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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은정 Feb 05. 2018

[칼럼] 사랑은 변하는가?

사랑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질문 몇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상대방을 사랑하는가? 상대방을 사랑하는 나를 사랑하는가?" 이 질문과 "사랑이 어떤 이유로 변하는가?"이다. 그래서 이제 한가지는 대략적인 결론을 내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건 장기간 고민한 것이라기 보다는

영감처럼 날아든 생각을 정돈하는 차원에 가깝다. 그렇기에 나중에 혹시 모를 생각의 변화를 기꺼이 열어두고자 하자. 아무튼,,

"사랑이 어떤 이유로 변하는가?" 이전에 "사랑이 변하는가?"를 먼저 고민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것은 연결되어 있는 질문이라기 보다는 방향이 다른 질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랑이 어떤 이유로 변하는가?"라는 질문은 '사랑이 변한다'라는 것이 전제되어 있고 "사랑이 변하는가?"라는 질문은 '변하지 않을 수도 있다'라는 방향의 답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먼저 이 방향을 결정해보기로 했다. "사랑이 변하는가?"에 대한 나의 답변은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로 정했다.

물론, 여기에서 사랑이 변하는(식거나 사라지고 약하지고 희석되는 종류의 것들) 아주 선명한 상태들을 제쳐두고 말하기로 하겠다.

예를 들면, 사랑이 변한 것 같은데 아닌 것도 같고, 상대방이 혹은 스스로가 의심스러운 여러 생각이 드는 상황들을 주로 다루려 한다. 특히 '결혼'이라는 사랑의 '결실'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 싶은 것이다.

아무튼,,

그리하여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 사랑은 식지 않는다. 사랑은 없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가 사랑이 변했다고 하고 식었다고 하고 없어졌다고 하는 것은 내 안에 어떤 모양이 있기 때문이다. 사랑의 모양. 사랑은 이러이러한 모양이라는 원래 가지고 있었던지 혹은 사랑이 시작되면서 겪었던 것이 기준이 되었던지 그런 게 있는 거다. 그런데 같이 각각의 일상이 공유되는 사랑의 '세월'을 살다보면, 그 모양이 내가 가지고 있는 그것과 달라지는 때가 온다. 그리고 이 때를 참으로 견딜 수가 없다. 왜냐하면 사랑이 변한 것 같아서 그 불안과 야속함이 지배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에게 물어보면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여전히 사랑하고 가장 먼저 생각나고 잘못되었을 때 가장 먼저 오열할 것이다. 허나 이전의 모양과 지금의 모양이 달라지는 것이 사랑의 '증명'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사랑 자체가 사라진 것처럼 느껴진다. 사랑의 양이 늘거나 줄거나의 차이까지는 모르겠지만 사랑은 변하지 않았다.

사랑이 변한 것이 아니라 사랑의 모양이 변한 것이다. 그리고 이제 사랑하는 사람들의 그 '세월' 안에서 그 모양을 맞춰가는 시도가 필요하다. 그것까지 해야 미심쩍은 것들을 확인해볼 수 있다.

많이들 이 모양을 견디기가 어렵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렇게 하지 않으면 사랑하는 게 아닌데 상대방은 사랑한다고 하고 내가 생각하기에 이렇게 하지 않으면 사랑하는 게 아닌데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요즘 행동이 이상하다. 그런데 마음 안에 물어보면 여전히 사랑하는 게 분명하다. 사람은 영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사랑이 있는지 없는지는 본능적으로 감지할 수 있다. 사랑이 여전히 있다는 것은 알 수 있는데 모양이 영 아닐 때 그 모양을 받아들이거나 조율하거나 요청하거나의 방법을 추천한다.


친구와도 사랑도, 배우자와의 사랑도, 오래된 연인과의 사랑도, 아이와의 사랑도, 가족과의 사랑도 모양이 변한다. 그러나 더 안쪽에 있는 사랑의 본질은 분명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신뢰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겉으로 드러나 모양만으로 그 본질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모양만 예쁜 사랑은 곁국 공허일 뿐이다. 이것이 가장 아프다. 왜냐하면 본질은 노력으로 형성되는 게 아닐테니.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 사랑의 모양이 변할 뿐. 그 모양 안쪽에 여전한 사랑의 본질을 본다면 모양은 같이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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