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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rmen Jul 21. 2016

아는 헤드헌터 소개시켜줘

이직의 기술

아는 헤드헌터 있으면 좀 소개시켜줘


올해 세 명의 지인으로부터 이런 부탁을 받았다. 그 세 명은 모두 나와 같은 시점에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첫 회사에 9년 이상 근무 중이다. 그들이 친정 같은 첫 회사에서 사원-대리-과장-차장으로 착착 승진하는 동안 나는 이직에 이직을 거쳐 4번째 회사에 사표를 내고 현재 공식적인 '은퇴'상태다. 나의 이직 뒤에 헤드헌터가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나에게 헤드헌터를 소개하여 달라고 한 듯하다.


그동안 나의 재취업 경로는 다음과 같다:

두번째 회사 - 대학교 선배 추천

세번째 회사 - 헤드헌터 소개

네번째 회사 - 내가 회사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고를 보고 직접 지원


이것만 보면 이직을 위해서는 1) 평소 인맥을 관리하고 2) 헤드헌터들을 사귀어 놓고 3) 가고 싶은 회사의 홈페이지를 수시로 살펴보아야 한다. 표면적으로 보면 그러하다.


하지만 내가 가장 비추 하는 이직은 헤드헌터를 통한 이직이다. 기본적으로 헤드헌터는 기업에서 필요한 인재를 찾아서 채용으로 성사될 때마다 수수료를 받는 직업이다. 그들에게 구직자는 상품이고, 채용 기업은 고객이다. 헤드헌터가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는 많은 채용 건을 성사시키거나 (대량 판매), 높은 레벨의 포지션을 채워야 한다 (고가격상품 판매). 그럼 10년 이하 연차의 구직자는? 당연히 어디든 입사시켜야 장사가 된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헤드헌터와 연락하거나 그들을 통해 기업에 지원할 때마다 여러 가지 짜증을 느꼈다. 가장 대표적인 일화를 소개하면,

올해 4월, 어떤 헤드헌터가 나에게 메일로 '프랑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디지털 광고 에이전시의 Account Strategist' 포지션을 추천하였다. 'Account Strategist'는 내가 다니던 회사에서만 쓰는 독특한 포지션이라 내가 다니고 있던 회사가 맞는지 물어봤는데 역시나 맞았다.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를 헤드헌터를 통해 추천받다니.

내가 몇 년 전에 구직 사이트에 올린 이력서를 보고 연락했다는데, 어떻게 그 이후 경력은 전혀 확인하지 않고 연락할 수 있는지, 보통 이런 식으로 구직자들에게 접근하는지 궁금하고 놀라웠다.

그리고 당시에 내가 다니던 회사는 에이전시가 아니라 광고 매체사다. 둘 사이에 인력이 왔다 갔다 할 수는 있지만 엄연히 다른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내가 만약 무슨 일을 하는 회사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했을까?


여기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헤드헌터는 채용 포지션/기업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

많은 구직자와 많은 채용 포지션을 다루다 보면 디테일에 약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헤드헌터는 채용을 의뢰한 기업 또는 그 기업이 속한 업계에서 일하지 않기 때문에 이 포지션으로 입사했을 때 하게 될 업무나 요구하는 자질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헤드헌터가 전문 채용 영역 (예: IT 담당 헤드헌터)이 있다고 해도 말이다. 그래서 헤드헌터한테 들었던 말과 면접에서 기업 담당자에게 들었던 말이 달랐던 적이 심심치 않게 있었다. 그리고 본인도 한때 광고인이었다고 소개하던 어떤 헤드헌터는 디지털 광고 포지션을 묻는 나에게 '광고는 그래도 4대 매체 광고가 메인이지'라는 철 지난 꼰대 발언을 해서 헤드헌터의 전문성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더 중요한 사실, 헤드헌터는 내 커리어와 인생에 별로 관심이 없다. 그들의 관심은 구직자를 고객사에 연결시켜주는 것뿐이다. 그래서 내 커리어 개발을 위한 최상의 카드가 아니라, 자신이 들고 있는 카드를 나에게 먼저 내민다. 그 카드를 짚을지 말지는 내 선택이지만. 




헤드헌터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받고 싶다면


헤드헌터를 이용해야 한다. 그리고 헤드헌터를 이용하려면 헤드헌터를 만나기 전에 내가 원하는 것이 명확하게 내 머릿속에 있어야 한다. 내가 이직하고자 하는 업계, 기업 리스트, 직무, 연봉, 기타 조건들이 정해져 있어야 한다. 그래야 헤드헌터가 무작위로 내미는 카드들 중에서 나의 니즈에 맞는 카드만 쏙 뽑아먹을 수 있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 심사 기준을 만드는 방법으로 나는 자신과의 대화를 추천한다. 일기를 쓰면서 생각을 정리해보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


 



결과적으로 나는 헤드헌터를 소개해달라는 지인들에게 헤드헌터를 소개해주지 않았다. 대신 내가 세 번째 회사로 옮길 때처럼 피플앤잡에 들어가서 관심 있는 공고에 지원하면 그 공고에 합격하지 않더라도 비슷한 자리를 알고 있는 헤드헌터들과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고 알려주었다. 피플앤잡이라는 채용공고의 바다에서 어떤 공고에 낚싯대를 드리울지 결정할 때 개인의 적성, 가치관, 경험 등을 짧게나마 돌아볼 수 있기 때문에 헤드헌터의 도움을 받더라도 낚싯대의 방향은 스스로 결정하기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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