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선샤인' 정주행
사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건 벌써 3주 전의 일이었다.
새로운 직장을 다니기 시작해 적응하고, 연말이라 이런 저런 약속을 갖다보니 이제서야 글을 마무리 하려고 자리에 앉았지만, 그 사이 감정은 흐릿해졌고 정세도 많이 달라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현재의 시점에서 작성하는 것은 아니고 앞부분은 당시 작성했던 생각이다.
불안정한 시국에 정치적인 발언은 민감할 수 있을 것 같아 가급적 하지 않으려고 한다.
원래도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정치적 성향을 갖고있지 않기도 하고, 워낙 긴급한 상황이라 말을 잘못했다는 길거리에서 돌도 맞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회사를 그만두고 자유롭게 지내는 몇 달 간 나의 몇 안되는 루틴은 헬스였다. 한 때 참 열심히 했었다.
운동을 하면서 많은 영상을 보게되는데 보던 콘텐츠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볼거리를 고르며 하필 고른 콘텐츠가 '미스터 선샤인'이었다.
그리고 여느때와 다름없는 평범한 화요일 밤, 긴급 계엄령이 선포되었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기도 했고 특정 정당에 대한 선호도나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지 않기에 당시 들었던 감정을 간단하게 정리해보고자 한다.
1. '대한민국'은 참 안쓰러운 나라다. 드라마에서도 일본군에게 공격받고, 청나라나 미국에게는 도움을 받지 못한다. 남의 나라에, 그것도 국민과 제왕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이들이 주둔하는 상황. 불쌍하기 짝이없다. 주둔한다는 것 뿐인가. 일방적으로 공격하고, 폭력을 행사해 굴복시키는 상황. 이 얼마나 억울한 상황인가. 근데 나라가 너무 힘이 없다.
상대적으로 '유진 초이'로 등장하는 한국 태생 미군을 연기한 이병헌은 무서울 것이 없다.(?) 그는 미국인이자 미군이니까. 과거 계급이 존재하던 시절, 노예의 아들로 태어나 버림받고 미국으로 도망치듯 탈출했던 그는 한국이라는 나라와 그 시스템을 증오하지만 자신과 함께 지내는 사람들과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도움을 주는 입장이 된다. 지금도 변함없이 미국은 강대국이다.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그 당시에도 미국은 강대국이고 함부로 공격할 수 없다. 그것이 일본이라고 하더라도.
무자비하고 야비하게 국민들을 공격하는 모습을 보면서 미군이 도움을 주었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잠시했다. 하지만 그 어떤 나라도 (특히 미국은) 자국의 이익이 우선이기에 절대 그냥 도와주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행을 제외하고 해외에서 공부하거나 거주하는 등의 해외에서의 장기적인 경험이 많지 않아서 일수도 있고, 관심이 없어서일수도 있다. 꽤 오래 전, 다국적 외국인들과 여행을 한 경험이 있다. 그 당시 미국인은 자국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하고 약간 깔보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라는 의견을 말했던 친구가 있었다. 나는 뭐 그렇구나 하고 한 귀로 흘렸었다. 실제로 그런 뉘앙스의 대화를 나누거나 그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기도 했고.
하지만 글로벌 세계 강국. 대통령이 바뀌면 그가 어떤 횡포를 할지, 그의 성향은 무엇인지, 그에게 충성하는 기업인의 영향력을 보면서 평소에 체감하지 못했던 '권력'이 무엇인지와 그 힘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모든 미국인들이 그러지 않겠지만 그런 국가의 국민으로서 갖는 자부심이나 어깨에 들어가는 힘이 누군가에게는 무시로 느껴질 수도 있을 수 있으니까.
어쨌든!!! 아무리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라지만 과거에도 지금같이 여러 국가에 영향을 많이 받고, 영향을 넘어 속박 당하고, 공격당하는 모습에 너무 마음이 아팠다. 한반도는 어찌 이리 마음아픈 국가란 말이오.
2. 유진 초이와 고애신 외 참 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지키고자 했던 대한민국은 그 당시에도 자기 혼자 잘살겠다고 대놓고 강력한 친일 행동을 서슴치않으며 훼방놓던 이완익이 있었다. 일본과 맞서 싸우는 것도 힘든데 스파이는 물론, 강력한 파워의 이완익까지. 그의 훼방은 고종 마저 굴복하게 만든다.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나라를 수호하고자 목숨을 걸고 싸우는 사람들과 대비되는 그. 정치적 성향이 다른 것도 아니고 그냥 혼자 끝까지 잘 살아남겠다는 개인적 이익만 추구했던 그는 저항 단체의 타겟이 될만 하다. 암만.
유진초이와 고애신이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나라의 지금 현 모습을 보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도 그렇거든요. 나라가 많이 분리되어 있고 찢어져있습니다... 그 당시 꿈꿨던 나라는 이런 나라가 아니셨을텐데 말이에요.
긴급 계엄?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수단은 분명히 잘못됐다. 적어도 다른 단어를 선택했다면?
어떤 생각으로 전 국민의 PTSD를 일으키는 '계엄' 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생각을 했을까?
근데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한다. 뭐만 하면 탄핵, 여당의 의견은 일단 무조건 반대하고 본다.
돌봄비 삭감, 특활비 0원? 특활비 0원은 극단적으로 그냥 일을 하지 말라는거다. 돌려 말하는거랄까?
속된말로 빡칠만 하다. 얼마나 화가나고 답답했으면 저랬을까 싶기도 하다.(절대 잘했다는 거 아님)
그냥 내 생각을 끄적거리는 작디 작은 이 공간에 정치적인 의견을 쓰면 혹여나 득달같이 달려들 1찍, 2찍들(요즘은 서로를 이렇게 비하하더라)이 있을까 싶어 조심스럽지만 그냥 내 생각을 쓰는 곳이니까 쓴다.
국가 경쟁력도 없는데 내부적으로 이렇게 갈라치기 되어있으니 2시간짜리 말만 계엄이었던 계엄이 일어나고 해외 외신의 방문이 취소되고, 환율은 치솟고 주가는 폭락하는 당연한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탄핵한다고 이 문제가 사라지거나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탄핵 뒤에 제대로 된, 뽑고 싶은 국가의 리더, 수장이 있는가? 그것도 없다. 그러니까 답이 없는게 또 문제라는 것이다.
원래 투표는 차악을 선택하는 거라고 배웠다. 차악이고 최악이고 그냥 악밖에 없다. 진정한 리더는 정말 정치적 세력이 없어서 안되는것인가?
특히 미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에 영향을 많이 받는 우리는 외교적으로도 적절한 입장을 유지해야한다. 그런데 내부적으로도 너무 다른 성향으로 이렇게 많은 싸움이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 싸움에는 보수와 진보가 아니라 친중, 친일로 갈라치기 되고 있다. 우리는 이토록 약한 존재다. 누군가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개인을 위한 정치가 아니가 적절히 외교적 중립을 취하며 나라의 발전을 도모할 수는 없을까. 나무가 아니라 숲을 바라 볼 수 있는 시야를 갖을 수는 없는건가요?
3. 권력 분립은 참 잘되어 있구나.
사실 나는 긴급 계엄이 선포되고 나서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말하는 계엄의 이유는 정치적으로 손발을 묶고 국회의 기능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것을 들었고, 그러한 목적으로 국회 및 정당 활동을 금지시킨 거라고 이해했기 때문이다. 국민을 대상으로 한 무분별한 탄압이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다행히 새벽에 국회의원들이 모여 긴급 계엄령 무효의 결과를 만들어 해제가 선포되었다. 이런 상황을 보며 불행 중 다행으로 시스템은 잘 갖추어 작동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랬다면 불법이었겠지만(상상도 하지 않았지만) 계엄 무효 결과에도 불구하고 해제를 선포하지 않았다면? 그럼 이제 정말 막장인 거다.
독재 정치를 예방하고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이 현재까지는 잘 유지되고 작동되는 것 같아서 그나마 희망적이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될까 너무 궁금하고 도파민 뿜뿜해서 지켜보던 정세는 탄핵안 가결이라는 결과를 만들었고 헌법 재판소의 판결이 남았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어떤 생각, 어떤 목적으로 왜 긴급 계엄이라는 수단을 선택한건지 언젠간 꼭 들어보고 싶고 선관위 관련 의혹들은 꼭 가급적 빠른 시일에 밝혀졌으면 한다.
우연하게, 뜻하지 않게 역사적으로 마음이 아픈 콘텐츠를 보던 중에 이런 상황이 발생하게 되며 많은 생각을 했다.
애신 아씨, 안타깝게도, 여전히 지금도 우리는 힘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글로 잘 정리를 못한 것 같기도 하고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 것 같기도 하고 횡성수설한 것 같기도 한데 아무튼 뭐. 그렇습니다. 저도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는 국민이 되고 싶고, 그런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볼게요. 의원님들도 연봉만 올리지 마시고 밥그릇만 챙기지말고 대의를 위해 일해주실 수는 없으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