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울프콜>이 제기하는 논쟁거리, 인간 vs. 시스템
<울프 콜>은 안토닌 보드리 감독의 첫 장편 영화이다. 2004년 프랑스 외교부 소속 외교관으로 임명되어 미국과 스페인 등지에서 외교관 생활을 한 보드리는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 2015년 외교부를 떠났다. 그는 <울프 콜> 구상을 가지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영화사이자 유럽 최대 영화사인 파테(Pathé) 제롬 세이두 회장을 찾아갔다고 한다. 두 사람이 만난 그 자리에서 영화 제작이 결정되었다.
보드리 감독은 "잠수함이란 근본적으로 인간적이고 시적이며 영화적인 환경"이라며 "잠수함 속 승조원들은 지상의 모든 일상과 단절되어 오로지 명령과 절차 속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만을 가지고 생사를 결정해야 하는 극한의 상황을 경험한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철저히 잠수함 승조원의 관점에 서 있다. 특히 핵 미사일 발사와 같은 극단적으로 예외적인 상황에 처하여, 작전규칙에 따라 외부와 모든 연결을 끊고 의사결정을 할 때 그 결과에 대해선 명령에 복종하는 것 말고는 책임지지 않지만, 동시에 인간인 이상 군인으로서 그러한 결정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에 관한 회의가 들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잠수함에 하달한 핵 미사일 발사 명령은 절대 번복할 수 없고 심지어 명령했던 대통령조차 취소할 수 없다'는 작전규칙은 규칙 자체로 어마어마한 전쟁억지력이다. 만일 테러나 쿠데타와 같은 변고로 대통령이 억류된 상태에서 자신의 의지와 국가의 이익에 반하여 명령을 취소하는 사태를 막기 위한 규칙인 만큼 타당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영화 <울프 콜>이 다루듯 '함정'에 빠졌거나 '착오'가 발행했을 때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것은 시스템 상의 가장 큰 하자로 느껴진다. 영화는 시스템보다는 인간을 신뢰하는 것으로 결론을 맺으며 끝난다. 아마도 그게 관객들에게 줄 수 있는 최선의 감동과 울림일 테지만 그렇다고 하여도 논란거리가 남는다. 그런 번복이 잘못된 선택이 아님을 죽어가는 인간은 어떻게 확증할 수 있는가. 보편적인 논쟁거리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심각한 논란이 사실 논란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국가관과 군인윤리에 입각하여 갈등을 겪는 상황을 영화화할 수는 있겠지만, 적에 의해 우리가 핵폭탄을 맞았다면 그 순간부터 보복은 무의미하다. 전쟁 억지력은 억지를 위한 수단이지 보복 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합리화하여도 선하고 정당한 핵미사일 발사는 없다.
만일 시스템과 인간 중, 시스템에 해당하는 것이 영화에서 다룬 핵미사일 발사처럼 극단적인 것이 아니라면, 그때 선택은 항상 어려움에 처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그 말은 아무리 강력한 시스템도 언제나 인간으로부터 도전을 받는다는 이야기이겠다. 감독의 결어가 그다지 틀리지는 않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