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진 제도'가 미국령이 있고 영국령이 있다 보니, 두 버진 제도간 차이가 궁금하다는 사람들이 많다. 짧은 여행에 기반한 단편적 인상비평이겠지만, 둘다 모두 기본적으로는 유럽의 식민지 시절을 거쳤지만 미국령 버진 제도는 이후 일정 부분 미국화된 느낌을 보이는데 반해, 영국령 버진 제도는 상대적으로 과거의 모습이 더 많이 남아있다는 느낌을 준다. 뿐만 아니라, 양 버진 제도의 주 섬인 세인트 토머스 (Saint Thomas) 와 토르톨라 (Tortola) 를 비교해 봐도, 인구부터가 벌써 만 오천 명 대 만 명 정도로 토르톨라가 훨씬 한적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러한 한적함이 있기에 토르톨라 섬이 그만큼 매력이 있는 것 아닐까.
산 능선 도로에서 내려다본 수도 로드 타운 (Road Town) 의 모습.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안전한 항구를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West End 앞바다도 섬들이 자연스럽게 풍랑을 막아주다 보니, 이렇게 항구 겸 요트 정박장으로 쓰인다.
Brewers Bay의 모습. 험준한 산이 바닷가까지 달려왔는데, 그 산에 둘러싸인 바다는 그저 평온하다. 관광객 입장에서야 아름답지만 과거 살던 사람들은 고생 깨나 했을듯.
Cane Garden Bay의 모습. 해가 쨍쨍한데 바로 앞 바닷가에는 구름이 비를 뿌리고 있는 모습이 신기할 따름.
Belmond Pond와 뒤쪽으로 펼쳐진 Belmond Bay의 모습. 오랜 세월 바다가 쌓아올린 모래둑이 바다를 막아 만들어진 호수로, 염호이다.
여튼, 이렇게 험준한 산과 바다가 그려내는 풍경은 가히 장관이나, 산과 바다에 앞뒤를 가로막힌 형국이니 도로 하나 내기도 힘들었을 터.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이러한 환경에 훌륭하게 적응해, 이렇게 그림같은 집도 짓고...
... 이렇게 멋들어진 비치바도 지어 두었다.
비온 후 개인 하늘에 비를 다 못 뿌린 구름이 해와 함께 그려가는 장관.
그 장관을 즐기며 즐기는 칵테일 한 잔...
... 은 맥주까지 마저 한 잔 부르게 된다. 해지는 모습을 다 보기 전에 일어날 수는 없으니까.
해가 저 섬 너머로 넘어가고 나면...
... 식사를 할 차례. 드디어 하늘에서 눈을 뗄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런데 식사를 하기 위해 들른 근처 언덕 위 바에서 바라보는 하늘이 여전히 심상치가 않다. 그제서야 깨닫는다. 영화 다 보고, 크레딧 뒤 쿠키 영상을 안 보고 나왔구나.
그래도 본편보다 재미있는 쿠키 영상을 일부라도 보게 되어 다행. 다 보고 나니, 돼지고기 바베큐와 머드슬라이드 (mudslide) 한 잔으로 즐기는 저녁이 비로소 보람차다.
Lower Belmond Bay에 위치한 비치바. 외관은 허름해도 이런게 또 비치 감성 아니겠나.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잘 정돈된 비치바도 느낌이 있을 터. 어디에서 즐길지는 그날 그날 기분에 맡기면 될듯. 둘 다 즐겨도 되고.
체크인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더니 호텔에서 일단 비치바로 모신다. 바라던 바입니다 주인장 선생님.
칵테일 한 잔과 함께 기다리다 안내를 받아 들어간 방이 생각보다도 훨씬 근사하다.
테라스에서의 뷰도 흠잡을 데가 없고.
하지만 결국 조금 쉬다가 다시 비치바행. 비치바에는, 호텔 방이 아무리 훌륭해도 절대 제공해줄 수 없는 chill함이 있으니까.
칵테일을 즐기다 보니 문득 아침 식사 후 6시간이 지났음을 깨닫는다. 그래서 별 생각 없이 시킨 bar food인데, 퀄리티가 왜 이렇게 훌륭한지 (아시안 요리까지도!).
설마 싶어 한 번 더 시켜본 버터 치킨 커리도 흠잡을 데가 없다. 이 정도 간이면 셰프가 동양인인가 싶을 정도.
비치바 언저리에서 오후를 즐기던 중 발견한 도마뱀.
호텔의 식당 모습. 16세기에 세워진 sugar mill을 개조해서 만든 공간인데, 확실히 옛 건물이 나름의 운치가 있다.
창문 또한 옛 건물이 그 나름의 운치가 있다.
식당 앞 야외 테이블에서도 식사가 가능한데, 아기자기한 공간 구성이 예쁠 뿐 아니라 즐기기에도 편리하다. 식사와 칵테일, 그리고 커피까지도 몇 걸음 내에서 즐길 수 있는 구조.
Bar food를 통해 이미 짐작했지만, 저녁식사 또한 대만족. 생선이 이븐하게 잘 익었다. 이 호텔 셰프는 아마도 동서양 요리에 모두 통달한 듯.
그 사이 거의 다 져가는 해의 모습. 저 앞 해변에 앉아 있는 커플은 무슨 대화를 나누며 이 장관을 즐기고 있으려나.
밥을 다 먹고 다시 나와보니, 해는 다 졌지만 비를 채 다 내리지 못한 구름이 어우러지며 자줏빛 석양을 연출하고 있다. 따뜻한데 뜨겁지 않고, 평온한데 지루하지 않다.
떠나는 날 공항에서 만난 고양이. 그렇게 좋으면 꼭 다시 와서 보고 가라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