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원은정 Oct 29. 2018

애매모호함을 견디는 힘(부제: 지금 확실한 것을 하기

모든 대학원 수업이 나에게 인상적이라 기억 안에 좋은 문구들이 많다. 놀라울 정도로.

그 중에 김찬호 교수님 수업 시간에 접한 '애매모호함을 견디는 힘'이라는 문구는 1년이 지나도록 나에게 영향력을 준다. 왜냐하면 나는 그것을 참 못하는 사람이라는 자아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다.
애매모호함이란 '아직 어떤 결론도 나지 않은 상태'를 말할 것이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그런 것이 아니라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상태를 말할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들은 그런 상황에 매우 많이 놓이게 된다. 그것이 특히 어떤 것의 결론을 가지고 고민하고 있을 때면 누가 결정을 해주거나 상황이 그것을 결정할 수 밖에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애매모호함.
나는 지금 석사학위논문을 준비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박사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논문 통과와 박사 원서 접수가 같은 기간이 이루어진다. 놀랍도록 침착하게 준비하지만 실은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다. 논문을 내년으로 미루고 싶은 마음이 내년에 박사 진학을 하고 싶은 마음과 정확하게 대립하기 때문이다. 분주한 일상에서 강의가기 몇 시간 혹은 강의 다녀와서 자기 전까지 몇 시간 이렇게 준비한다는 것이 가능한가 싶은 생각과 매일 부딪힌다. 그의 증거로 늘 피곤을 상징하는 코피 흘리기, 입술 부르트기, 졸기기 등의 증상이 도무지 없던 나였는지 입안이 다 헐어서 음식을 먹을 때마다 숟가락을 배부르기 전에 놓게 된다. 기어코 입안이 다 헐고 잠이 모자라서 몹시 예민한 상태이고 그럴 수도록 그 직면을 피하기를 즐기는 나는 '안 힘들다'의 착각 안에 머물고 있다.
이 애매모호함. 무엇에서 무엇이 되기까지의 애매모호함. 내년에 센터를 어떻게 운영하면 좋을지 결정을 하지 못한 애매모호함 등등 요즘 나의 모든 근황은 그런 것들로 채워져 있다. 그래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면 놀랍게도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그냥 논문을 쓰면 되고, 그냥 박사 원서 접수를 하면 되고, 그냥 강의를 가면 되고, 그냥 잠을 자면 되고, 그냥 대학원 과제를 하면 된다. 애매모호한 상태에서 그것들을 머릿 속에 넣고 아주 그럴싸한 답을 얻으려고 하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인간은 늘 미완의 완성 상태에서 삶을 산다. 지금만큼 완성된 것은 없다. 그래서 지금 해야할 것들을 한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손톱을 바싹 깎고 키보드 앞에 앉는 것. 그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것들. 아 그리고 내일 아침은 7시 반에 일어나야 하니 오늘은 조금 일찍 2시 정도에는 자야겠다.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기. 그것은 애매모호함을 견딜 수 있는 유일한 힘. ^^                                                  
























작가의 이전글 시간이 주는 것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