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하마가 워낙 많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언뜻 봐서는 그리 크지 않아 보이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랬다고 또 다 합쳐 놓으면 무려 13,880㎢에 달하는, 이 지역에서는 꽤나 큰 나라이다 (쿠바, 도미니카 공화국, 아이티 정도만 바하마보다 크고, 자메이카조차도 총 면적 기준으로는 바하마보다 작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워낙 많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섬 하나 하나의 면적은 또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예를 들어, 수도 나소가 위치한 뉴 프로비던스 섬의 면적은 불과 228㎢).
그런데 그 와중에 압도적 크기를 자랑하는 섬이 있으니 바로 안드로스. North Andros와 South Andros를 합치면 4,887㎢ 정도로 바하마 전체 영토의 35%에 달한다. 하지만 반대로 인구는 매우 적어 (7,700명 정도로 추정) 바하마 전체 인구의 2% 정도만이 살고 있다.
그렇다면 대략 예상이 된다. 일단 사람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로 텅텅 비어 있을 것이고, 그 자리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채우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관광 인프라도 제대로 안 갖춰져 있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하지만 관광 인프라가 너무 잘 갖춰져 있으면 또 발견할 수 없는 것들이 있는 법이니 (예를 들어, 때묻지 않은 사람들의 친절이라든지), 이런 곳도 한번쯤은 가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새벽같이 안드로스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그래도 정시 출발이니 감사하는 마음으로.
비행기는 먼저 South Andros의 Mangrove Cay에 잠시 들러 사람들을 내리고 태운 후 다시 출발한다. 허나 비행기가 작다 보니 10분이 채 안 걸렸던 듯.
다시 이륙한 비행기는 이내 North Andros의 Andros Town에 내린다. 막 해가 뜰 때 공항에 내리니 아침형 인간이 된 기분.
귀여운 터미널 사이즈. 카리브해를 다니다 보면 익숙해지는 크기일지도..
공항 터미널에 안드로스의 지도가 걸려있다. 8천 명이 채 안 되는 인구가 주로 섬의 동쪽 해안에 몰려 살고 있다.
사람 하나 없는 평지를 일직선으로 가로지르는 도로가 제법 시원하다.
아마도 여기는 파인애플 농장이려나?
한참을 혼자 달리다 발견한 Stafford Creek. 진짜 하천이라기보다는 바닷물이 내부 염호로 드나드는 출구인데, 좁아서 그런지 드나드는 물살이 상당히 강하다.
조금 더 달리다 보니 이번엔 London Creek이란다. 그런데 같은 염호로 연결됨에도 이쪽은 널찍해서 그런지 호수같은 느낌.
London Creek를 지나는 다리는 새로 놓은 모양. 카리브해 지역에서 널찍한 다리 은근히 보기 쉽지 않은데.
섬의 주 도로인 Queen's Highway를 벗어나니 바로 이런 숲길이 나타난다. 푸른 하늘과 구름이 숲과 잘 어울린다.
섬 북쪽 끝에서 만난 평화롭기 그지없는 맹그로브 습지. 고요한 평온함이 감돈다.
North Andros 북쪽의 Nicholls Town 앞 해변.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이런 것 아니겠나.
쉴새 없이 파도가 들이치지만, 그사이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없었다. 혼자 해변 전세 내는 기분이 이런 것일 터.
하지만 아무도 없는 해변에서 멍 때리고 나면 출출해지니 밥은 또 잘 먹어야 한다. Nicholls Town으로 돌아가 몇 개 없는 식당 중 하나에 잠시 안착.
뜰에 그냥 풀어둔 닭이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는 찐 시골 풍경. 닭이 보이는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는다.
일단 맥주 한 잔 하며 기다리니 곧이어 따끈한 음식이 나온다. 메뉴는 Cracked Conch. 바하마에서는 Cracked Conch에 거의 중독되어 다녔던 것 같다.
밥 잘 먹고 공항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발견한 이름 없는 해변. 이렇게 황량한데 따스한 해변 풍경 본적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