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여행
동생이 마산으로 출장을 간다고 했다.
특별한 일정이 없는 나였기에 언제든 따라나설 수 있었지만 망설인 것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친숙하지 않은 도시였으리라
부산, 강원도, 대전이었으면 “아 진짜?” 하고 냉큼 간다 답했을 텐데 “마산???? 찾아볼게 “라고 답했다.
대충 검색해 보니 마산 옆 창원이 큰 도시였고 마산에는 그렇다 할 뭔가가 있는 것 같지 않았다.
하긴 경남권 최대 도시이자 우리나라 2번째 도시인 부산도 인구가 빠져나가고 있어 문제라는데 명확한 색이 없는 도시들은 더 심하지 않을까..
교통편을 찾아봤는데 굳이 서울역까지 가야 하는 데다 편도 교통비만 45000원인가가 넘었다. KTX는 더 비쌌다.
핫플을 찾아다니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10만 원이라는 교통비를 지불하면서 가야 할 매력이 있는 도시는 아니었다.
“그냥 안 갈래. 잘 다녀와”하고 잊고 있었다.
동생은 출장길에 이미 올랐고 추위와 게으름을 이겨내고 겨우겨우 간 헬스장에서 계속 머리에 맴돌았다.
집에서 게으르게 있느니, 매일 오는 헬스장, 수영 며칠 빠져도 되지 않을까? 게으름을 부리더라도 다른 공간에서 부릴까?
백수에게 10만 원의 교통비는 부담스러웠지만, 고속버스는 일반 버스 기준 왕복 5.5 정도면 다녀올 수 있었다.
‘굳이’ 찾아갈만한 매력을 찾지 못했지만, 5시에 서울을 출발 예정인 버스 시간표를 확인하고 하던 운동을 던지고 씻고 집으로와 가볍게 짐을 쌌다.
푹~~쉬고와야지의 마음과 그래도 여행이니까 사진도 찍고 맛있는 것도 먹고 와야지의 마음이 공존했다.
옷은 청바지 한벌과 갈 때 입을 니트, 다음날 입을 니트와 속옷, 양말만 챙겼지만 그래도 여행이라고 운동복을 챙기지는 않았다.
여름이었으면 난리 났을 거다. 태생부터 여름인간인 나는 여름의 계절을 좋아해 여름옷이 아주 많다.
여행 갈 때면 좋아하는 옷이 너무 많아 고르기 힘들 정도니까. 그렇지만 겨울엔 쥐약이다.
급하게 빵 한 조각을 데워먹고 혼합스러운 짐을 쌌다.(여행이니까 기분 내려고 니트 모자를 챙기고 고프로를 챙겼지만, 매우 캐주얼하고 옷보다 주전부리가 더 많았던)
고프로는 충전은 했지만, 켜보지는 않았다..(이게 나야…)
오랜만에 탄 버스는 너무 낯설었다. 말 그대로 고속버스를 너무 오랜만에 탔기 때문이다.
보통 이렇게 긴 시간 버스를 탄 경우는 별로 없었다. 아 얼마 전 유럽에서 야간버스 진짜 오래 탔었구나…. 얼마 안 됐네…
근데 왜 이렇게 느낌이 다르지??ㅋㅋㅋㅋㅋ아무튼 어두운 저녁에 출발한 버스 한국에서는 보통 KTX를 이용하거나 대전 정도의 거리만 버스로 이용했기 때문에 휴게소를 들릴 일이 없었는데 와…
4시간 버스는 휴게소를 들렀다. 1시간 정도 자고 일어났는데 잠이 안 와서 영상을 봤다가, (이제야) 약 1시간 동안을 맛집을 검색하머 더 일찍 결정하고 출발하지 못한 나를 원망하며 시간을 보냈다. 여행에서 한 끼 한 끼가 얼마나 소중한데…
중간에 휴게소에 들렀을 때 엄마한테 전화가 왔고 나는 말했다. “엄마ㅋㅋㅋ괜히 온 것 같아..ㅋㅋㅋㅋㅋㅋ아직 온 만큼 가야 돼. 그리고 생각해 봤는데 왕복 이동시간만 8시간이야ㅋㅋㅋㅋ굳이 왜 왔을까..ㅋㅋㅋㅋ“
근데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게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맛있는 현지 음식으로 한 끼를 못 먹는 게 너무 아쉽고, 도착해서 빨리 숙소로 가서 동생을 만나고 싶다의 마음으로 가득했다. 터미널에 도착해갈 때의 그 설레는 마음과 낯선 도시가 두렵기도 한 그 마음. 그 마음으로 편의점에 들어갔을 때 가득 차 있던 군고구마 냄새에 군고구마를 사고, 지나가다 나는 옛날 시장 통닭 냄새에 나는 지갑을 열어버렸다. 나는 굶주려있었기 때문이지.
지방이다 보니 시내? 번화가 쪽에 이런저런 매장들이 모여있어서인가? 집 근처에 없어 내가 하나 차려야겠다고 진심으로 노래 불렀던 명량핫도그부터 그 옛날 대학생 시절 즐겨 먹던 신전 떡볶이에 요즘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트럭 닭꼬치까지… 숙소에 들어가기 정말 힘들었다. 아무튼 오랜만에 편의점 술을 사러 갔더니 처음 보는 새로운 것들이 많아서 어찌나 고민을 했던지. 4시간… 그까짓 거 다 잊히더라…. 나 이렇게 가벼운 사람이더라….
숙소는 그냥 이름만 호텔인 모텔이었지만 나름 깔끔한 편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굶주린 사람(처럼이 아니고)이 통닭, 호떡, 꼬치, 군고구마, 맥주를 클리어하고 OTT까지 보다가 잠들었다. 아… 너무 불량스러운(?) 하루였다(?) 나름의 일탈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동생은 출근하고 나는 혼자 욕조에서 목욕을 하며 간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았다. 간밤에 그리고 아침까지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첫눈이 왔다고 한다. 그것도 쌓일 만큼 아주 많이.(나는 못 봤으니까 인정 안 해. 첫눈 안 온 거야!) 그리고 요즘 볼 게 없어 ‘미스터 선샤인’을 보고 있는데 미친 존잼은 아니다. 그래도 할 게 없으니 좀 봐주고. 밤에 잔뜩 먹고 잤더니 배가 안 고팠다. 목욕을 하면서 배가 꺼지길 바랐는데 역시 좀 뛰어주거나 운동을 해야 꺼진다.ㅠㅠ
여행에서 한 끼 한 끼가 얼마나 중요한가. 나는 그 수많은 맛집 중 고르고 골라 첫 번째 식당을 방문했다. 혼자라고 하니 인상이 팍!! 아주 팍!!! 찌푸려지는 이모님. “추어탕 먹으려고? “ ”청국장 먹으려고요 “ ”청국장은 2인부터 가능해. 보리밥 먹어 “
내 삶이 아무리 만족스럽지 못하다 해도 내가 먹을 메뉴는 내가 정할 수 있지 않나? 내가 얼마나 고심 끝에 고르건대. ”아니에요. 그건 됐어요. “하고 나왔다. 그리고 썩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그다음 동선에 있던 맛집을 갔고 거기서도 1인분은 안된다고 했다. 그래도 최소한 ”죄송해요. 우리가 1인 식사는 안돼요.”라고 하시더라.
결국 오래된 중국집이라고 해서 저장해 두었던 곳으로 발길을 향했고 그곳에서 식사를 했다. 아점으로 중식을 먹어서 그런지 속이 느끼해서 당장 아아를 마시고 싶었다. 근데 한입 먹을 때부터 썩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는지, 추워서였는지 딸꾹질이 나오길래. 립스틱도 안 가져오고 머리 집게도 안 가져왔길래 숙소로 가서 한숨 자고 나갔다.
평점 좋고 커피가 맛있다는 카페는 정말 많았다. 어디 갈지 굉장히 고민하다가 그래도 여행 왔으니까 좀 멀어도 가보자 하고 마산항 쪽으로 왔다. 바다뷰의 인스타그램 카페가 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조용하고 맛있는 커피가 먹고 싶었다. 커피는 혼자가도 마실 수 있으니 걱정이 없었다. 그렇지만 카페 가는 길 바람이 거의 돌풍 수준이어서 앞으로 나가기가 어려웠다. 길가에 자전거가 바람에 쓰러지는 정도ㅋㅋㅋㅋ
그래도 그렇게 힘들게 찾아간 카페에서 아아를 주문하니 “안 추우세요?”라고 물어보신 무뚝뚝하지만 인상 좋은 사장님과 그가 내려준 커피는 진짜 너무 맛있었다.
그리고 저녁은 또 어떤 맛있는 것을 먹을까에 대한 기대가 있고, 동생과의 야식(?) =먹부림의 즐거움이 있기에 춥지만 굳이, 특별히 할 게 없지만 굳이 찾아온 낭만이 있었다.
나는 그 여행지가 어디든지 로컬을 선호하고, 예쁘지 않아도 현지인들이 가는 맛집을 찾는다. 서울의 따릉이인 창원의 ’ 누비자‘를 타고 누벼본 마산. 크지 않지만 저렴하고 부두도 있고 나름 있을 거 다 있는 도시더라. 그래서 다음에 마산 가면 어디를 가야 하나요? 현지인 로컬 맛집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