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ep.1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일주일간의 LA 모터쇼 출장. 우리는 딱 하루의 자유시간을 얻었다. LA의 수많은 관광지 중 어디를 선택하는 것이 최선일까. 고민하던 찰나. LA에서 살며 여행 온라인 매거진 <캘리홀릭>을 만들고 있는 선배 한 명이 생각났다. 캘리포니아 여행에 관해서 질문하는 거라면 그보다 더 좋은 선택이 있었을까?
“당연히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이지!
조슈아? 얼핏 들으면 사람 이름 같기도 하고..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낯익은 이름에 얼른 초록창에 검색해봤다. 아.. 이 나무!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있는 듯 독특한 모양새를 한 나무는 여호수아가 두 팔을 벌려 기도하는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Joshua’라고 이름 붙여졌단다. 가만히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나무도 나무지만, 우리가 묶고 있는 LA 다운타운과는 사뭇 다른 이국적인 경치와 별똥별을 볼 수 있는 곳이라는 사실에 호기심이 생겼다.
정말 캘리포니아에서 별똥별을 볼 수 있을까?
인생의 잊지 못할 순간을 꿈꾸며 우리는 달렸다. LA에서 동쪽으로 약 290km. 서울에서 대구 가는 거리 정도이니, 1박 2일 코스로 다녀오려면 새벽부터 움직여야 했다. 새벽 5시, 졸린 눈을 비비며 운전석에 올랐다. 오늘 두 다리가 되어 줄 차는 붉은색 지프 글래디에이터. 지프를 대표하는 모델인 랭글러의 바디를 늘려 적재공간을 확보한 픽업트럭이다. 한국에서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은 마니아들에게 인기가 좋은 모델. 다만 이 차는 루프를 떼었다 붙였다하기 쉽게 루프가 천과 비닐 소재로 되어 있어, 장거리를 고속으로 달릴 때에는 풍절음 때문에 때때로 귀가 먹먹해졌다. 하지만 눈 앞에 펼쳐진 이국적인 풍경을 감상하고 사진에 담느라 그 누구 하나 불만을 토하는 사람이 없었다. 일상적인 시각에서 보면 불만인 모든 상황들이 '여행'이라는 이름 안에서는 한 없이 너그러워진다는 것 이미 우리 마음에 여유라는 단어가 들어선 모양이다.
주홍빛 일출 두 눈으로 온전히 맞으며 두 시간쯤 달렸을까. 그동안은 볼 수 없던 돌 산들과 고갯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얀 풍력발전기로 가득한 황량한 대지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이 풍력발전기가 나오기 시작하면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이 머지않았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황량한 돌산들이 스쳐지 나가고, 드디어 마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공원 입구로 가는 길목에는 작은 미국 전통 가정식 집과 커피, 피자집 등 식당과 주유소들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는 그냥 봐도 제법 오래되어 보이는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JT 컨트리 키친’ 동네 맛집인 걸까. 웨이팅 번호 3번이란다. 점심시간에 찾아서 인지, 여행객보다는 현지 어르신들이 더 많이 눈에 띈다. 동네 한 바퀴 휘~돌고 나니 우리 차례. 간단하게 런치세트를 시켰는데, 역시 미국은 어떤 메뉴를 시켜도 혼자서는 다 해결할 수 없는 양이었다.
30달러로 얻은 자유
배도 두둑하게 채웠겠다. 조슈아트리 공원으로 서둘러 발길을 옮겼다. 입장료는 차량당 30달러. 한국이었다면 3만 원이 넘는 돈을 내고 무슨 공원에 풍경을 보러 가냐 말할지 모르겠지만, 태평양을 건너 이곳을 위해 달려온 여행자들에게 그 정도 가치는 충분했다. 30달러로 문이 열리고, 우리는 잠시 잃어버렸던 여유와 자유를 얻었다.
특별한 계획은 없었다. 그냥 발길 닿는 곳이 우리의 목적지였다. 공원 안에서 운전은 규정 속도만 지키면 크게 주의할 점은 없었다. 길을 따라 달리다 마음에 드는 풍경이 보이면 잠시 갓길에 차를 세우고 내려 사진도 찍고 걸으며 자연을 만끽할 수 있었다. 실제로 조슈아 트리 (사실 조슈아 트리는 나무가 아닌 용설란에 속하는 식물이다) 앞에 서 보니, 생각보다 더 키가 컸고, 노을에 비친 모습이 몽환적이기까지 했다. 우리는 뭔가에 홀린 듯 처음으로 나타난 거대한 바위더미 앞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무작정 바위산을 향해 걸었다. 그리고 다들 뭔가에 홀린 듯 바위산을 올랐다. 중턱쯤 다 달았을 때 포토 스폿으로 추정되는 평평한 돌이 눈에 띄었다. 한 발만 옮기면 낭떠러지. 아슬아슬한 포토존에 앉아 공원을 내려다 보니,대자연 앞에 인간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다시 한 번 실감이 났다.
캘리포니아를 한 눈에 키즈뷰 전망대
지금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캘리포니아의 최남단 풍경. 코첼라벨리, 팜스프링스, 솔튼씨, 샌하신토 마운틴 등을 한 번에 구경할 수 있는 죠슈아트리 공원의 ‘핫플’되겠다. 자동차로 거의 전망대 끝까지 다다를 수 있으니, 이보다 편한 전망대가 어디있으랴. 또한 개인적으로도 조슈아트리 파크의 ‘최애’ 공간으로 꼽을 만큼 그 경치가 황홀하기 그지 없었다. 여기는 해발 5천185피트. 돌 위에 앉아 끝없이 펼쳐진 산과 나무들을 보니 정말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저 멀리 보이는 도시는 온천으로 유명한 팜스프링스. 빅뱅의 재결합 무대로 이미 유명해진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이 열리는 곳도 저 멀리 보였다. 운 좋게도 날씨는 맑았다. 물론 거센 바람에 머리가 휘날려 정신이 없었지만, 인생샷은 건졌다. 아마 대대손손 이 사진을 자랑하지 않을까? 여전히 나의 프로필 사진으로 자리하고 있다.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키즈뷰 전망대. 그때의 바람 그때의 감동이 사진을 보니 다시 스물스물 올라온다. 머리 속까지 시원해지던 그 바람을 다시 맞으러 갈 수 있을까? 그때는 사랑하는 이와 함께라면 더 할 나위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