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 케이코스의 심화 버전
프로비덴셜스에서 노스 케이코스로 이동할 때 느꼈던 만큼의 대조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노스 케이코스에서 미들 케이코스로 이동할 때에도 느끼게 되는 변화들이 있다. 일단 사람들이 더 줄어들고 (미들 케이코스의 상주 인구는 약 120명으로 추정되며, 이는 노스 케이코스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그에 따라 자연은 더욱 더 자연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노스 케이코스의 심화 버전인 셈인데, 기왕 노스 케이코스까지 왔다면 심화 버전 제대로 즐기고 가야 후회하지 않을 터.
미들 케이코스를 제대로 즐겨본 결과를 본 페이지 사진 한 장으로 갈음할 수 있을 듯하다.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절벽 위 나만의 야외 바에서 즐기는 럼 한 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고,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 아마도 그것이 미들 케이코스의 방식 아닐까.
미들 케이코스의 중심 마을인 Conch Bar에서 시작해 북서쪽 끝 Juniper Hole에 이르는 약 5km 길이의 북쪽 해안선을 Mudjin Harbour이라 부른다. 그리고 그 중심에 Dragon Cay Resort가 위치한다. 바닷가 절벽 옆 관목 우거진 평원이 펼쳐지는 이국적 풍경 그리고 이 안에 살포시 자리잡은 소규모 호텔. 비록 시설은 최고급 호텔만 못할지 몰라도, 오직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이세상 끝’ 감성은 그 어떤 호사보다도 귀하다.
해가 조금씩 지평선 너머로 넘어가면서 구름에 먼저 불이 붙고, 곧 푸르른 평원 위에도 오렌지색 불꽃이 옮겨 붙는다. 아침까지 잠시 사라지기 전 온 세상을 따스하게 물들이는 것이, 마치 곧 다시 돌아올 테니 걱정하지 말고 있으라는 메시지처럼 보였다.
그런데 당장 그 아름다움에 눈을 뗄 수가 없는 판에 시적 상상력이 무슨 의미이겠는가. 그냥 들고 간 럼도 잊어버리고 홀린 듯 계속 보게 되는 것이, 이제 보니 매력과 함께 마력도 담뿍 담긴 석양인 모양이다. 이런 식이니, 카리브해에서 아름다운 석양 순위 매기기는 정말 무의미한 행위일 수밖에.
태양이 약속한 대로 (?) 다시 떠오르고 난 뒤 절벽 아래 해안선도 탐방해 보기로 했다. 수풀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나아가니 석회암이 침식되어 만들어진 절벽 아래 반동굴이 나타나고, 다시 그 옆으로 해변이 이어져 있다. 이 짧은 산책 사이에 수풀의 아기자기함과 동굴의 장엄함 그리고 바다의 아름다움에서 오는 감동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알찬 구성. 그리고 그 끝에 있는 Dragon Cay까지. 시각적으로 풀코스 요리를 즐긴 기분이다.
미들 케이코스의 동부에 위치한 Bambarra Beach. 처음 보자마자 눈을 뗄 수가 없는 것은 바로 끝도 없이 (옆이 아니라) 앞으로 뻗어 나가는 모래사장이다. 사실 다시 잘 보면 모래사장은 아니고 모래 바닥이 얕은 바닷물에 잠겨 있는 상태이지만, 이게 무려 700m 정도나 이어지다 보니 마치 모래사장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확실히 신은 공평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어떻게 미들 케이코스 한 곳에 Mudjin Harbour와 Bambarra Beach까지 선물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기왕 방문한 김에 편하게 두 개 다 보고 가라는 배려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저런 생각에 벅찬 느낌으로 사람들을 따라 바다로 내딛어 본다.
North and Middle Caicos Causeway가 건설되기 전에는 미들 케이코스에도 조그마한 공항이 있어 차터나 개인 비행기가 뜨고 내렸다 한다. 그러나 둑길이 완성되고 난 이후 미들 케이코스 공항은 쓸모가 없어지면서 폐쇄되었고 이제는 버려진 활주로만 남아 있다.
미들 케이코스의 상주 인구도 적고 관광객도 비교적 많지 않은 편이다 보니 식당이 많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골라갈 식당이 많지 않은 대신 식당들은 모두 만족스럽다. 다소 투박한 느낌이 들지언정 시골의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요리에 여독이 시나브로 풀린다.
꼭 해봐야 할 일: Bambarra Beach에서 해수욕 즐기기, Mudjin Harbour에서 절경 감상하고 숨겨진 해변 발견하기, 청정 바다에서 다양한 수상 스포츠 즐기기, Conch Bar Cave 탐험하기.
날씨/방문 최적기: 겨울 기준 매일 20~30도로 따뜻하며, 여름에도 25~35도로 다소 더움. 8월~11월 우기* 및 12~2월 성수기 제외 시, 3~7월이 방문 최적기.
위치: 북대서양 서쪽 루카얀 열도 (Lucayan Archipelago) 에 속하며, 노크 케이코스 섬 동쪽에 바로 붙어 있음 (North and Middle Caicos Causeway로 연결).
시간대: 미 동부 표준시 (한국보다 14시간 느림). DST (서머타임) 제도 있어 매년 3월 초~11월 초까지 적용 (DST 적용 기간에는 한국보다 13시간 느림).
항공편: TCI Ferry (https://caribbeancruisin.com) 가 프로비덴셜스 섬에서 하루 3~5회 고속 페리 운행 (탑승 시간은 25분 선). 프로비덴셜스 공항까지는 한국발 행선지인 뉴욕, 애틀랜타, 워싱턴 등에서 직항편 이용 가능 (비행 시간은 통상 3~3.5시간 선).
입국 요건: 터크스 케이코스 제도는 영국령이며, 대한민국 국민은 무비자 입국 가능 (최장 90일이라 하나**, 항공권/숙박 등 여행 계획에 맞게 체류 기간 부여하니 유의).
화폐 및 여행 경비: 공식 화폐로 미 달러를 채택하고 있어 별도 환전 불필요. 일부 매장에서 신용카드 사용 가능하나, 택시 포함 신용카드 사용 불가한 곳도 많고 섬에 ATM도 없으니 충분한 현금 소지 권장.
언어: 영어가 공용어로 영어 의사 소통 문제 없으나, 현지인 간에는 Creole (현지어) 종종 사용.
교통: 생각보다 섬이 작지 않아 (섬 종단 거리 30km 정도) 택시나 렌터카 이용 필수이나, 택시가 거의 없어 렌터카 이용 추천. 택시 요금은 사전 협의 필요하며, 택시 투어 시 일 250달러 선. 렌터카는 하루 60~100달러 선이나, 영국령인 관계로 좌측 통행 운전에 자신 없는 경우 택시를 추천. 아울러 소로나 해변 근처에서는 바퀴가 모래에 빠질 수 있으니 유의. 자세한 정보는 터크스 케이코스 제도 관광협회로 (https://www.visittci.com/north-caicos-middle-caicos/getting-around).
숙박: Dragon Cay Resort (일 350~600달러 선) 나 Royal Hideaway Townhouses (일 350달러 선) 외 숙박 시설 거의 없으나, 노스 케이코스 이동이 어렵지 않아 함께 고려 가능. 빌라 렌트도 가능. 자세한 정보는 터크스 케이코스 제도 관광협회로 (https://www.visittci.com/north-caicos-middle-caicos/hotels-and-resorts).
식당/바: Mudjin Bar & Grill 이나 Windsor Creek Café (캐리비안) 외 식당 거의 없으나, 노스 케이코스 이동이 어렵지 않아 함께 고려 가능. 자세한 정보는 터크스 케이코스 제도 관광협회로 (https://www.visittci.com/north-caicos-middle-caicos/restaurants-and-dining).
전압/콘센트: 120V/60Hz에 플러그 타입 A/B 사용 (즉, 미국과 동일). 따라서 대부분 한국 전자기기의 경우 여행용 어댑터 필요.
국제전화 국가 번호: +1-649.
주요 연락처: 긴급전화 (경찰/의료 911), 터크스 케이코스 제도 관광청 (+1-649-946-2321), 주영국 대한민국 대사관 (+44-20-7227-5500), 주도미니카공화국 대한민국 대사관 (+1-809-482-6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