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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은정 Jun 09. 2018

풍요로움, 손실에 대한 묵상.

 손실.

요즘에는 수익보다는 손실에 눈길이 간다. 어떤 수익을 얻을까에 대한 관심보다는 어떤 손실을 줄일까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경제적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마음 에너지 손실 그리고 시간 손실 등이 그것이다.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쓸데없는 돈을 쓰지 않는 것. 여기서 쓸데없는 이란 '꼭 필요한 돈만 쓰고 쓰지 않는' 이라는 개념보다는 정말 안 써도 되는 돈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나 마음 에너지에 대한 손실이다. 
법정 스님이 한 말씀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진실이 없는 사람에게 진실을 쏟은 댓가” 이것은 말 그대로 최대치의 손실이다. 그것을 구분할 줄 모르는 사람이 겪어내야 할 손실이다.
소설가 김영하 작가는 강연 중 이런 말을 했다. 사실 친구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친구들과 시간을 덜 보냈다면 더 풍요로운 지금을 맞이했을 지도 모른다 라고. 김영하 작가의 말은 친구가 소중하지 않다는 말이 아닐 것이다. 그들의 변덕, 건강하지 못한 기복, 의미없는 대화를 하면서 보낸 시간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 시간들을 같이 보냄으로써 우정이 남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결국 서로 연락도 안하고 지내는 사이가 됐다는 것. 나는 최근에 이것이 얼마나 큰 손실인가 하는 생각을 한다. 좋을 때 좋은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좋지 않을 때 마음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면 좋을 때 좋은 관계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게다가 종잡을 수 없는 친구들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공간을 내어주는 것에 대한 손실을 어찌 할 것인가?
모든 시간이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최근에 겪었던 감정을 나누는 일, 읽은 책의 구절에서 무엇은 발견했는지 이야기 하는 것, 말도 안되는 유머를 주고 받으며 놀리는 것 등의 시간을 보내면서 '함께 있는 것'을 체감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의 기복과 솔직하지 못한 그럴싸한 말만 나열하고 상대방의 생각은 전혀 중요하지 않은 사람과의 시간에 굳이 나를 할애할 필요가 있을까? 누군가는 주어야 하고 누군가는 받기만 한다면(이해, 사과, 비용 등등) 그것이 건강한 '친구' 사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삶을 풍요롭게 산다는 것은 수익을 창출하는 것보다 손실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쓸데없는 손실이 일상을 지배하고 있을 때 온전히 자신의 삶을 살 공간은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진실이 없는 사람에게 진실을 쏟아부은 댓가는 엄중하고 가혹하다. 그것이야말로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소진되어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걸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다. 나의 결핍 혹은 상대방의 결핍이 그럴싸하게 어우러지면 더 알아보기 쉽지 않다. 그래서 결국 가장 필요한 것은 그것을 구분할 줄 아는 힘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나를 아는 것, 참 관계를 아는 것, 참을 볼 줄 아는 혜안을 갖는 것. 이것이 풍요로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원은정.                                                 

작가의 이전글 '행복' 대한 4가지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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