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고 싶은 사람들을 위하여
책을 읽다가 눈물을 흘려본 게 너무 오랜만이다.
엉엉까지는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흘린 눈물이었다. 생각해 보니 눈물을 흘린 게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난다. 그만큼 무던하고 감정적으로도, 개념적으로도 멍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도서관에 가서 아무 생각 없이 집어든 '우울증을 앓는 36살 백수'의 에세이였다.
인생이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아 힘들던 차에 집어든 책이었다.
책 뒤표지에 "서른여섯, 백수, 산다는 것, 셋 중에 뭐가 잘못된 걸까"라고 적혀있다.
저 3개의 어절 모두 사회는 잘못된 것이라고 치부한다. 뭐 정상적인 범주에서 벗어났을 수는 있다. 하지만 잘못된 거라고 치부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산다는 게 잘못된 삶은 없으니까.
책을 잃으면서 어쩌면 이렇게 글을 잘 썼을까 감탄하면서 읽었다. 눈물이 흐르는 와중에, 어떻게 삶이 이렇게 평탄치 않았을까, 얼마나 힘들었을까 공감하면서 그리고 또 눈앞에 그려지는 장면을 보면서도 참 잘 썼다는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폭력과 집안의 가난, 친구들로부터의 폭력으로 고등학교를 자퇴한 주인공이었고 소심한 성격에 사람들과의 교제는커녕 주문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삶을 살아왔다. 우울증으로 병원을 다니고 남들과 같은 평범한 삶을 못해 사회생활을 해본 적 없는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공감이 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저 삶을 사는 본인은 얼마나 힘들고 답답할까 생각이 들었다. 요 근래의 내가 충분히 공감하는 감정이었다.
미안해하고 안타까워하면서도 답답한, 그러나 해줄 수 있는 게 없는 부모님의 말 한마디. 그리고 밖에서는 아무 말도 못 하는 소심한 청년이지만 엄마한테만은 큰소리치고 미안함을 화로밖에 표현 못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너무 나 같아서, 너무 한낱 연약한 인간이라서...
이 책이 어떻게 나왔을까 궁금했는데 힘든 삶을 견뎌내면서도 본인의 글을 블로그에 하나씩 작성한 듯하다. 사람들의 공감과 응원 끝에 책으로 나올 수 있었고. 짧은 문장과 많지 않은 분량으로 글을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처음에는 책을 읽거나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브런치를 채워보려고 했고, 나중에는 가볍게 읽거나 글로 남길 정도가 아닌 경우는 가볍게 감정적 여운만 갖자고 마음먹으며 요 근래 글을 쓸 여유가 없었다. 그만큼 와닿는 책이 없기도 했거니와 오늘로부터 7일 전, 근무를 마치고 급작스럽게 퇴사를 결정해 루틴이 바뀌기도 했다.
나도 서른 중반의 백수로서 사회에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열등감도 있고, 결국 포기했다는 자괴감도 있고, 앞으로의 미래가 막막한 마음도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우울감을 증폭시키지 않으려고 일부러 우울하고 무거울 것 같은 책은 배제했는데 어쩌다 보니 상황이 비슷하기도 했고, 이 책을 보면 여느 책과 다름없이 위로받고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가방에 담았다.
예상했던 보통의 에세이와 달리, 김봉철 선생님은 처지를 한탄하지도 않았고, 극복한 삶을 살아가는 위인도 아니었다. 그저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고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며, 그렇지만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삶을 사는 그냥 평범한 인간이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포기하고, 내가 바라는 이상향을 위해 노력하지만 결실이 맺어지지 않아 답답하고 막막한 나보다 더 힘들어 보였다. 적어도 글 속에서는.
많은 부분에 공감하며, 마음이 아파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근데 확실한 건 내가 유사한 상황이 아니었어도 흘렀을 눈물이었다. 그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힘들고 때로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입 밖으로 뱉는 사람이지만 남들처럼 살아가고 싶은 사람이다. 담백한 말투로 써 내려간 글에는 재미와 공감을 이끌어내는 힘이 있었다.
그는 겨우 콜센터에서 일하며 하루하루 평범한 사람처럼 살기 위해, 1인분의 몫을 감당하기 위해 노력하다가 결국 포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또다시 도전하기도 한다. 누군가 '산다는 건 고통이야'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누군가 함께 고통을 받고 있구나, 나만 이렇게 답답하고 고통스러운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가벼운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책을 덮고 '김봉철'이라고 검색해 보니 책이 여러권있었다. 여전히 그도 살아가기 위해 어디선가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 힘이 되었고 그의 다른 책들도 보고 싶어졌다.
정말 주제 없이 어떤 글을 써야 할까의 생각 없이 마구 적고 있는 글이다. 단순히 지금 이 감정을 남기고 싶어 작성하는 글이지만, 사회에서 평가하는 일명 평균 이하의 삶일지라도 글로써 소통하고 재주를 뽐내는 '김봉철'씨의 글을 보면서 나도 계속할 거다. 포기하기 전까지는 포기 않을 거다.
아무튼 나도 김봉철 씨도 파이팅!! 그리고 검색해 보니 그의 책은 이 한 권이 다가 아니었다. 참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역시 술술 읽히는 글이기에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다.
주문 못해도 술술 읽히는 재미있는 글을 쓰는 재주가 있듯이 내가 굴린 돌이 떨어지고 또 떨어져도 계속 굴려봐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