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대한 생각
2017년, 마루 180 1층에 있는 마이크임팩트 스튜디오에 창업을 하고 첫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을 무렵이었어요. 전 직장 윤디자인그룹 김윤희 차장님께 연락이 왔어요.
“병호씨, 작년에 문화체육관광부 한글날 경축식 행사에 캘리그래피를 쓴 사람을 찾고 있다고 연락이 왔어. 그때 그거 병호씨가 쓰지 않았어?”
올해도 또 써줬으면 좋겠다는 연락이었습니다.
<온 세상, 한글로 비추다>라는 제목으로 570돌 한글날 기념 경축식 주제 글씨를 윤디자인그룹에서 근무하며 썼었는데, 571돌 한글날 기념으로 <마음을 그려내는 빛, 한글> 주제 글씨를 부탁하려고 주최 측에서 윤디자인그룹에 전화를 한 것이었어요.
570돌 한글날에 쓴 <온 세상, 한글로 비추다> 글씨는 한글날 국가 주요 인사와 한글 관련 단체 관계자, 시민, 학생 등 3000여 명이 참석하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경축식뿐만 아니라 서울 광화문 중앙・북측광장, 세종로 공원, 국립 한글박물관, 전국 국어문화원과 각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해 해외에 있는 세종학당(57개국 143개소)에 동일하게 사용되었습니다..
571돌 한글날 경축식 준비하는 주최 측의 연락을 받고 저에게 다시 전화 주신 윤디자인그룹의 김윤희 차장님(지금은 부장님)은 제가 퇴사한 직원이지만, 저에게 도움이 될 일이라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감사함을 표현하지도 못해왔네요.) 주최 측인 포유컴 이은영 부장님께서는 이번에도 잘 써주시면 좋겠다고 의뢰해주셨습니다. 곧장 사무실에서 써서 드렸고, 이번에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반응이 좋았다고 말씀 주셨어요.
저에게 주어졌던 두 번의 한글날 경축식 주제 글씨 경험은 제게 또 다른 기회가 열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MCA경영컨설팅을 통해 KT, LG전자와 같은 대기업에 포트폴리오를 전달할 수 있었고, 한국능률협회를 통해 마이다스아이티 최원호 이사님, 대명레저산업 안영혁 대표님, DB생명 이태운 대표님도 만날 수 있게 됐었습니다.
이 손글씨 덕분이었습니다. DB생명 이태운 대표님을 뵙는 날이었습니다. 뵙고 저녁엔 인천 지역 CCC(한국대학생선교회) 새친구 초대 행사 강연으로 청년 대학생들을 만나러 갈 일정이었습니다. 청년 대학생들에게 나눠주려고 준비한 손글씨 엽서 뭉치들을 이태운 대표님이 보시곤 기특하게 여기셨습니다. 청년들을 위한 응원 메시지들을 좋게 보셨고 곧장 전화를 거셨어요.
“예, 잠깐 미팅 가능한가요?”
곧 사장실로 들어오신 임원분이 이야기하셨어요.
“예, 대표님 부르셨습니까?”
“여기, 강병호 작가님이에요. 인사 나누셔요.”
“우리 직원들에게도 선물하고, 이번 콘퍼런스 때도 강 작가님이 직원들께 써주시면 어떨까요?”
그 자리에서 바로 글씨를 쓰게 됐습니다.
콘퍼런스 때는 선물을 만들기 위해 저는 글씨를 쓰고, DB생명 강석진 팀장님, 차병선 과장님, 박현준 과장님, 신철호 과장님, 장재혁 대리님은 함께 액자에 넣으셨었습니다. 그날 저녁엔 치킨을 사서 제자에게 찾아오신 MCA경영컨설팅 이주열 대표님과 사진도 남겼어요.(이 글을 쓰는 지금이 4월 10일, 딱 4년 전 오늘이네요.)
제 손글씨를 저는 스스로 소중하다며 아껴본 적이 없었습니다. 누구나 이 정도는 쓰는 사람이 많고, 캘리그래피라는 수준엔 못 미치는 글씨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대기업들에 연결시켜주실 때마다 이렇게 이야기드렸었어요.
“기업 회장님이나 사장님 같은 분들 만나며 경영 컨설팅을 하시는데, 제 글씨를 팔러 다니시는 것 같아서 저는 죄송스러워요. 제자 먹여 살리느라 껌 파시는 것 같아요. 평판에 안 좋을 것 같아요.”
“병호야, 롯데그룹도 껌 팔아서 롯데가 된 거야. 너 어려울 때 도와야지. 더 한 것도 팔지. 병호 글씨가 제일 이쁘고 힘 있고 멋진 글씨체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제 손글씨의 가치는 달라졌습니다. 제 법인 재정을 관리해주시는 ‘고객의 내일을 더 빛나게 해주는 사람’ 정성민 님과 만나 요즘 작업하는 도랑사구의 디자인 비용을 이야기하게 됐습니다. “제가 아는 가장 비싼 네 글자, 강병호 대표님이 쓰신 <도랑사구>.”라고 이야기해주더라고요.
이제는 제 글씨를 저 스스로 못났다고 하지 않게 됐습니다. 평범하다고 말하지도 않게 됐습니다. 다른 디자인 의뢰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전공자라 모릅니다라고 하지 않게 됐습니다. 가치 있게 바라봐주시는 분들이 계시니 저도 그만큼 더욱 마음 다해 작업에 집중하게 됐습니다.
일에 대한 생각 2022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