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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은정 Jan 15. 2018

아이들을 변화시키려고 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변합니다

청소년을 오랜 기간 만나오면서 나를 가장 성장시켰던 것이 전국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캠프를 할 때였다.

거의 6년 동안을 매 기수별로 아이들을 만나면서 나도 인식하지 못했던 아이들을 향한 어떠한 생각들이 해제되고 사명과 소명이 구축되었고 가장 감동을 받았다. 매 기수 기수마다 소중하지 않은 아이들이 없었고 이야기가 넘쳐나는 경험을 했다. 처음 아이들을 만나면서 1박 2일 혹은 2박 3일 동안 나는 짜잔~~ 아이들을 변화시키려고 몹시 노력을 했더랬다.

비참여적이던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으로 바뀌면 그것이 그렇게 뿌듯하고 자부심이 넘치고

발표를 안하던 아이들이 발표를 하면 다 내 덕인 것 같고 프로그램이 좋아서인 것 같고 그랬었다.

말 그대로 나는 아이들을 '교화'시키려고 했고 나를 만나면 아이들이 변한다 라는 소리를 듣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여러 장치를 사용하고 가끔 악역을 맡기도 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더 많은 에너지를 썼다.


그러면서 점차 나는 뭔가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던 것 같다. 회의를 느끼는 대상은 나 자신이었다.

이게 아닌데.. 뭔가 더 있는데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이게 아닌데.. 분명 아이들은 변하고 있지만 이게 전부가 아닌데.. 어느 순간이라도 딱 집어낼 순 없지만 나는 아이들을 바꾸려고 변화시키려는 마음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더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던 마음도 내려놓았고 내가 부족한가 하는 생각도 내려놓았다.

나는 그냥 아이들을 만났다. 그냥 아이들과 놀았다. 내가 하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서 아이들과 만났다. 인간 대 인간으로. 아이들을 변화시키려고 할 때는 그렇게 잘 파악되던 아이들마다의 문제점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은 완벽했고 멋있었고 사랑스러웠다.

나는 그렇게 완벽하고 멋있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만났다. 그러고는 계속 연발했다. "어우 야~~ 너 너무 멋있어." "너 완전 사랑스러워." "너 진짜 웃겨~~"

내가 멋있고, 내가 사랑스럽고, 내가 웃기려고 하지 않고 아이들이 멋있고 아이들이 사랑스럽고 아이들이 웃겨서 나는 계속 감동하고 계속 웃었다.

아이들은 진짜 그랬다. 내가 변화시켜야 할 존재로 보지 않고 프로그램을 적용할 대상으로 보지 않으니 그저 멋있고 사랑스럽고 재미있는 아이들이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아이들은 변했다. 엄청나게 변해갔다. 아니 정확한 표현으로는 원래의 모습을 더 잘 보여주고 마음껏 표현하는 아이들이 되었다 가 맞다. 말하지 않는 아이들은 와서 수다를 떨기 시작했고, 팔짱 끼고 있던 아이들은 춤을 추었으며, 나를 경계하던 아이들은 나를 졸졸 쫓아다녔다. 내 앞에서 멋있는 아이돌 가수의 춤을 추고, 쪽지를 써서 건네주고, 다른 아이들을 챙기고, 간식을 갖다 줬다. 와서 웃긴 얘기도 그렇게 많이 한다.

아이들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내가 깨달은 것은 출발점에 대한 것이다. 보여지는 행동의 결론이 비슷할 수는 있지만 사실 출발점이 다르면 도착점도 다르다. 이전에는 안하는 아이들을 하게 하려고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이 출발점이었다면 변화된 것이 도착첨이었다. 지금은 이미 하고 있는 아이들(이것이 출발점)저 진짜로 만나기만 하면 원래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도착점이다. 이전에는 변화이고 지금은 원래이다. 완전에서 출발해서 완전으로 도착하는 것이 지금의 내가 지향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 이게 맞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이미 완전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는 아이는 없다. 다만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만 있을 뿐.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을 내려놓으면 모든 것은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한국청소년센터 원은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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