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수만 명의 프로비덴셜스 (Providenciales) 에서 인구 불과 이천여 명의 노스 케이코스 (North Caicos) 로만 이동해도 벌써 판이하게 다른 한적함과 평온함을 느끼는데, 다시 인구 불과 백여 명의 미들 케이코스로 이동하면 어떤 느낌이 들까. 처음에는 의외로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두 섬이 둑길로 연결되어 있어 차로 금방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미들 케이코스로 연결되는 노스 케이코스의 동쪽 부분이 거의 개발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둑길을 넘어 한참 달리다 보면 문득 느끼게 된다. 한참을 달려도 차 한 대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지도에 분명 마을로 표시된 곳을 들어가 보아도 집 몇 채 없다는 것을.
물론 솔트 케이 (Salt Cay) 도 인구가 백여 명에 불과해 미들 케이코스와 비슷한 수준이기는 하다. 하지만 미들 케이코스의 면적이 솔트 케이의 20배에 달한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드디어 왜 어딜 가도 사람 한 명 만나기가 힘든 것인지가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다시 말해, 이 섬의 한적함은 카리브해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그 차원이 다르다는 것.
하지만 사람과 문명이 덜 채워져 있다면 그 대신 이 공간을 채우고 있는 아름다움과 즐거움이 있을 터. 그러니 이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이 섬의 속도에 맞추어 조금 더 느려지고 조금 더 너그러워져야 한다. 그렇게 이 섬을 바라보면서 발견되는 보물같은 자연의 아름다움. 그게 이 섬의 묘미 아닐까.
저 푸른 초원 위에.
(반대쪽을 보아도)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을 지어 두었다. 집은 아니고 호텔.
전혀 화려하지 않지만, 딱 봐도 느낌이 온다. 이 환상적 공간에 머무를 수 있는 가능성 자체가 럭셔리라는 것을.
호텔에 사는 검정 고양이. 머무는 동안 제법 이곳 저곳 따라다니며 애교를 부렸다.
저 푸른 초원의 끝에는 저 푸른 바다가!
석회암 지형을 비바람이 오랜 세월동안 깎아내고 나니 절벽 아래 자연 동굴이 생겼다. 이런게 바로 자연의 신비.
그 절벽 위에서 바라본 바다의 모습이 시원하기 그지없다. 같은 시간대 같은 바다인데 보는 각도에 따라 느낌이 다른 것 또한 자연의 신비.
그리고 저 푸른 초원 위에 석양이 내린다. 파랑색, 초록색, 주황색이 섞여 만들어내는 황홀한 광경.
그 황홀한 광경을 잠시 감상하고 절벽 위로 돌아와 보니 바다의 느낌도 다시 달라져 있다.
그 바다를 배경 삼아 즐기는 럼 한 잔의 행복. 그 어느 화려한 바보다도 즐거운 음주 경험이었달까.
럼 한 잔 즐기고 나니, 그새 또 신기한 구름이 만들어져서 해질녘 햇빛을 한껏 머금고 있다. 사방에 즐길거리가 널린 것이, 마치 스테이지를 돌아다니며 즐기는 락페스티벌같지 않은가.
그렇게 해는 졌지만, 다음날 새벽 다시 뜰 준비를 한다.
그리고 둥근해가 떠올랐지만 구름이 가려주는 순간을 포착. 장엄함을 넘어 성스러운 기분이 드는 순간이었다.
Dragon Cay의 모습. 암만 봐도 용같지는 않은데?
해변에서 바라본 절벽의 모습. 이 지역은 저위도라 주로 동풍이 부는데, 동풍이 부딪히는 절벽마다 침식 동굴이 만들어진 듯하다.
럼 한 잔을 즐기며 절벽 위에서 바라보았던 바다를 직접 딛어 본다. 모래가 예술이다.
미들 케이코스 도로의 끝은 어디일까 궁금해 달리다 보니, 슬슬 도로가 끝나가는 지점까지 와버렸다.
밤바라 비치 (Bambarra Beach) 의 모습. 곱디 고운 새하얀 모래가 듬뿍 깔린, 한없이 얕은 바다가 신기하다.
그런데 이 얕은 바다가 한없이 펼쳐져 있다. 도전 정신 강한 사람들은 벌써 저 앞까지 모험을 떠났고.
아니, 저 사람들은 대체 어디까지 가려고 그러지?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굳이 먼 바다까지 나가서 놀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 Bambarra Beach Bar에서 칵테일을 즐기며 그들을 기다릴 수도 있는 것이니까.
Bambarra Beach Bar에 걸려있는 터크스 케이코스 제도의 국기. 조개와 랍스터, 그리고 선인장이 그려져 있는 귀여운 국기.
섬을 무작정 달리다 발견한 버려진 비행장. 만약 비행기로 이 섬을 찾는다면, 이 활주로에 내릴 때의 느낌은 과연 어떨까.
노스 케이코스와 미들 케이코스를 연결하는 둑길 (causeway) 근처에는 수많은 맹그로브 군락이 서식한다.
둑길에서 바라본 한없이 맑은 바다. 바닥은 또 어찌나 하얀지, 신비스러운 느낌이다.
둑길의 모습. 여기를 지나 미들 케이코스를 빠져나갈 때의 아쉬움은 생각보다 컸다. 꼭 다시 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