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네르 (Bonaire)

B cut

by LHS

두어 번 언급한 것 같지만, 카리브해 여행 관련 가장 많이 받아본 질문은 아마도 '섬들 어차피 거기에서 거기일텐데 왜 그리도 많이 다녔는지?'일 것이다. 그때마다 '단언코 섬마다 특색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지루할 새가 없다'고 답을 하는데, 그 대표적인 증거가 바로 이 보네르 섬. 한국에 살다 보니 염전 한 번쯤 볼 기회야 있을 수 있지만, 이곳에서는 차원이 다른 스케일의 염전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 물론 카리브해 최대의 염전은 이곳이 아닌 바하마에 있지만 (Great Inagua 섬에 Morton Salt사의 거대 염전이 있다), 그럼에도 여느 카리브해 관광지의 즐거움에 더해 카리브해 지역 양대 염전을 구경하는 이색 경험까지 가능한 곳이다.


20200307_144426.jpg 공항의 환영 문구. 보통은 '우리가 뭐가 아름답다' 자랑에 바쁠 텐데, 'Once a visitor, always a friend'라니 어딘지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느낌.


20200308_105158.jpg 공항 근처 호텔을 보니 이곳이 네덜란드령임이 새삼 느껴진다. 보네르 섬은 네덜란드 왕국의 구성국인 유럽의 네덜란드가 보유한 해외 영토로, 인근 아루바/퀴라소와 법적 지위가 다르다.


20200307_170805.jpg 공항을 빠져나와 5분 정도만 달려도 끝없는 한적함이 시작된다 싶었는데...


20200307_170010.jpg ... 갑자기 저 멀리로 이상한 구조물이 보이기 시작한다. 무언가를 바다로 실어내는 용도 같은데.


20200307_165935.jpg 더 다가가 보니 컨베이어 벨트 같은 것을 통해 무언가를 해변에 정박한 화물선으로 실어 내는 설비가 맞는 것 같다. 그럼 무엇을 실어 내는 것일까...


20200307_170030.jpg ... 생각을 하며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깨닫는다. 바로 엄청난 양의 소금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음을. 소규모 염전이야 구경해봤어도, 이런 현대식 거대 염전은 처음이다.


20200307_165428.jpg 알고 보니 Cargill 사의 염전이었던 것. 보네르 섬 면적의 무려 13%를 차지하는 이 거대 염전 하나에서 전세계 소금의 2.4% 정도를 생산하니, 그 규모가 놀라울 따름.


20200307_171042.jpg 이렇게 바닷물을 염전으로 끌어들여서...


20200307_165729.jpg ... 단계별로 증발시켜가며 염도를 높여가는 방식. 오른쪽 염전의 경우 염도가 상당히 높아졌는지 주변에 소금 결정이 하얗게 형성되어 있다.


20200307_171352.jpg 그런데 염전 근처에 이상한 '개집 마을'이 조성되어 있다.


20200307_171456.jpg 사람도 기어들어가야 하는 이 작은 집이... 개집이 아니라 무려 과거 염전 노예의 주거 시설이었다 한다. 이 집 하나에 5~6명씩 재웠다 하니, 끔찍한 노동 조건이 아닌가.


20200307_171428.jpg 그래도 네덜란드 정부는 이 어두운 과거를 숨기기보다는 그냥 담담하게 드러내는 길을 택한 모양이다. 최소한 숨기고 미화하려 하지는 않았으니 이 부분은 인정해주는 것이 맞겠지.


20200307_172600.jpg 또다른 노예 주거 시설. 사진 오른쪽의 오벨리스크는 해당 지역에서 선적 가능한 소금의 등급을 알려주는 용도로 세워졌다 하며, 오렌지색 외에도 빨강색, 파랑색, 흰색이 존재한다.


20200307_174236.jpg 아마도 옛날에는 풍차를 이용해 바닷물을 염전으로 끌어들였겠지.


20200307_174923.jpg 하지만 지금은 전동 펌프가 그 역할을 할 것이고, 풍력 발전기가 대신 세워져 있다. 그래, 이 정도 자연 환경이면 신재생 에너지도 할만 하겠지 싶다.


20200307_175726.jpg 신재생 에너지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먹이를 찾는데 여념이 없는 새 한 마리.


20200307_180952.jpg 카리브해 지역이지만 꽤나 건조해서 선인장이 자랄 정도 (이는 인근 아루바나 퀴라소도 마찬가지). 공기가 청정하면서도 습도가 높지 않으니, 돌아다닐 맛이 절로 난다.


20200307_192049.jpg 밤이 되었으니 요기를 할 시간. 염전만 있는줄 알았더니 수준급 식당도 즐비하다.


20200307_192840.jpg 세비체로 시작해, 풍족한 식사를 즐겼다. 확실히 여행의 즐거움은 먼 곳에 있지 않다.


20200307_204218.jpg 식사를 마치고 수도 Kralendijk의 거리를 걷는다. 밤이 되자 제법 선선해진 날씨를 즐기며 한가로이 거니는 사람들.


20200307_205617.jpg 주말이긴 했지만, 이 정도면 동네 사람들 다 마실 나온 셈 치면 되지 싶다.


20200308_112710.jpg 다음날 아침, 다시 뜨거운 태양이 대지를 비추고, 건조한 보네르의 풍경이 한층 더 이국적으로 다가온다.


20200308_122902.jpg 주변 언덕에서 바라본 Rincón의 모습. 인구 2천 명도 안 되는 작은 마을이지만, 의외로 16세기 초반부터 사람들이 거주했던 이 섬의 가장 오래된 취락이다.


20200308_114008.jpg 선인장 군락, 그 사이를 시원하게 지나가는 도로,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풍력 발전기. 전혀 상관 없는 조합 같은데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는 느낌에, 홀린듯 차에서 내려 찍었다.


20200308_121156.jpg 보고 싶은 플라밍고 대신 맞닥뜨린 석유 탱크. 베네수엘라가 세계적 산유국이다 보니, 인근 보네르/퀴라소/아루바에도 석유 환적 시설이 세워져 있다.


20200308_131029.jpg 한낮의 Kralendijk. 밤과 달리 상당히 한적한 것이, 아마도 한낮의 뜨거운 태양은 살짝씩 피해주는 모양이다 (물론 일요일 낮이라 다들 교회 갔을 수도 있지만).


20200308_160505.jpg 여튼, 짧은 여행을 마치고 이제는 퀴라소로 넘어갈 시간. 자주 느끼지만, 카리브해 지역에는 신기한 이름의 지역 항공사들이 참 많다.


20200308_164140.jpg 비행기가 보네르 섬을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Kralendijk와 바로 앞 Klein Bonaire 섬을 보여준다. 담백한 느낌이었지만, 이 섬의 추억은 앞으로도 오래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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