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프랑수아즈 사강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by 안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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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의 대열에서 아줌마의 대열로 마지못해 넘어가고 있는” 주인공 폴은, “그렇게 전적으로, 그 무엇으로도 대체불가능한 방식으로 행복했던 마지막 순간”으로 25살을 적시한다. 소설 속 폴은 39살이다. 이 소설을 쓸 때 작가의 나이는 24살이다. 소설이 아니라 작가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면 프랑수아즈 사강에게 전적으로 행복할 시한이 1년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작가의 일생을 예감케 하는 문장이다. 사강은 평생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노년에도 청년처럼 살았다.


그리하여 사강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1995년 60살 먹은 사강이 코카인 소지 혐의로 기소될 때 한 말이다. 19살에 <슬픔이여 안녕>을 발표하며 약관의 스타작가로 문단에 데뷔한 뒤 적잖은 글을 썼지만 그의 삶은 자신을 파괴할 권리의 행사로 점철됐다.


소설 속 39살 실내장식가 폴에게는 불성실한 애인 로제가 있다. 6년째의 오래된 연인 관계를 이어가던 중 등장한 25살의 청년 시몽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며 폴을 콘서트에 초대한다. 이후 시몽의 열정의 물음표가 폴의 망연한 말줄임표로 바뀌는 과정을 펼쳐 보이면서 소설은 전개된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간단히 연애소설로 정의될 수 있지만, 더 폭넓게는 사랑이 전시된 인생풍경을 그린다. 감각적이고 세밀한 연애심리 묘사가 압권이다. 한데 영어단어로 vivid 하게 그려진 열정은 생각보다 느슨하게 늘어진다. 그 느슨함은 상대보다 자신을 더 사랑하기 때문이 아닐까? 프랑스인은 브람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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