 Cove Restaurant + Beach Bar를 추천. Cockburn Harbour에는 Sunset Café & Bar이 존재 (호텔과는 무관). 자세한 정보는 터크스 케이코스 제도 관광협회로 (https://www.visittci.com/south-caicos/restaurants-and-dining).
전압/콘센트: 120V/60Hz에 플러그 타입 A/B 사용 (즉, 미국과 동일). 따라서 대부분 한국 전자기기의 경우 여행용 어댑터 필요.
국제전화 국가 번호: +1-649.
주요 연락처: 긴급전화 (경찰/의료 911), 터크스 케이코스 제도 관광청 (+1-649-946-2321), 주영국 대한민국 대사관 (+44-20-7227-5500), 주도미니카공화국 대한민국 대사관 (+1-809-482-6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