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크스 케이코스 제도 (Turks and Caicos Islands) 라는 이름이 암시하듯, 역사적으로 이 지역의 중심지는 의외로 그랜드 터크 섬이었다. 지금이야 관광업과 함께 급성장한 케이코스 쪽 프로비덴셜스 (Providenciales) 에 비해 한적한 시골처럼 보이지만, 이미 17세기 말부터 버뮤다인들에 의해 식민지화가 이루어진 유서 깊은 곳이다 (물론 그 전에는 타이노 (Taino)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고). 그래서 다채로움이 넘치는 카리브해 지역에서도 그 편안한 색채가 절대 묻히지 않는다. 역사와 문화가 흐르면서도 한적함 속 여유가 돋보이는 이 독특한 분위기에는 그 누구라도 매료될 수밖에.
프로비던셜스 (Providenciales) 에서 날아온 비행기가 착륙을 준비한다. 산 하나 없는 평탄한 섬이 비행기를 환영하는 가운데, 벌써 하늘에서 본 풍경부터가 여유가 넘친다.
그랜드 터크 공항 앞에 전시되어 있는 프렌드십 7호 (Friendship 7) 캡슐. 이곳 근처 바다에 착륙했던 것이 연이 되어 여기에 전시되게 되었다.
길거리에 걸린 대형 국기. 국기에 콩크 (conch) 조개, 랍스터, 그리고 선인장이라니, 뭔가 낭만이 넘치지 않는가.
그랜드 터크 섬의 서쪽 해변의 모습. 이렇게나 부드러운 모래라니... 그런데 저 구름은 또 왜 이리도 아름다운지.
대체 저 구름은 누가 빚어놓았는지, 날렵하게 생겨서는 잠깐 사이 해를 납치해 버렸다. 그 사이 잠시 어두워진 순간을 포착.
해질녘이 되자 온 하늘에 부드러운 따스함이 퍼져 나간다. 흡사 직접 조명이 간접 조명의 부드러움으로 바뀌는 순간. 그 찰나의 빛을 받아 환상적 조화를 이룬 하늘, 바다, 모래사장.
해는 넘어갔지만 그 마지막 위세는 강렬하다. 마치 마법의 포털이라도 열린 듯한 하늘은, 그저 넋 놓고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한 편의 대하 드라마가 언제 있었냐는 듯, 흔적을 깔끔하게 지우고 다음 날 다시 사람들을 맞이하는 바다. 아니 그런데 왜 이렇게 물빛이 아름다운지...
그... 글쎄요... 물빛은 잘 모르겠고, 저는 좀 졸린 것 같습니다만...
아니 글쎄... 졸리다니까요?
아니 왜 자꾸 따라오세요 졸리다는데... 아 제가 따라왔다고요?
아 쟨 하루종일 졸린가봐... 그런데 사실 우리도 졸려요... 너무 평화로워서 그런가.
동쪽 고지대 (그래봐야 해발 25m 남짓이지만) 에서 바라본 코크번 타운 (Cockburn Town) 의 모습.
그랜드 터크 북동쪽 해안에 위치한 등대. 1852년에 세워진 이래 수많은 선원들의 목숨을 구했다.
등대는 잘 모르겠고,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아, 그리고 전 안 졸린 것 같아요.
그랜드 터크 북쪽 해변. 한없이 얕은 해변에 맹그로브가 자란다. 동서남북 해변의 모습이 모두 판이하게 다른 것 또한 그랜드 터크의 매력일지도.
이 섬의 유일한 국립공원인 Columbus Landfall National Park. 콜럼버스가 상륙했다 하여 그리 이름 붙여졌지만, 상륙설이 있을뿐 완벽히 증명된 적은 없다.
하지만 그게 뭐 대수인가. 이렇게나 아름다운 바다인데.
그런 바다 한 켠에 비치바가 있다면 일단 들어가야 한다.
저 정도 바다색이면, 선계에서 칵테일 한 잔 즐기는 기분이 들 수밖에.
The Salt Raker Inn. 1830년에 지어진 유서 깊은 건물이지만 내부는 다 뜯어 고쳤다 하니 지내면서 불편할 일은 없을듯.
코크번 타운 (Cockburn Town) 거리의 모습. 유서 깊고 한적한 마을을 가로지르는 골목길. 거리를 걷는 저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랜드 터크 공항에 붙여진 미술 작품. 이곳 아이들의 작품이라는데, 생각보다 수준급이다.
이제는 그랜드 터크를 떠날 시간. 떠나며 생각해 보니, 이 섬을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시에스타'가 맞을 듯하다.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낮잠 한 잠 제대로 자고 나온 편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