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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은정 Jul 16. 2018

삶의 은유에게.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영화 <로맨틱 홀리데이>에는 네 명의 남녀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그 중에서 케이트 윈슬렛이 맡은 아이리스라는 여자 주인공은 같은 회사를 다니고 있는 한 남자를 사랑하죠. 그런데 그 남자가 자신을 이용만 하고 정작 결혼 발표는 다른 여자와 하는 것을 크리스마스 회사 파티에서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게다가 그를 주려고 어렵게 구한 초판본 선물까지 준비하고선 말입니다. 그녀는 깊은 슬픔을 잊고자 다른 도시로 여행을 떠나는데 거기에서 퇴임을 앞둔 늙은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를 만나게 됩니다. 이제는 보조기구에 기대어 걸어야 하는 그 작가를 집에 데려다 주게 되면서 둘은 친구가 됩니다. 어느 날 아이리스가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왜 저는 이 남자에게 중요한 사람이 못 되는 거죠? 그리고 항상 상처받는 쪽은 나인데 늘 내가 뭘 잘못한 것이 없나 내 탓을 하게 돼요.” 

“아이리스, 당신은 당신 인생에서 주인공이에요.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여자주인공감이라고요. 그런데 왜 당신 스스로를 조연으로 내몰고 있죠?” 

이 말을 들은 아이리스는 정신을 번쩍 차리고 자신을 또 이용하려고 나타난 남자를 내쫓아버립니다. 그러고는 후련해서 막 춤을 추죠.  

우리는 이렇게 종종 자신 인생의 주인공을 자신이 아닌 타인을 주인공으로 세우기도 합니다. 어떨 때는 사람이 아니라 돈이나 명예, 원망 등을 주인공을 세울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인생은 결국 자신이 자신의 삶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알아가는 여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주인공인데 역할 때문에 놓치고 있는 것, 세상이 만들어놓은 것들에 나를 맞춰버리는 것, 어느새 자동적으로 반응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을 살펴보는 것이 성찰이고 사색이고 인문학인 것입니다. 

수많은 영화에 수많은 주인공들이 있습니다. 그 주인공들은 서로 성격도 다르고 환경도 다르고 행동도 다릅니다. 그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그들이 ‘주인공’이라는 것입니다. 그들의 영화에서만큼은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이고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주인공으로 기억됩니다.  

영화는 삶과 많이 닮아있습니다. 아니 영화는 삶을 옮겨놓은 거죠. 그래서 영화의 장면들은 삶의 장면들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그 장면에는 주인공이 겪어내야 할 사건들이 있고 마주해야 할 인간관계가 있으며 발견해야 할 의미들이 있습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아니 실제 삶이라서 영화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자신의 인생에 주인공으로 자리를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혹시라도 잊고 있다면 말이죠? 내 삶이라는 영화는 주인공인 내가 직접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자 그렇다면, 내 삶이라는 영화 속에서 주인공인 내가 어떻게 살아가기를 바라시나요? 

영화에 은유적인 표현들이 있습니다. 이 은유의 특징은 해석하는 사람들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 동안의 수업을 통해 영화의 은유를 발견한 것처럼 우리의 삶에 은유를 발견해나가는 것, 그 은유는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닌 나만의 은유를 발견하는 것이 인문학의 핵심이자 내 삶을 구성하는 의미들이 될 것입니다. 누군가가 말하는 정답이 아닌 나만의 답을 신뢰하기를 기대합니다. 위대한 철학자들이 많지만 그들의 철학 역시 한 개인의 생각입니다. 그래서 객관적이라는 말은 없습니다. 주관적-상호주관적이라고 말을 하지요. 내 개인의 생각과 철학으로 내 삶을 가득 채워가기를 서로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원은정. 영화가 나에게 하는 질문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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