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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동그란 물체

달과 6펜스

by 캐러바웃 Carolabout

집에서 가까운 도서관 문헌정보실 서고 한쪽에는 세계문학 코너가 있다.

같은 크기, 같은 모양의 책이 나열되어 있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손이 가기도 하고(희한하다. 같은 물건이라도 색깔별로 모아놓는 게 더 예쁘다. 그래서 그런 모습에 끌려 구매했다 기대했던 모습이 아니기에 실망하는 것이 나쁜 은 아니겠지?) 세계문학, 클래식에 대한 중요성과 예술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기에 세계문학 전집을 정복하겠다는 다짐을 했던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이북보다는 오프라인 실물 책을 선호하고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제목에 끌려 책을 선택하게 되면 분야의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어 직접 책을 보고 선택하는 편이다. 하지만 집에서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도서관의 위치 덕에 굳이. 시간을 내어, 그쪽으로 가야만 하는 탓에 잊고 있었다. 2주 전 방문한 도서관에서 세계문학전집에서 골라든 책은 '달과 6펜스'였다. 이 책을 고른 것 역시 끌리는 제목이었기에, 다른 책들을 이미 고른 탓에 너무 두껍지 않은 책으로, 그리고 분명 들어본 제목 때문이었다. 다른 가벼운 책들을 먼저 읽고 시작하게 된 본 소설을 모두 읽고 글을 쓰기까지는 약 2주가 걸렸다. 그 이유는 처음에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던 탓인데 등장인물의 이름이 유사해 몇 번을 앞뒤로 돌려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외국 소설을 읽을 때 유독 등장인물의 이름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다. 개인적으로 좀 짧고 명확하게 지었으면 좋겠다.ㅋㅋㅋ작가의 의도가 있겠지만...


'찰스 스트릭랜드' '로버트 스트릭랜드' 이건 가족 관계라 이름이 같을 수밖에 없긴 하다. 성이니까ㅋㅋ'스트릭랜드 부인'도. 이것도 부인이니까 당연히 성을 따를 수밖에 없네... 근데 '스트로브'는 좀 너무하지 않았냐ㅋㅋㅋ아무튼.


커피 마실 때, 눕폰의 유혹을 이겨낸 경우 짬짬이 시간을 내서 보다 보니 집중력이 흐트러졌던 게 사실 제일 큰 이유이다. 그렇지만 그런 와중에도 몰입감 있는 스토리에 매료되고 해야 할 일이 있지만 '아 책 읽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었다.


프랑스 출신의 화가의 연대를 따라가는 이야기를 제삼자의 시각으로 그려낸 소설인데 평범한 가장이 느닷없이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그림을 그리겠다고 영국으로 떠나버리는 사건으로 시작한다. 다사다난하고 다이내믹한 그의 인생을 보여주었으며 이러한 사건들을 통해 그의 굳건한 의지, 그림을 그려야만 하는 어딘가에 사로잡힌 듯한 홀린듯한 사명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특징이었다. 사회적으로 만연한 통념임에도 그의 가치관에 부합하지 않는 것은 가볍게 무시하는 어떻게 보면 안하무인의 그. 그러나 그런 뚜렷한 주관이 멋지기도 한 그의 천재성은 그가 죽고 난 뒤에야 알려지게 된다.


부인과 자식들을 버리고 떠나간 냉철한 그. 그리고 제3의 시선인 <나>는 그의 인성적인 모습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한다고 해 처음에는 예술성을 가진 부도덕한 미친 예술가인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회적 범위에서 일정 부분에서 무책임하고 냉철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그는 정말 자신이 가야 할 길만을 바라보는 바보.. 마치 투우를 하는 소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당연하지만 그의 삶에는 그만의 기준이 있었고 결말을 보면 어쩐지 이해가 되는, 그리고 이해되지 않지만 안쓰러운(?) 천재 화가의 이야기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작품의 해설을 보면서였는데 스토리를 따라갔을 뿐 제목에 대해 생각해보지 못했다. 달과 6펜스의 공통점이 무엇인가? 동그랗고 빛나는 것.이라는 문구를 보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내가 시를 읽은 것인가 T에게서는 찾을 수 없는 이런 감탄스러운 표현

달과 펜스(동전)는 동그랗고 빛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달은 꿈꾸는 것, 영혼을 설레게 하는 신비로운 상상의 세계를 상징한다. 하지만 6펜스는 동전, 그것도 영국에서 가장 낮은 단위로 유통되었던 은화의 값이라고 한다. 즉, 물질과 속세를 상징하며 가치, 인습, 욕망 등을 상징하는 것이다.


결국 천재적 화가인 '스트릭 랜드'는 동그랗게 밝게 빛나는 달을 얻기 위해, 은빛을 내는 동그란 6펜스라는 속세를 포기하고 떠난 것이다. 해당 작품을 읽으면서 천재적인 말이 안 나오는 작품으로 묘사되고 있는 스트릭랜드의 작품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림을 보고 싶다는 유혹. 오랜만에 미술관을 가고 싶다는 마음. 근데 작품의 해설을 보니 스트릭랜드는 작가가 그리고 싶었던 '고갱'의 모습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보고 고갱에 대해, 그리고 고갱의 작품에 대해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고갱은 타히티 섬에서 생을 마감했으며, 작가인 서머싯 몸이 실제고 타히티 지역을 방문했다고 한다. 고갱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은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고갱이 떠올랐겠지?


아무튼 독서를 마친 지금, 타히티 섬에 대한 욕망과(아니 대체 얼마나 아름답길래...) 내가 정착해야 할 곳은 어딜까? 아직 내가 정착해야 할 곳을 못 찾은 게 아닐까(이 책 읽기 전에 청약 넣었음ㅋㅋㅋ) 그림 보고 싶다. 나도 보면 입을 딱 벌릴 만큼 아름다운 작품을 보고 싶다. 예술의 holy 함을 강하게 느껴보고 싶다. 홀린 듯이 앞만 보고 나아가야 할 나의 방향, 사명을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작품과 작품의 표현에 감탄하며 클래식은 역시 클래식인가... 다음엔 어떤 책을 골라볼까? 기대하게 된다.


글쓰기 쉽지 않지만, 책 읽고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다고 생각하고 누군가 형편없는 글이라고 비웃을 수 있겠지만 쓰다 보면, 쓰면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글감을 찾고, 시작하는 것이 어려운데 그냥 가볍게 시작하자라는 마음으로 적어본다. 사실 브런치라는 플랫폼? 매체? 에 적합한 콘텐츠인지 잘 모르겠다. 명확한 주제를 가지고 적어 내려가는 것 같던데 나는 아직 주제를 못 정하겠다. 나의 가장 큰 단점인 '우유부단함'. 다 좋아서 다 못 고르는 나의 단점. 그리고 두 번째 단점인 '생각이 많은 것' 그래서 뭔가를 다짐하고 만들어도 공개하지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시도하거나 공개하지 못하는데 그냥 툭툭 던지듯이 글을 써 내려가는 것도 나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글 3개 발행이라는 단기의 미션을 수행해 봐야지. 다른 생각 안 하고 스트릭랜드처럼ㅋㅋㅋㅋ누가 보면 대단한 미션인 줄 알겠다. 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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