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PARKING PROJECT]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조슈아트리 국립공원+ 유카밸리 ep.2

by carlablife

별이 쏟아지는 카라반으로 가요


해가 완전히 떨어지기 전에 서둘러 움직여야 했다. 공원 근처 카라반에서 하룻밤을 묵어가기로 했기 때문. 심사숙고해 고른 숙소는 에어스트림 카라반이었다.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내려앉은 클래식 항공기 같은 그 고고한 자태에 반해 하룻 밤에 30만 원이 훌쩍 넘는 가격에도 망설이지 않고 결재 버튼을 누를 수 있었다. 물론 그곳이 별이 잘 보이고, 별똥별도 운이 좋으면 볼 수 있다는 주인장의 설명이 한 몫했다. 카라반으로 가는 길에 저녁 장도 보고 음식도 요리해 먹으려면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곳을 떠나면 '또 언제 와 볼 수나 있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에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머뭇거리다 태양이 완전히 눈에서 사라져 버리자 갑자기 마음이 바빠졌다.

KakaoTalk_20200129_110804348.jpg 다시 만나요

‘또 만나, 조슈아트리들아!’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에서 약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월마트를 비롯해 레스토랑 등이 있는 쇼핑몰이 자리하고 있다. 캠핑카에서 만들어 먹을 음식을 산다는 핑계로 요즘 유튜브에서 유행하는 ‘월마트 하울’을 계획했다. 그러나 해가 떨어지고 급속도로 기온이 낮아졌고, 점심 이후로 빵 한 조각 먹지 못한 우리는 추위와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쇼핑은커녕 배고픔에 닥치는 대로 쇼핑 카트에 쓸어 넣고는 서둘러 카라반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카라반은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옆 동네 유카밸리에 잡았다. 해가 지고 나니 캠핑장을 찾아가는 거 하나부터 미션이 따로 없었다. 가로등 하나 없는 깜깜한 시골길, 구글 지도 하나에 의지해 흙길과 모래를 달려 나갔다. 거의 다 도착했을 때쯤, ‘구글 지도가 주소와 다른 곳을 안내하니 참고하라’는 주인장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러나 주인장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 메시지가 기억이 날 때쯤 우리는 다른 이들과 같은 실수를 하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후진을 넣자 모래에 바퀴가 빠져 헛돌고 있었다. 다행히 우리가 탄 차는 이런 모래와 같은 험로에 특화된 브랜드 지프 아니겠는가.

KakaoTalk_20200217_124018682.jpg 별들에게 물어봐

사륜구동 모드로 모드를 바꾸고 가속페달을 밟자 식은 죽 먹기로 모래를 털고 나오는 글래디에이터의 듬직함에 엄지 척! 그렇게 험로를 빠져나오자 바로 옆, 머지않은 곳에 불 빛이 보였다. 진짜(?) 숙소의 철창 대문 비번을 누르자 관리인으로 추정되는 잘생긴 훈남이 우리를 숙소로 안내한다. 숙소에 짐을 풀고 이것저것 둘러보는데, 훈남 청년이 친절히 기능들과 사용법을 알려준다. 뭐, 가장 중요한 주의사항은 역시나 샤워였다. 장시간 물을 사용하면 뒷사람이 물이 모자랄 수 있다는 그런 당연한 말들이 이어졌다. 물론 물은 언제나 다시 채워 넣어주겠다는 친절한 멘트도 함께였다. 9시가 다 되어서야, 본격적인 우리만의 파티를 시작할 수 있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미국식 립아이 등심이다. 유투브로 스테이크를 공부했다는 팀원의 말만 믿고, 그에게 모든 요리를 넘겼다. 손으로 고기를 덥석 잡고 씨즐링을 하는 그의 모습이 제법 그럴싸해 보였다.

KakaoTalk_20200210_163353714.jpg 에어스트림의 고급스러운 실내
KakaoTalk_20200205_135856734_02.jpg 고요함, 평온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카라반
얼굴보다 컸던 스테이크 고기

이 맛에 캠핑오는 거 아니겠어?


어느 정도 양념이 배었다고 생각이 들었을때 쯤, 불판에 고기를 올렸다. 굽는 소리와 비주얼 그리고 향은 레스토랑 뺨치는 수준이었다. 캘리포니아 적포도주와 샐러드 등 근사한 한 상이 뚝딱 차려졌다. 하지만 그렇게 기대하던 스테이크를 한 입 베물었을 때의 실망감이란… “엄…. 좀 짜지만, 양념을 털어먹으면 괜찮을 것 같은데요?” 애써 긍정의 말들이 오갔다. 고기 한 입과 와인 한 입을 번갈아 마시다가 결국 나는 하늘의 별보다 빠르게 머릿속에 별을 만났다. 하늘이 뱅뱅 돌았다. 캠핑카에 누워 눈으로 창문 밖별을 쫓았다. 영화 속 한 장면이 따로 없었다. 누워서 별을 볼 수 있을 줄이야, 상상도 못 한 일이다. 게다가 와인까지 한 잔 곁들이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아쉽게도 별똥별을 보지는 못했지만, 별보다 빛나는 추억과 덤으로 힐링을 누릴 수 있었다. 아침 해가 뜨자 이곳은 조슈아 트리 덕분에 마치 다른 행성에 온 듯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심지어 캠핑장 곳곳에 자리한 경비행기와 빈티지 소품 등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그대로 화보가 될 만한 배경이 널려 있다. 만약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여기가 바로 인생샷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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