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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은정 Oct 23. 2018

시간이 주는 것들

시간의 힘이란 얼마나 거대한가. 거대하다는 것은 반대편에 유약한 것이 있고, 그 유약한 것이 기억이다.

시간 앞에 기억은 유약하다. 서서히 희미해지거나 미화된다.
당장의 어제의 어이없음이 하나의 에피소드가 되고 이어서 이해의 측면으로 넘어가기도 한다.
이제 그 일은 언젠가 비슷한 장면에서 '그런 일'도 있었다 수준에서 머물게 될 것이다.
어제 당장에는 모든 생각을 잠식했던 것이 어느 순간 '그런 일' 혹은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은 시간의 힘이다.
아마 모든 것이 그럴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좋은 추억' 혹은 그저 '그런 일'이 되는 것.
시간은 많은 것들을 잠잠하게 한다. 들떴던 마음들, 설렜던 마음들, 흥분된 마음들, 몰입했던 꿈까지.
이전의 마음이 그 어느 순간부터 사그라지고 다른 모양이 된다. 그럼에도 시간은 부정적인 카테고리에 넣고 싶은 않은 것은
그 덕분인 지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날선 마음들이 무뎌지고, 누적된 삶을 신뢰하게 되고 경험이 쌓일수록 판단을 유보하게 되는 일 등은 시간이 주는 것들이다. 그리고 그 시간들에 곧 포함되겠지만 내게는 '지금'의 시간이 있다.
'그런 일'들에 얽매어 스스로를 잠식시키기에는 나에게, 모두에게 '지금'의 시간이 있고, 지금의 시간이 있다는 것은 지금의 삶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지나가는 것들에서 눈을 거두어 지금의 삶에 두는 것이 바로 시간이 가르쳐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삶은 끊임없이 지나가고 있으며, 삶은 끊임없이 여기에 있고, 
삶은 끊임없이 다가오고 있다. 언젠가는 멈춘다고 해도 그것 또한 삶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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