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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은정 Feb 24. 2018

영화 인문학에서 대중영화를 다루는 이유

영화 인문학에서 대중영화를 많이 다루는 이유

영화 인문학 강의에서 영화를 선정할 때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봤던 영화 중에서 감명 깊었던 영화를 선정하기도 하고, 

누군가가 추천해준 영화를 선정하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영화를 선정하기도 합니다. 영화 인문학 강의 대상이 청소년일 경우 

영화 선정이 더 많이 고민스러운 것이,  ‘영화’라는 단어가 주는 흥미로움이 ‘인문학’으로 무거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 인문학 강의 초기에 나 혼자만의 열망으로 영화를 선정해서 아이들을 수업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영화들은 내가 개인적으로 인생에서 아주 좋아하는 영화들인 [포레스트 검프], [죽은 시인의 사회], [모던 타임즈] 등이었는데, 

나의 열망이 채 전해지기도 전에 아이들은 이 영화를 모른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아니 어떻게 톰 행크스와 로빈 윌리암스를 모를 수가 있지...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가 그 위 세대의 배우들을 모르듯이 당연한 것이었고 그러다 보니 흥미를 일으키기 위해 배우를 설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여러 번 거치면서 애니메이션과 영웅물 시리즈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강의 때 영화를 새로이 볼 수도 없거니와 영화에서 

물어오는 질문을 토론하는 것이 목표인데 영화 내용을 설명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낼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는 영화가 무엇일까? 

그리고 아이들은 어떤 영화를 가장 좋아할까 라는 고민에서 얻어진 결론이 애니메이션과 마블 영웅물 시리즈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봤을 법만 영화, 

보지 않았더라도 내용을 일부 들어봤을 법한 영화 그리고 애니메이션과 마블 영웅물 뿐만 아니라 대중적으로 사랑 받는 영화를 통해 인문학이 

먼 것이 아니라 가까운 것이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꿈꾸는 것이 일상의 인문학이라 어느 날 큰 맘 먹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형태가 아닌 일상에서 접해지는 것들에서 사색과 사유를 만나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가장 컸지요.
그렇게 해서 애니메이션과 대중영화들을 공부하면서 어떤 영화들 속에서도 질문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반갑고 기뻤습니다. 무언가 거대한 질문이 

주어져서 그것을 생각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소한 것에서 작은 키워드를 발견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는 것에 도착하게 됩니다.
영화는 이미 우리 생활 안에 굳건하게 자리잡은 문화라는 기호, 소통 통로입니다. 자의로, 타의로, 선택과 우연으로 많이 접하게 되지요. 

그 접하는 지점에서 자신을 만나는 또 하나의 통로가 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영화들을 선정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영화들이 이야기 하고자 하는 내용들은 감독의 입장이 아닌 대중의 입장에서 접근하려고 합니다. 많은 감독들이 영화의 내용과 의도는 

이런 것이다 라고 밝히지 않는다고 합니다. 영화의 결말을 가지고 논란이 일 때 “결말 이건데.”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영화를 만든 것은 감독이지만 영화를 보고 해석하고 가져가는 것은 관객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선정한 영화와 질문들 역시 나라는 한 사람의 관객이 느꼈고 전해 받은 것을 토대로 구성한 것입니다. 또한 강의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모아진 이야기들입니다. 그래서 작은 바램은 이 질문들에 마음이 공유되어 스스로는 어떤 것들을 느끼고 답변하는지에 몰입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영화는 보여주는 시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보는 시각이 중요합니다. 내가 보는 영화가 바로 그 영화이지요. 영화를 볼 때 그 영화에 보다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말씀드리면,
1) 나에게 인상 깊은 장면이나 대사 생각해보기 혹은 기록하기
2) 내가 감독이라면 영화를 만든 의도가 무엇이었을까?
3) 모든 장면에는 이유가 있다. 왜 저 장면을 굳이 길게 그리고 줌 화면으로 보여줬을까?
4) 영화 제목이 왜 그것일까?
5) 가장 좋은 방법은 영화를 즐기는 것
영화를 볼 때 어떤 메시지를 발견할 것인가 보다 중요한 것은 그 메시지를 가지고 어떻게 질문하고 나에게 적용할 것인가 입니다. 

영화를 통해, 영화의 장면들을 통해 나를 어느 통로로 안내해가는 질문들을 만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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