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의 위태로운 저녁식사
아무 것도 모르고 선택한 책이었다.
여느때처럼 도서간 신간 코너에서 제목과 표지, 뒷표지의 간략한 책 설명을 보고 고른 책. 뒷 표지의 간략한 설명에서 '엇! 혹시?' 하는 생각이 들긴했지만 검색 없이 아무런 정보 없이 빌려왔고 일주일 조금 안되는 시간 동안 단숨에 읽어버렸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내 브런치 스토리에 몇 안되는 글 중에 가장 폭발적인 조회수를 보였던 글의 중심이되는 '보통의 가족'영화의 원작 소설이었다. '더 디너'라는 헤르만 코흐의 6번째 작품으로 동명의 영화도 있었다. 이탈리아 영화로 검색되는 '더 디너' 작품은 보지 않았기에 '보통의 가족' 영화와 비교하자면 영화보다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책을 읽는 것이 영화로 보는 것보다 상상할 거리가 많은 것이 당연하지만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던 주인공의 정신적 질병(?) 또는 성향 등이 언급되었다. 그리고 그 성향이 아들에게 전달되었다는 내용이 등장하며 사건에 대해 개연성을 부여하고 또 다른 생각거리를 던져주기도 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영화로 이 모든 부분을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을거라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는 가지치기가 필요했을 듯.
흥미로웠던 점은 해당 작품은 형과 동생 부부 총 4명이 함께 식사를 하면서 전개된다. 그리고 식순에 따라 아페리티프*로 시작해서 애피타이저, 메인요리, 디저트, 디제스티프*, 그리고 마지막으로 팁의 순서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서양 요리의 정찬에서 식욕 증진을 위하여 식전에 마시는 술
*서양 요리의 정찬에서 식사 후 소화를 돕기 위한 용도로 마시는 식후주
이 소설은 동생의 입장에서 서술되는데 그는 강력한 수상 후보인(정치가) 형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싫어한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 정도로 대화 중간 형을 비꼬며 공격한다. 그가 묘사하고 설명하는 형은 허세 가득한 사람으로 대중의 지지와 관심을 즐기는 관종이다. 동시에 배고픔과 같은 본능적인 상황에 처하면 허세고 뭐고 배고픔을 채워야 하는 본능적인, 조금은 모자른 것 같은 사람이다.
두 부부의 아들이 충동적으로 저지를 사건으로 시작되는 영화와 달리, 책에서는 형 부부와의 식사자리가 달갑지 않은 동생의 입장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휴가 이야기, 영화 이야기 등 돌고 돌아 메인요리가 나오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꺼낸다. 그리고 영화에는 존재하지 않던 입양아들이 등장한다.
충동적으로, 의도치 않게 노숙자를 살인하게 된 두 청소년의 부모들이 사건 해결을 이야기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허영심 가득한 관종 정치가인 형은 자수하고 책임을 지겠다고 이야기하지만, 동생네 부부와 형수인 바베테는 해당 사건을 덮으려고 형을 설득한다.
결론은 영화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과 내 자식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입장. 이런 고뇌의 부분은 영화에서 더 잘 그려졌다. 소설 작품에서는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보다는 각자 비밀을 갖고 있는 부분이 확대되어 그려졌다. 본인이 정신적인 질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 후 이 질환이 유전일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 '내 아들도 혹시?' 하는 생각을 하게되고 출생 전 양수 검사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아내에게 묻지 않았지만 이런 저런 비밀을 담아둔 앤티크 서랍장에서 그는 양수 검사를 진행하고 아내가 혼자서 부부의 결정의 체크 박스에 동의했음을 확인한다.
영화 '보통의 가족'이 자식을 지키기 위해 부모는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초점을 맞췄다면 소설은 자식을 지키기 위한 부모의 모습도 있지만 동시에 아무리 가까운 가족이어도 서로 간의 비밀이 있을 수 있으며, 허세 가득한 모자라 동생이 싫어하는 형이 오히려 더 현실적이고 적어도 책임지려 하는 모습을 보며 과연 옳은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소설을 통해 헤르만 코흐라는 작가도 알게 되었고, 생각해본 적 없지만 소설에서 표현하는 네덜란드를 보면서 해당 국가에 대한 궁금증도 갖게 되었다. 자식이 있어본 적도 없고, 자식이 없을 예정이지만 가까운 가족 간의 비밀과 책임을 질 줄 아는 어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작품이었다.
사실 책을 읽고 어떻게 우연히 이 책을 골랐지? 하는 신기함은 있었지만 한번 글을 썼던 내용이기도 하고 글을 쓸만큼의 특별한 생각이 없어 스킵하려다가 기록을 위해 남겨본다. 매체에 따라, 국가에 따라 강조되는 부분도, 남는 내용도 다름을 체감하는 경험이었다. 다른걸 다 떠나서 책을 읽는 내내 장면 장면이 눈에 보여 묘사를 참 잘하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기회가 된다면 해당 작가의 작품들을 통해 네덜란드라는 나라를 알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