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가족'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어제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다.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초청작인 '보통의 가족'이었다. 약 일주일 전 미리 예매를 해두었는데 당시 평이 꽤 괜찮았다. 출연하는 배우들만 봐도 충분히 빵빵한데 스토리도 탄탄하다는 평이 많아 선택한 작품이었다. 예고편을 보고 예매하긴 했지만 사실 예고편은 어떤 장르인지 정도만 보고 나랑 정말 안 맞을 것 같다의 여부만 확인할 목적으로 보는 나라 자세히 보지는 않았었다.
스포 없는 선에서 대략의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면,
설경구와 장동건이 형제, 설경구는 잘 나가는 변호사(?)로 돈이 되면 변호하는 변호사. 같은 사안도 법 내에서 어떻게 보냐의 차이니까. 그리고 장동건은 큰 대학병원 의사. 장동건-김희애가 부부이고 각자의 부부에게는 딸과 아들이 한 명씩 있다. 설경구가 한 사람의 변호를 담당하고 이런 그를 장동건은 "형 진짜 돈 되는 건 다 하는구나?"라고 이야기하지만 모든 영화가 그렇듯 새로운 위기 상황이 등장한다.
특정 사건에 1 부부의 딸과 2 부부의 아들이 휘말리며 부모들은 충격에 휩싸인다.
"처음엔 우리 아이가 그럴 리 없어!"라며 부정도 해보고 충격에 휩싸여 눈물도 흘려보지만 "자 이제 다 울었으면 일을 해야지?"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이다.
과연 내 자식이 가해자라면, 범죄자라면 나는 부모로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아이에게 죄를 뉘우치고 책임을 지라고 자수하게 할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 아이는 범죄자가 되어 낙인찍힌 삶을 살 것이다. 물론 그 영향은 아이에게만 있지 않겠지. 가족 또는 관련인 모두에게 영향이 있을터. 그렇게 1 부부와 2 부부 모두 각자 고통 속에서 고민에 빠지고 사건은 얼추 마무리되는 듯한다.
언젠가, 어디에서, 누구와의 대화에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런 비슷한 주제로 대화한 적이 있었다. 사람들은 여기저기에 소속되어 여러 개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나에게는 좋은 아빠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좋은 평가를 받지 않는 사람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생각을 굉장히 오래전에 했다. 그리고 영화와 아주 정확히 일치하는 상황이지만, 내 아이가 그럴 리 없다!! 고 울부짖는 부모는 당연히 우리 자식이 그럴 거라고 생각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내 자식은 나에게 순수하고 작은 생명체였고, 약한 존재였으며 부모인 나에게는 그런 악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결국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도, 모든 사람에게 나쁜 사람은 없을 거다~와 같은 이야기를 했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더라도 모든 면모를 알 수는 없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범죄도 일어나고 이혼도 일어나고 그러는 것이겠지... 근데 가까운 사람에게 내가 모르는, 아니 몰라도 괜찮지만 상상할 수 없는 추악한 모습이 있다는 것은 좀 무서울 것 같다.
아무튼! 근데 하필 내가 요즘 보는 콘텐츠 중에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라는 드라마도 범죄 용의자를 추적하는 내용인데 거기에서도 이와 같은 상황이 펼쳐진다. 살인사건을 조사하던 중, 내 딸과 관련이 있고, 관련된 소지품이 눈에 띄고... 내 아들의 범죄를 덮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하는 부모. 얽히고설킨 스토리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그 드라마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나는 부모가 되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런 심경을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소중한 가족이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이라고 가정했을 때 나는 어떻게 행동할 수 있을까? 솔직히 쫄보라서 언젠가 밝혀질 것 같고 아무도 모를 리 없을 거라고 생각할 것 같아서 자수하라고 할 것 같긴 하다. 근데 그게 작은 범죄이면 모르겠지만(실제로 이렇게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자수하고 죗값을 치러야 마음 편히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ㅠㅠ? 그렇지만 연쇄살인범이나 총격살인범 같은 중대 사건의 가해자라면....? 그리고 우리나라처럼 가해자는 물론, 가족이나 연관자 모두가 낙인찍혀 제대로 살아갈 수 없는 사회라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냥 상상 안 할래. 난 ST니까.
영화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자면! 누가 봐도(관객이라서 그런가?) 범인이 누군지 특정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싶어서 의아했고 이런 몇 가지의 사항을 제외하고는 볼 만했다. 주요 스토리가 이거지만 이거 말고 부부간(?) 형제-동서 지간의 스토리도 있었고 아무튼 근데 마지막이 좀 충. 격. 적!!! 인간은 악한게 맞나 보다. 역시 성악설이 맞는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