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깅 프로젝트 1: 나 알아가기
지금 감정이 매우 불안정하다.
불과 약 1시간 전에 있었던 한 에피소드로(에피소드는 뭔가 재밌고 유쾌한 느낌의 어감인데...) 실시간 멘탈을 겨우 잡고 있고 불안감은 어느 정도 해소되었으나 스트레스 수치는 높은 상태.
지금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글을 써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글을 안 쓴 지 오래되기도 했고 자주 쓰지도 않으면서. 생각해 보면 그렇다. 글을 쓰고 나면 뭔가를 털어내 시원한 느낌이 들긴 했다. 비록 다듬어지지 않고 웃음을 주는 글은 아니더라도 내 감정은 쏟아낸 것 같은.
보통 취미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물으면 '운동'이라고 대답한다. 실제로 그래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운동을 나름 열심히 하는 편이기도 하고 이제 운동은 삶의 필수니까. 여기저기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자연스레 취미를 물으면 십중 팔구는 '운동'이라고 대답한다. 면접 자리에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물었을 때 3명 중 3명이 다 운동을 말할 정도니까.
요즘 우리 세대를 포함한 사람들은 나름 꽤 자기 관리와 계발에 투자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게 자의인지 분위기에 쓸려간 덕인지는 알 수 없지만 좋은 방향이라고는 생각된다. 아무튼 나는 운동을 가기까지 많은 시간과 갈등, 내 안에서의 싸움이 일어나지만 정말 너무너무 하기 싫은 경우가 아닌 이상, 가면 열심히 최선을 다해 몰입해서 하곤 한다. 정말 하기 싫은 경우에는 마사지기에 누워만 있다오거나 좀 더 나은 경우에는 스트레칭만 하고, 시간이 없을 때는 샤워만 하고 올 때도 있다. 그래도 다녀오면 마음이 조금 편안하니까. 어쩌면 의무감에 다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렇게 말하기에는 조금 열심히 하는 레벨 정도
아무튼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자 취미인 운동을 지금 당장 사무실에서 할 수 없으니까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글을 쓴다는 건 나에게 있어 꽤 어려운 일이다. 아니 적어도 쉽지 않은 일임은 확실하다. 글을 통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고 울릴 만큼의 영향력이 없어서일 수도 있고, 그 실력을 내가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내 입장에서는 나름 장족의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내 감정을 글로 표현하면 감정이 활자로 변한다. 획과 획. 단어와 문장은 감정을 담을 수 있지만 활자 자체에는 감정이 담기지 않는다. 어쩌면 글을 쓴다는 것은 내 감정을 비감정화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MBTI가 T이지만 가끔 F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별하고 엉엉 울 때, 인간관계 등에서 속상한 일이 있을 때 울고 있으면 이렇게 감정적이어도 되나... 나 사실 F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T인 친구한테 말했더니 그건 T라서 그런 생각을 한 거라고 했다. F는 그런 생각 조차 하지 않는다고. 아무튼 그런 생각이 들 때 감정을 털어낼 수 있는 수단일지도 모르겠다.
근데 감정이 너무 북받치고 힘들 때는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잘 모르겠다. 손가락은 움직이고 있는데 그 감정을 잘 쏟아내지 못하겠다. 그래서 지금도 주절주절 끄적끄적이는 말만 늘어놓는다. 이렇게 보니 글쓰기는 감정을 덜어내는 유용한 도구가 맞는 것 같다. 과한 감정을 담아낼 만큼의 활자를 찾지 못해서.
이런 날은 쌩쌩 자전거를 타면서 바람을 맞아줘야 하는데 8월까지 오늘을 포함해 2-3번만 가면 당분간 갈 수 없는 수영이 있어 차마 빠질 수 없다. 6개월의 공사기간 동안 나는 다른 것을 시도할 테지만 아쉬움 없도록 오늘도 후회 없이 팔을 젓고 최선을 다해 발을 찰 거다. 그러면 이 감정이 땀으로 전환될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