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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은정 Feb 28. 2018

3월을 맞이하며

3월부터 어떨지 알겠기에 본격적으로 맞이하기 전에 충전의 시간을 가지려고 제주도에 왔다. 2박 3일.

제주도의 한 청소년 기관과 강의 관련 미팅을 하고 드라이브에 나섰다. 산방산 푯말을 보고 가던 길을 꺾어서 들어서니 유채꽃 밭이 있는 것이다. 제주도는 지금 차에서 에어컨을 켜야 할 정도로 따뜻하다. 몹시~~

꽃들이 모여 있는 곳, 꽃밭 한 가운데 있으니 숨이 천천히 쉬어지는 느낌이다. 나에게는 어느새 촉박함, 분주함, 목표지향적인 것들이 쌓여 있는 것 같다. '여기 있다가 다음에 어디 가지?'가 끝없이 머리 안에 떠올라진다. 휘휘 저어 내려놓고 꽃들 가운데에서 다가오고 있는 봄을 본다.

그래 봄이구나. 올해의 나의 봄도 이렇게 완벽하게 오고 있구나.


요즘에는 그냥 모든 게 너무 감사해서 문득 걷다가 눈물이 날 때가 있다. 왈칵 왈칵. 그리고 그 느낌이 좋아서 계속 유지하려고 한다. 너무 감사해서 눈물이 나는 것. 여기에서 '너무'란 너무 많아서 넘치는 것을 말한다. 나에게 지금 '감사'가 넘치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떤 일'이 일어나서의 감사가 아니라 그냥 삶이 다 감사하고 좋다. 물론 감사한 일도 더없이 많고. 가장 감사한 것은 삶을 그렇게 바라보는 내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집 거실에는 "고맙습니다, 인생"이 걸려있다.

그리고 삶은 그냥 다 감사한 거다. 그냥 그런 거다. 그냥.


제주도의 해는 햇빛이 강하더니 오늘은 비가 온다. 봄비로 추정되는 것이 비 안에 따스함이 담겨있다. 그리고 엄청나게 이쁘게 온다. 비오는 거리에서 눈을 못 뗄 정도로 예쁜 비다. 3일 동안 날씨도 골고루 배치가 되었구나.

오늘은 밀크티를 마시러 가려고 한다. 서귀포 바다 앞 공원도 걷고 강정마을도 가고 카멜레아힐도 가려고 한다. 우산을 쓰고 걸으면 공기 내음이 좋을 것 같다.


올해 쓸 책을 결정했다. 원래의 순서를 조금 바꿔서 쓰려고 한다.

'이 시대에 청소년으로 산다는 것'을 상반기에 '고마워요 학교'를 하반기에 내야겠다. 상반기에는 공저로 쓴 책도 출간 예정이고 하반기에는 그림책이 나올 예정이다.

이번 제주에서 목표가 2개 있었는데 더 내고 싶은 그림책 시놉시스 쓰는 것과 논문 주제를 정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들이 나에게는 오히려 힐링이 되고 있다. 덜 바쁘게 사는 것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올해는 캠프도 많이 예정되어 있고 강의는 몰려오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을 내가 행복한가 하지 않은가를 물으며 가려고 한다. 강건하고 차분하고 그리고 의미있고 행복하게.


사람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이 드는 시간이다. 그런 것은 그런 것 대로, 아닌 것도 아닌 것 대로. 꾀를 부리는 사람을 곁에 두지 말아야지. 진심을 진심으로 알아차리는 사람과 함께 일하고 살아가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 되어가겠지. 나만 준비되어 있으면 말이다.


대학원 수업도 몹시 기대되고 3월은 나에게 설렘과 기쁨이다. 마치 2월처럼, 마치 1월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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