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하마 관광청 공식 웹사이트에서는 일루서라 섬을 'a sprawling stretch of wild beauty'로 소개하고 있는데, 실제로 일루서라 섬을 돌아보면 곳곳에서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목격할 수 없다. 특히 체감상 사람 보기가 쉽지 않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는데, 인구도 약 9천 명 정도로 많지 않지만 섬이 워낙 길쭉하게 이어져 있어 (주 도로인 Queen's Highway로만 달려도 150km가 넘는다) 마을과 마을 사이 거리가 워낙 멀기 때문. 수도인 나소에서 비행기로 30분이면 닿을 수 있지만,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전혀 다른 분위기가 이어진다.
Pineapple Air이라니, 항공사 이름 치고는 참 귀엽다. 수도 나소와 일루서라의 세 공항만 연결하는 작은 항공사이다.
비행기도 연식이 좀 된 것 같지만 어딘지 귀엽다. 그래도 정시 출발.
Governor's Harbour 공항 앞 안내판. Eleuthera 섬의 모양은 참 신기하다. 극단적으로 가늘고 긴 형태.
자연 그대로의 모습에 도로 하나만 쭉 뻗어 있는 모습이 호젓한 느낌. 이 섬을 달리다 보면 이런 느낌을 종종 경험할 수 있다.
섬 북쪽의 Sapphire Blue Hole. 아마도 석회암 동굴이 장기간 침식되다 결국 천장이 무너져 이런 구멍이 형성되지 않았을까.
게다가 무려 다이빙 및 수영까지 가능. 그런데 사진 속 커플 얘기에 따르면 소금기 섞인 물이라 한다. 바다에서 600m는 떨어져 있는데, 결국 지하 동굴로 연결되어 있단 의미.
섬 북쪽 해안 Preacher's Cave Beach에 도착. 평온한 해변과 잔잔한 바다 위에 구름이 그림을 그린다.
일루서라 하면 떠오르는 느낌이 대충 이런 것. 사람 하나 없지만 포근한 자연 한 켠에 잠시 들어가 함께하는 기쁨. 이 광경을 눈으로 담고 있는 그 순간을 상상해 보라.
Preacher's Cave. 1600년대 이 앞바다에서 유럽 탐험가들을 태운 배가 좌초했고, 갈 곳이 없어진 이들이 장기간 머물렀던 곳이라 한다. 원주민들도 물론 살았었고.
Genes Bay Dock의 모습. 한가한 모습이지만, 일루서라에서 Spanish Wells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한다.
Current 근처 바닷가. 앞바다는 얕아서 하늘색이지만, 뒤쪽으로는 갑자기 깊어지면서 푸른색이 되었다. 섬 사이를 지나는 세찬 물살이 얕은 바다 가운데 통로를 파냈기 때문.
Current 마을의 북쪽 해안. 이 말도 안 되게 투명한 바다를 어찌하란 말인가. 이 위에 부드럽게 떠있는 요트 몇 대는 거들뿐.
Current 마을의 남쪽 해안도 말도 안 되게 투명하지만, 더 얕고 평온하기까지 해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Glass Window Bridge 안내판. 이렇게만 봐서는 잘 안 보이지만...
... 이 작은 다리가 바로 Glass Window Bridge. 이렇게만 봐서는 대체 뭐가 특별한지 싶지만, 사실 일루서라 섬의 가장 얇은 부분을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원래 연결되어 있었지만, 파도의 지속적인 침식 결과 결국 이 부분이 뚫려버렸다. 지금도 쉴새 없이 파도가 몰아지고 있으니, 이 다리도 언젠간 더 길게 지어야겠지.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이, 대서양쪽 파도는 그렇게나 거센데, 반대쪽 카리브해쪽 바다는 빛깔부터 파도까지 평온하기 그지없다는 점. 도처에서 자연의 신비를 느낄 수 있다.
흠... 이거 어디선가 많이 보던 로고랑 비슷한데... 여튼 주인이 재치 만점인듯.
밤이 되어서야 숙소에 들어간 뒤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새벽이 되자 다시 동이 트기 시작한다. 부리나케 일어나 루프탑으로 올라간다.
새벽 여섯 시가 조금 넘은 시간, 해가 뜨면서 하늘이 조금씩 밝아지고 있다.
얕은 언덕 말고는 굴곡 하나 없는 평평한 땅. 그 위에 따사로운 햇볕이 내린다.
루프탑이 조금 작아도 괜찮아. 자연 속 이런 풍경을 즐길 수 있다면.
다시 길을 떠나기 전, 편안한 하루를 선사해준 오두막에 감사를 표한다.
Governor's Harbour 마을. 얕디 얕은 바다 앞 조그마한 마을이 평화롭기 그지없는 모습이다.
땅과 바다, 하늘과 구름, 그리고 요트가 함께 만들어낸, 언제 보아도 그림같은 풍경.
Tarpum Bay 앞바다. 이름도 없는 바닷가인데도 이렇게나 아름답다. 특히, 파도 하나 없는 극한의 고요함이 일품.
이 사진 한 장에서 발견할 수 있는 청색의 계열이 대체 몇 가지인지... 자연이야말로 진정한 예술가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또 하나의 이름도 없는 바닷가. 때로는 모래 바닥보다 바위 바닥이 덜 단조로워 더 아름답다 느낄 때가 있다.
이제 슬슬 다음 섬으로 떠날 때가 되어간다. 그래도 잠시 요기는 하고 가야 하니, 공항 근처 비치바를 찾는다.
건물에 들어서면서부터 이미 바다가 보이니 자리에 앉기도 전에 신부터 난다.
야자수 사이로 시원하게 들어오는 바다, 그리고 그 위에 둥둥 떠있는 뭉게구름.
당장이라도 뛰어들고 싶어지는 풍경. 하지만 곧 비행기를 타야 하니 참아야겠지.
이 분위기에 취해 칵테일부터 한 잔 주문. 네그로니에 이런 분위기라면 상큼함은 한도 초과.
곧이어 나온 Cracked Conch. 겉바속촉이 보통 솜씨가 아니다. 당연히 순삭. 하나 더 먹고 싶었지만 참아야겠지.
드디어 공항. 아침 비행기가 늦은 오후에서야 뜨게 되었다 (뜨는 것이 다행이다 생각해야 할지도). 여튼 이렇게 자연에 파묻혀 지낸 1박 2일이 마무리된다. 또 올게요.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