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섬이 많은 바하마이다 보니, 바하마의 섬마다 특색도 가지각색이다. 몇 킬로미터를 달려도 사람 하나 만날 수 없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반대로 수도 나소가 위치한 뉴 프로비던스 섬처럼 사람들로 북적이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바하마 인구가 약 40만 명인데 이중 약 75%인 30만 명 정도가 이 섬에 몰려 살고 있으니, 안드로스 등 인구가 적은 섬들과 비교해보면 인구 밀도 기준으로는 거의 1,500배나 되는 셈이다.
그러니 이 섬에서는 한가한 기분을 느끼기보다는 즐거운 관광객들 사이에서 함께 즐거워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한적한 느낌이 다소 부족한 대신 관광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여행의 편의성이 높다는 점도 이 섬의 강점 (그렇다고 해변 등 자연환경이 나쁜 것도 아닌 것이,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새하얀 해변이 즐비하니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바하마로 향하는 주요 항공편이 모두 이 섬에 도착하기 때문에, 이 섬을 바하마 여행의 관문 정도로 삼고 다른 섬들을 오가며 간간이 즐기는 것도 좋은 전략이지 싶다.
나소 공항에 착륙 준비 중인 비행기가 뉴 프로비던스 섬 북쪽 Cable Beach 근처를 지난다. 얕은 바다가 자아내는 옥색 바다빛에 벌써부터 들뜨기 시작한다.
말 그대로 착륙 직전 (착륙 10초쯤 전이려나), Love Beach 위를 지나는 비행기가 땅에도 선명한 그림자를 만든다.
다음날 새벽 공항으로 돌아가야 하기에 공항에서 최대한 가까운 게스트하우스를 잡았다. 즉, 특별한 관광 자원은 없는 동네. 그런데도, 바닷가로 걸어나가는 풍경이 벌써 심상치 않다.
이름 없는 바닷가. 바위 때문에 해수욕도 못하는 곳이다. 하지만 바다의 물빛만큼은 영롱하기 그지 없다. 그럼 대체 유명한 관광지는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이 아름다운 해변 또한 이름도 없는 바닷가. 바다 하나는 정말 부럽지 않은가...
그 이름 없는 해변에서 구름에 비치는 아름다운 석양을 보았다. 뜬금 없는 곳에서 보물을 발견한 기분.
아름다운 석양을 즐기고 난 다음 먹는 저녁식사는 유독 더 맛있는 것 같다. 하루가 잘 마무리된 것을 확인했다는 만족감이랄까.
물론 이와 함께 즐기는 칵테일도 즐거움을 돋구고.
다음날 찾은 다른 식당도 해변이 보이는 위치에 훌륭한 분위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친절함은 다소 부족했지만...).
그래도, 인고의 기다림 끝에 나온 Conch Fritter는 맛있었으니 됐지 뭐.
식사를 즐기는 사이 해가 거의 져가는 하늘. 밝은 기운과 어두운 기운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몇 분 안 가 어두워질 것이니, 그 찰나의 아름다움이 더더욱 소중하다.
호텔이 워낙 많은 곳이다 보니 어떤 곳을 고를까 고민했지만, 결국 적당한 가격대이면서도 나름 유서가 깊은 호텔을 선택했다. 이름부터가 British Colonial Hotel.
1900년 처음 지어졌던 유서 깊은 호텔이라는데 (화재로 소실된 후 1924년 재건축), 확실히 고풍스러운 느낌이 있다. 물론 수영장과 해변은 당연히 아름답고.
다만 체크인 후 이것 저것 챙기는 사이 저녁이 되어버려서, 다음날 새벽부터 다시 해변으로 나가보았다. 새벽부터 이미 갈퀴로 깔끔하게 정리한 흔적이 고맙다.
새벽의 해수욕을 즐기다 일출을 감상하는 경험을 할줄이야...
해다 다 뜨고 난 다음에는 공항 가기 전 잠시나마 빠르게 시내를 돌아본다. 주요 도로 중 하나인 Bay Street의 모습 (아침 일찍이라 아직 텅 비어있다).
Pompey Square의 모습. 19세기 노예 봉기를 이끌었던 Pompey라는 노예의 이름을 붙였다 한다.
바하마 국회의사당. 중앙동을 기준으로 왼쪽 건물이 상원, 오른쪽 건물이 하원 (하원 정원 39명에 상원 정원 16명으로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어쨌든 양원제).
국회의사당 바로 옆 대법원 건물도 동일하게 핑크색이다. 관공서 건물인데 어딘지 힙해진 느낌. 그리고 바로 앞 도로 주차장은 'Judge'라 표시된 것을 보니 대법관 전용인 모양.
나소 공공 도서관 겸 박물관. 허름해 보여도 나름 18세기 말에 지어진 유서 깊은 건물이라 한다.
Magna Carta Court 건물. 과거 법원으로 사용되었으나 지금은 로펌 사무소로 사용된다는 모양.
Trinity Methodist Church. 19세기 초 지어진 유서 깊은 건물.
Frederick Street Steps의 조형물. 어딘지 이색적인데, 색깔은 딱 봐도 바하마 국기에서 따온 듯하다.
Government House도 핑크색으로 잘 칠해두었다. 바하마 총독의 관저로 지어졌으며, 현재도 영국에서 영연방 국가에 파견하는 '총독'의 관저로 사용중.
나소 중심가 거리의 모습. 생각보다 오래된 건물이 곳곳에 보이니, 나름 걷는 재미가 있다.
Christ Church Anglican Cathedral. 영국 성공회 성당으로 무려 17세기 말 이 자리에 처음 세워진 유서 깊은 건물.
다시 호텔로 돌아오니 햇살이 쨍쨍해졌다. 아쉽지만 체크아웃 시간이니 마지막으로 한번 둘러보고 길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