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중성에 대하여
나는 정말 이중적이다.
일전에 공연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인사말로 하고 싶은 말을 한마디씩 하라고 하기에 고민하다 내가 적어낸 글귀는 “파도 위에서 즐기는 서핑도 좋지만, 소리 없이 빛나는 윤슬도 좋아해요.”였다.
멋있는 말을 하고 싶어 지어낸 것이 아니라 사실이었고, 그것이 나를 잘 설명하는 글귀라고 생각했다.
공연을 준비할 때는 겨울이었기에 바다,, 파도,,를 떠올린 것은 조금 뜬금없긴 했지만.
나는 서핑도 좋아하지만, 소리 없이 밝게 빛나는 윤슬도 좋아한다.
나는 I이지만, 좋아하는 편안한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그리고 흥이 올라올 때는 E가 되기도 한다.
나는 사람들과 함께 할 때 피곤하고 지쳐 집에 가고 싶어 하지만, 그러한 시간을 기다리기도 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기도 하다.
좋아하는 게 많아서 Favorite을 고르는 것을 어려워하고, 웬만한 것을 좋아하다 보니 정체성이 명확하지 않다.
사회에서도, 조직에서도 나는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사람이다.
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특별히 잘하거나 무조건 이거야!!! 이거여야만 해!!! 가 없어서 갈팡질팡 우물쭈물하다 보니 어느새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흘러버렸다.
그래서 “파도 위에서 즐기는 서핑도 좋지만, 소리 없이 빛나는 윤슬도 좋아해요”이 문장 그 자체가 나 자체라고 생각했다.
성수동에서 열린 ‘작가의 여정’ 브런치 전시회를 방문해 활동할 작가명과 책 제목을 고민하다 뜬금없이 그때 그 문구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대조적 구조를 가진 모순된 문구를 책 표지로 완성하였고, 그대로 따와서 내 글의 제목이 되었다.
왜냐하면 30여 년을 살아왔지만, 나는 아직도 나의 정체성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
감사하게도? 다행스럽게도? 나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동년배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거나 SNS를 보면 다들 먹고사는 걱정, 회사생활, 인간관계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고, 자신의 진로와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하는 것은 매한가지라는 것이다. 퀴즈나 숫자처럼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이러한 고민은 답도 없고 끝도 없지만 이미 이런 고민을 통해 수많은 안 중에 하나를 선택한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다른 고민의 단계로 넘어갔겠지. 질문이나 정도가 다를 뿐 고민이 없는 사람은 없으니까.
게다가 인간은 모두 고민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같은 환경이 아니더라도 같은 고민을 하기 마련이다. 얼마 전 다녀온 여행에서 만난 친구도 “퇴사하고 여행 중이야. 정말 suck이었어.”라고 말하는 걸 보니 우리보다 GDP가 높고 그 예쁜 건축물이 가득한 유럽에 살더라도 삶에 대한 완전히 만족하긴 힘든 법.
만족하기 어렵기에, 그리고 더 나은 삶을 꿈꾸기에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어쨌든 나는 돌아와서 멋진 브런치 제목을 고민하고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을까 ‘에 대한 고민도 해보았는데 결국 나는 또 제자리다.
고민은 많지만 선택하지 못하는.
그래서 결국 나는 나의 이중성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해 가볍게 첫 글을 시작했다.
고민을 글로 쓰다 보면 정리가 되고, 생각 정리가 되듯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알 수 없지만 쓰다 보면, 채우다 보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으로 적어보려고 한다. 글 쓰는 것에 재주가 없어 두서없는 글이 될까 걱정스럽지만, 어쩔 건데요? 이게 나인걸? 쓰다 보면 나아지겠지의 마음으로(이것 봐.. 참 모순적이야) 채워보려고 한다. 벌써 다음 글을 뭐로 써야 할지 걱정인데 3번 중에 벌써 1번은 채웠다.(정확한 날짜는 기억 안 나고 글 3편 쓰면 브런치 인턴작가를 시켜준다고 한다. 인턴이고 작가고 뭐고 일단 도전!! 그래서 내 단기적 목표는 일단 글 3편 발행이다.)
다음 글은 뭐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