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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은정 Apr 30. 2018

<인문학 칼럼> 불평 습관에 대한 단상

같이 밥을 먹고 나서 커피를 마시며이야기를 더 나누자고 하는데 망설여졌다.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과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 않은마음이 서로 한번씩 커지면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겠다. 예전 같으면(여기서예전은 지금 이전을 거의 통칭하는 말이다) 상대의 요청을 거절하기도 그렇고, 거절할 말을 찾지 못해서도 그렇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도있으니 가급적이면(거의 대부분) 그냥 커피를 마시러 갔을것이다.

그렇지만 예전이 아닌 지금의 나는이럴 때 가지 않는 것을 선택한다. 그렇다고 과감하게 갈래요 라고 선언하지는 못하지만 주춤주춤하는 모습으로상대방 또한 눈치를 채주기를 기대한다.

약간의 센스를 소유한 사람들은 “가야 되죠?” “워낙 바쁘니까” “다음에또 이야기 해요” 등으로 마무리를 걸어오고 나는 때를 맞추어 “네다음에 또 이야기 나누어요.”라고 일어선다.

커피를 마시러 가지 않은 이유는피로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과 밥을 먹으면서 여러 공감과 여러 동의를 나누면서 느낀 피로도. 그의 이야기는 공감을 일으키기에 분명했고 어떤 것들을 놀라운 통찰을 동반한 정확한 지점을 언급하는 모습에 놀라기까지했다. 필요하고 필요하지 않은 말들을 나누면서 이런 것이 대화지 라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이야기의 곳곳에(매우 곳곳에) 깃들여져 있는 불평과 투덜거림은 본론의 이야기 이외에 작은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빼앗고 있었고 내용은 좋았지만어느새 그와의 대화가 피곤해졌다. 특히 그 이야기들의 종착지는 내가 지금 얼마나 안 행복한지, 힘든지, 그런 것들은 문제가 심각하여 바뀌어야만 하는 답정너의 입장을드러낼 뿐이어서 대화의 진전이 어느 한계치를 이르렀고 나는 나만의 고요한 우주가 필요해진 것이다.

소리가 소음으로 될 때는 같은 소리가지속적으로 이어질 때 그러하다.

어느 철학자가 이런 말을 했다.

“나는어떤 사람이 진리를 말하는지 아닌지 바로 알 수 있다. 바로 그 사람의 표정을 보면 안다.”

삶을 질병으로 보는 사람이 말하는진리는 절대 진리가 아니며, 그 사람은 철학자가 아니라 사기꾼이다. 라는표현이다.

통찰과 논리가 충분한 대화 임에도집중도가 떨어지고 피로도가 쌓이는 것은 그 사이 사이 배어있는 불평과 비난의 것들 때문이다.

모든 시선이 긍정적이어야 한다는것이 아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불평과 비난은 습관적인 것들에 가깝다.나는 그렇게 보겠어. 이것이 필요해의 차원이 아니라, 늘그렇게 바라보고 있는 이미 뿌리깊게 형성되어있는 스스로 어찌하지 못하거나 그럴 마음이 없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음보다 불만이더 에너지가 많이 들어간다.

본인 스스로 에너지를 많이 쓰고있으니 듣는 이 역시 그 영향권 아래에서 에너지가 많이 들어간다. 나는 전혀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는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좋은건 좋은 거고, 안 좋은 건 안 좋은 거라는 것을 구분하는 힘이 필요한데 어떤 사람들은 거의 모든 것은안 좋은 곳에 배치를 해두고 그 깊은 통찰을 거기에 할애를 한다.

내 안에 답이 많으니 세상에 문제가많다. 수많은 것들을 문제로 다가오니 나는 그것들을 답을 내리기 위해서 분주하고 혼란스럽다.

에너지를 쓸 곳과 쓰지 않을 곳을구분하려면 내가 무엇에 귀 기울이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온갖 모든 것에 잣대를 대고 판단하고 평가하고불만으로 쌓고 투덜거리면 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것이 니체가 말한 ‘원한’의 힘이다. 원한이많은 사람은 듣지 못한다고..

나의 시선의 방향이 어느 한 곳만향해 있다면 여러 각도로 바꿔보는 것이 인문학이 아닐까? 그리고 무엇보다 내 시선이 지금 한결같이 그리고그것이 습관적으로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을 ‘성찰’이라고할 수 있다. 그리고 사실 통찰은 사건에서 문제점을 발견하는 힘이 아니라 그 문제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에서물음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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