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들루프가 워낙 큰 섬이다 보니 (제주도보다 조금 작은 정도) 이 지역 섬들이 다 비슷한 느낌 아닐까 싶지만, 사실 과들루프 주변의 작은 섬들은 꽤나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예를 들어 마리 갈란트의 평탄한 지형이 과들루프의 험준한 산과는 매우 다른 느낌이듯).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특이한 섬은 아마도 테르 드 오트일 터. 약 1,500명의 주민들이 시나브로 만들어온 작은 시골 마을 바이브도 그렇고, 면적이 6㎢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부분 지역을 걸어서 이동할 수 있다는 점도 그렇고 (물론 언덕길을 오를 때에는 숨이 좀 차겠지만).
그러니 이 섬에서는 무언가를 최대한 많이 보겠다는 의지 자체를 과도하게 가져갈 필요가 없다. 이 섬의 분위기 자체가 이 섬에 오는 이유이니, 그냥 흐름에 맡기고 즐기면 될 일이다 (단, 아무리 그래도 Fort Napoléon 정도는 가보도록 하자).
마리 갈란트를 출발한 페리가 테르 드 오트를 향해 다가가면서 섬의 윤곽이 점점 드러나기 시작한다. 첫인상은 생각보다 강렬. 마치 거대한 암초 같달까.
하지만 섬 뒤쪽으로 돌아가니 포근한 느낌의 마을이 숨어 있다. 바다도 훨씬 잔잔하고.
그래서 그런지 마을 앞바다에 요트가 대거 정박해 있다. 하긴, 바깥 바다는 너무 거칠겠지.
배를 내리고 보니, 부두 앞부터 깔끔하게 잘 정돈되어 있다. 관광지라 해도 그렇지 않은 곳들이 않은데, 그만큼 주민들의 노력이 많이 들어간 것이리라.
부두 앞 상점가도 마찬가지로 깔끔하고. 이거 이거 생각보다 좋은 곳에 와버렸는걸.
그리고 특히 감사한 것이, 단순히 관광지나 상점 뿐 아니라 일반 주택들도 모두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는 점. 다양한 파스텔 톤으로 칠해져 아기자기함을 더한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저 흰색 덧문의 지그재그 패턴을 대부분 주택들이 모두 똑같이 따라하고 있다.
참고로 이 섬의 관광객은 전동 카트만 빌릴 수 있다 (단, 카트라 해도 면허증이 필요하니 주의). 카트를 빌려 Fort Napoléon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포장 도로라 해도 산길이 은근 가파른데, 중턱에 만들어둔 전망대가 새삼 고맙다. 전망대에 서니, 바다 건너 과들루프 섬이 잘 보인다. 하긴, 1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으니.
섬 끄트머리 바위가 마치 코뿔소의 머리를 닮았다.
바다와 바위섬의 훌륭한 조화. 바위섬들이 내해를 지켜주어 안쪽 바다가 잔잔하다.
이제 Fort Napoléon에 거의 도착. 단, 요새 입구까지 카트가 올라가지는 못하고, 이렇게 도로변 주차장에 잘 세워두고 걸어 올라가야 한다.
입구로 걸어올라가면서 보니, 생각보다 견고한 느낌이다. 영국이 자꾸 이 섬을 노리는 것이 무서웠던지, 1867년 대대적으로 다시 지었다 한다. 하지만 이후 침략은 없었다고.
산 정상을 둘러 성벽을 세우고 그 안에 다시 직사각형의 성채를 지어둔, 복잡하지 않은 구조. 성채도 꽤나 견고해 보인다.
대서양 건너 요새에 나부끼는 프랑스 국기.
이 섬의 주요 관광지 아니랄까봐, 요새 안뜰을 제법 잘 가꾸어두었다.
하지만 역시 하이라이트는 시원한 경치 아니겠나. 동쪽을 바라보니 Baie du Marigot와 Plage de Pompierre 지역이 보인다.
당연히 복쪽으로는 과들루프 섬이 손에 잡힐 듯 보이고.
남서쪽으로는 마을이 보이고.
다시 봐도 비교적 야트막한 언덕에 둘러싸인 포근한 마을 입지 아닌가. 이러니 정감이 갈 수밖에.
요새 내부야 당연히 기능적으로 구성되어 있고, 오늘날에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각 방마다 이렇게 주제별 전시관으로 쓰고 있어, 나름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이제 요새에서 내려와 섬을 둘러볼 시간. 일단 Plage de Pompierre로 향한다. 잔잔한 바다가 넘실거리는 평온한 해변.
지나다 우연히 발견한 공항 (이 작은 섬에도 나름 공항이 있다니). 그런데 현재 미사용 중인지 그냥 문을 열어 두었다.
카트를 신나게 달리다 찍은 도로와 마을. 어찌 보면 별 것 아닌 풍경이지만, 생각보다 아름답다.
정처 없이 다니다 보니 어느새 섬의 서쪽 언덕까지 와버렸다. 이쪽에서 바라본 마을의 풍경도 꽤나 아름답다.
Anse Figuier에 도착. 넓은 해변은 아니지만 산에 둘러싸인 느낌이 포근하다.
이제 다시 마을로 복귀. 그런데 지나가면서 발견한 이 섬의 성당이 묘하게 매력적이다. 소박하다 못해 투박하게까지 보이지만, 그 누구도 편하게 받아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이 섬의 마을 사무소도 색감이 정말 예쁘다. 행정 업무 보러 갈 맛 나게 생겼다.
마을 사무소 앞 조형물. 하긴, 이 섬 사람들은 대대손손 바다와 함께 살아갔으리라.
아침에 보았던 상점가로 돌아왔다. 먹을 것보다도 시원하게 마실 것이 땡기는 시간대이니...
... 식당 대신 젤라또 가게로 들어간다.
그래 바로 이런걸 원했어. 젤라또와 커피, 탄산수를 연신 들이키며 한나절 부족해졌던 당과 수분, 카페인까지 모두 보충한다.
이제 배를 탈 시간이 되어가니, 부두 앞에서 기다리기로 한다. 그런데 이 아기자기한 바는 왜 이렇게 끌리지.
들어가보길 잘했다. 이 쿨한 분위기를 보고 어떻게 그냥 가겠나.
그래서 커피 한 잔과 칵테일 한 잔을 더 시켜 노닥거리고 있으니, 신선 놀음이 따로 없다.
드디어 승선 시간이 되어 배를 타러 간다. 작은 섬이지만 관광객이 워낙 많다 보니, 매일 여러 척의 배가 드나든다. 헷갈려서 다른 배를 타지 않도록 주의.
모두들 만족스러웠는지 배를 타러 나오는 표정들이 모두들 밝다. 즐거운 여행을 선사해준 섬과 섬의 주민들이 새삼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