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오력

디깅프로젝트 1: 나 알아가기

by 캐러바웃 Carolabout

원래 누군가가 내 글을 읽게 하려면, 내 페이지, 내 장소를 다시 방문하게 하려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많은 마케팅 관련 전문가들이 하는 이야기이고, 인플루언서들이 수백 번 강조하는 말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가치를 제공하는 것은 당연한 거니와 어느 정도의 전문성과 반복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데 나는 그만큼의 무언가를 제공할 자신이 없어 그냥 허심탄회하게 내 이야기를 쓰고 있는 것이다. 이마저도 쉽지 않다.


사실 이전에 길게 써놓은 글이 있는데 뭐… 이걸 공개하면 망한다 정도는 아니고 나의 약점? 을 지인 몇 명과 술자리에서 하는 날아가는 대화가 아니고 활자로 남겨둔다는 것은 꽤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사실 가장 큰 이유는 퇴고해야 한다는 귀찮음이긴 하다. 사실. 우선 새 글을 써보려고 창을 켰다. 고민하다가 나의 끈기? 노오력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시작하면 잘 포기를 안 하긴 한다. 그래서 애초에 시작을 안 하는 편(?)ㅋㅋㅋㅋㅋㅋ정말 끝까지 포기 안 하고 할 수 있을 때, 마음의 준비가 됐을 때 시작하고 싶다. 자의가 아닌 타의로, 혹은 환경 때문에 포기해야 하면 너무 슬플 것 같거든…. 그래서 전문직 준비, 공부 이런 거는 잘 시작하지 않는다. 엄청난 각오를 갖고 시작해도 실제로 성공하는 사람도 적거니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할 만큼의 열망이 없기 때문이다.


글감을 고민하다 이 주제를 떠올리게 된 것은 얼마 전 ‘클라이밍’을 하고 온 탓이다. 나는 다양한 경험에 큰 가치를 두는 사람이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과 상반되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고민이 길고 신중해 결정이 오래 걸릴 뿐이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겁도 없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가끔 아주 가아끔 무모하다.


2년여 전, 한창 클라이밍이 유행하던 때, 나는 이런저런 다른 운동들을 하고 있기도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유리한 게 없는 종목이었다. 나는 150대 여성으로 평균 훨씬 이하의 신장의 소유자다. 당연히 팔, 다리 길이도 평균 이하일테고. 팔, 다리와 신장이 길어야 메리트가 있는. 그래도 기회가 되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1년 전쯤, 지자체 프로그램에 운 좋게 선정되어 나름의 스킬도 배웠다. 그래봐야 일일클래스의 가벼운 느낌으로 3회 정도였지만.


목적지를 향해 최선을 다해 올라가고, 뻗는 그 행위는 매력적이었고, 그렇게 마지막 홀더를 잡고 미션을 달성했을 때의 쾌감은 있었다. 그렇지만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는 건 쉽지 않았다. 남들보다 잘하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남들 하는 만큼만 잘하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선천적으로 그런 이점은 갖고 태어나지 않았다.


1년 전에도, 그리고 며칠 전 클라이밍에서도 나는 결국 목표한 바에 도달하지 못했다. 안될 것 같은 거 말고, 될 것 같은데 마지막에서 안되거나 눈앞에서 고지를 놓치면 다시 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고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도전하게 되는 것 같다. 이번에도 “저 저거 깨고 갈래요. 저건 성공해야겠어!!” 했지만 결과는 처참해다. 그래도 나는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포기가 쉽게 잘 안된다. 미련 뚝뚝….

지난번도, 이번도 마지막 홀더를 잡다 떨어졌다. 느낌상 마지막 홀더를 못 잡을 것 같은 직감이 드는데 손을 떼지 않자니 성공할 수 없고, 떼자니 떨어질 것 같은. 여기까지 왔는데 실패하면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힘이 빠져 다시 올라오는 게 더 힘들고, 무엇보다 다시 올라와 같은 자리에 위치해도 안될 것 같은 현실이 온몸으로 느껴질 때…….


이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몸을 움직여야 할지 매우 고민했다. 영상에서도 마지막 홀더를 잡기까지 온몸으로 버티는 게 보인다. 그리고 그 생생했던 감정은 나만 알 수 있지. ‘하… 도전하자니 떨어질게 뻔하고, 안 놓으면 성공할 수 없고, 실패하면 또다시 올라올 힘이 없는데…. 또 올라와도 안될 것 같아…으앙ㅠㅠㅠ’ 그리고 최선을 다해 오른손을 뻗었고, 눈을 감고 추락했다. 착지? 이런 거 생각도 못해서 온몸으로 떨어졌고 순간 정적이 흘렀다. 떨어짐의 민망함보다 결국 실패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무언가에 도전하지 않아도 인생에서는 수많은 실패를 한다. 뭐 실패라고 하기에는 거창해도 계획대로 되지 않는 작은 것부터 속상한 것들 투성이니까. 굳이 돈 내고 가서 팔, 다리 까지고 실패하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성공하니까. 그리고 거기서 오는 성취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누가 보면 클라이머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전혀 그런 단계 아니고 일단 무대뽀로 올라가는 겁니다. 이번엔 체험도 아니라 가루도, 테이핑도 없었다고!! 그래서 손이 많이 아팠다.


아무튼 이번에는 총 4번의 도전을 했다. 물론 2,3번째는 힘이 없어서 바로 주르륵 내려오긴 했지만. 돌아와서도 여운이 남아 영상을 돌려봤다. 순간순간이 생생하게 담겨있었고, 서서히 옅어지겠지만 생생한 그때의 감정들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비록 실패했지만 도전하는 내 모습이 멋있었다. 영상 속 내 모습 말고. 그냥 내가. 왜냐면 나도 무섭고 두려웠거든……아무렇지 않게 성큼성큼 잡았지만, 성공하고 싶었고,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시도 자체로 긴장되니까.


요즘 나에게 취미를 물으면 ‘운동’이라고 망설이지 않고 대답한다. 운동은 내가 참고 버티면 된다. 몸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운동하는 만큼 비례는 안 해도 보인다. 여타 다른 것들과는 달리. 그래서 힘들어도 조금만! 1분만 더! 1번만 더! 하고 그 작은 성취에 만족을 느낀다.


그래서 말인데… 나 무서워도 잘 포기 안 하니까 인생도 좀 잘 풀렸으면 좋겠다. 노력할 힘을 줘요ㅋㅋㅋㅋㅋㅋㅋㅋ결과가 안 나오니까 동기부여가 안된단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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