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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rmen Jul 20. 2016

'천직'이라는 파랑새를 찾아서

이야기 #1

대학교 때부터 나는 소비자 또는 유저의 니즈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마케팅과 IT 사이에서 찾고싶었다. 일단 경영학과에 진학하여 마케팅에 대한 공부를 먼저 시작했고, 졸업 후 광고대행사에서 마케팅 실무 경험을 쌓았다.

이즘이면 되었다 싶었을 때 계획했던 대로 IT로 뛰어들었다. IT기업에서 디지털 마케팅 컨설팅과 디지털 광고 영업으로 5년 정도의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마케팅과 IT, 두 분야를 아우르는 복합적인 솔루션을 창출해야 한다는 나의 사명을 완성하기 위해서 데이터 사이언스를 공부하기로 했다. 


이야기 #2

나는 첫 직장이었던 광고 대행사를 다니며 TV 광고의 일방향적인 면에 큰 회의를 느끼고 다른 일을 찾기 전 머리를 식히는 차원에서 남미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 중에 파타고니아의 멋진 풍경을 보며 문득 '데이터를 이용하면 정확한 광고 효과 측정은 물론이고 개인화된 광고, 마케팅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이 우연한 깨달음을 시험해보고자 남미에서 당장 한국으로 돌아와 디지털 마케팅, 디지털 광고 일을 하면서 내 깨달음에 확신을 얻었다. 그래서 데이터 사이언스 석사에 도전하게 되었다.




두 가지 이야기 모두 내가 지어낸 이야기이다. 죄송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처럼 운명처럼 정해진 것도 없었고, 두 번째 이야기 같은 우연도 없었다. 스무 살 이후 지금까지 몇 번의 중요한 결정 - 자퇴, 재수, 취업, 퇴사 등 - 을 내리면서 어떤 길로 오긴 했지만 그 길이 정확히 어떻게 연결되고 어디로 이어질지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내 것인 줄 알았는데 겪어보니 나에게 맞지 않은 옷이라 옷걸이에 다시 걸어두고 나온 분야나 일도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안갯속 길을 걷고 있고, 나를 스쳐갈지도 모르는 것들을 둘러보고 있다. 하지만 지금 바로 여기에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어쩌다 데이터 사이언스를 새로운 커리어로 선택했는지, 그 과정은 이야기할 수 있다.  




진로에 대한 고민은 20대의 나를 관통하던 메인 테마 중 하나였다. 다들 고민하는 주제이지만 나는 좀 심각한 편이었다. 취업 전에도 그 이후에도. 첫 회사의 업무에 깊은 회의감을 느꼈지만 이직을 하자니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나 자신과 내 진로를 생각해보고자 9개월간 중남미 여행을 떠났다. 잠시 방학을 갖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만큼 절실하게 나를 찾고 싶었다. 


 중남미 여행 이야기는 여기로 


그렇지만 여행이 끝난 이후에도 나의 진지한 고민은 계속되었다. 또다시 고민의 웅덩이로 입수한 이유는, 한국으로 돌아와 재취업 한 회사와 업무가 나에게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름 중남미 여행에서 했던 생각들을 반영해서 입사한 회사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여행중에 하는 진로 고민과 돈을 벌면서 하는 진로 고민은 절박함의 차원이 달랐다. 여행할 때 그려본 진로는 '나중에 어른이 되면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같은 어린아이의 꿈처럼 당장 일어나지 않을 일이기에 공수표를 날리듯 부담 없이 이것저것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러나 매일 아침 출근을 하는 입장에서는 하루빨리 이 회사를 벗어나고 싶지만 그렇다고 묻지 마 이직을 했다가 더 힘들어질 수 있으니 함부로 옮기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여행할 때 보다 더 빡세게 고민하고 조사했다. 내년에는 지금보다 더 만족스러운 직장에 다니는 내가 되기 위해서.  


나는 남미의 30시간 버스에 올랐을 때처럼 나 자신과의 대화를 다시 시작했다. 

내가 왜 이 일과 회사를 좋아하지 않고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지,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일은 어떤 것인지. 

나는 주중에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주말에 혼자 일기를 쓰면서 글로 정리했다최근에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 한걸 봤다. 마윈이 말하는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란 행동하지 않은 채 생각만 하는 사람들인데, 특히 공감이 갔던 부분은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이 구글이나 포탈에 물어보기를 좋아하고, 희망이 없는 친구들에게 의견을 묻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나도 검색엔진을 전전했었고, 다른 사람의 링크딘 프로필을 보며 부러워하기도 했고, 친구들과 커피숍에 앉아 몇 시간 동안 현 직장에 대한 이런 불만과 저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었다. 


출처: http://moneypool.kr/bbs/?t=1r


물론 수다나 세상에 널린 정보, 주변 사람들이 나의 진로를 찾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들이 도움이 되려면 일단 나의 중심이 단단히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취향이 전혀 없는 사람은 뷔페에 가서 헤맬 수 있지만, 자신의 취향은 물론이고 왠지 고기가 먹고 싶은 현재 자신의 상태까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괜히 여러 가지 음식을 집어왔다가 입만 대고 먹지 않는 일은 없다. 그래서 외부에서 들어오는 인풋을 적절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차분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두서없이 적어 내려가야 한다. 


어쨌든 이런 상태로 회사를 견디던 와중에 어떤 프로젝트에 보내졌다. 프로젝트 자체는 난항이었고 내 능력, 나에 대한 평가도 덩달아 난항이었지만 그 프로젝트는 내 인생에 유레카였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그 프로젝트에서 찾았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면 그때까지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내가 하고 싶은 일의 범주를 '경기도' 정도로 좁혔는데, 그 프로젝트를 계기로 경기도 중에서도 '파주시'가 내 것임을 깨달았다고 할까. 역설적으로 두 번째 회사 재직 기간 중 가장 힘든 시기에 말이다. 


그 당시에 내가 발견한 것은 구체적인 업무가 아니었다. 그것은 청사진에 가까웠다. 그 청사진을 구현하는 방법은 그다음 직장과 다음다음 직장에서 찾았다. 그게 데이터 사이언스다. 지구 반대편에서도 찾지 못했던 파랑새는 의외로 직장에서 찾았다. 물론 파랑새를 알아보기 위해 노력한 건 내 몫이었지만.




여기까지 말하면 다 끝난 것 같다. 석사 졸업 후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되면 내 진로 고민은 드디어 마침표를 찍는 것처럼.


물론 아니다. 데이터 사이언스로 어떤 분야의 문제를 해결할지, 어떤 스킬에 집중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고, 지금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새로운 발견이나 문제도 등장할 것이다. 늘어나는 평균 수명을 고려하면 인생 어느 시점에 또 직업을 바꾸는 일도 있을 것 같다. 


중요한 건 사는 대로 살지 않는 것. 물론 나도 편할 때는 흐르는 대로 살다가 주로 힘든 순간에만 고민을 해왔지만 행복한 밥벌이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타임라인 위의 타인의 삶보다는 나 자신에 대해 더 생각하고 정리하는 내가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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