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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짱상
Jan 07. 2022
도쿄에세이 #1. 도쿄 첫눈 코로나가 준 우리의 시간
아이가 개학을 하니 나의 새벽 도시락은 다시 시작되었다.
개학 이틀째인 오늘 아이와 남편을 챙겨 보내고, 따뜻한 온수매트의 잔열이 남아 있는 침대로 잠시 몸을 뉘었을
뿐인데... 이런저런
꿈을 꾸다 눈을 뜨니 이미 점심 먹을 시간이 되어 있었다.
아.. 스스로
에 대한 한심함이 찾아오기 전에
뭐.. 이
런 날도 있는 거지... 매일을
촘촘하게 살아가지 않아도 괜찮아
스스로를 정당화하며 밖을 내려다보니 뿌옇다.
흐린 날.. 안개인가..
다시 눈을 꿈뻑여 보니 도쿄에 눈이 흩뿌려지고 있었고, 핸드폰에는 눈이 내린다는 남편의 톡이 와 있었다.
어제 그래도 겨울인데... 나도 눈 보러 가고 싶다고 그에게 약간의 부담을 주었더랬는데
바로 오늘 이렇게 도쿄에서 쌓인 눈을 보게 될 줄이야.
쌓인 눈을 보면 나는 눈사람을 만들고 싶어 진다.
베란다에 나가서 쌓인 눈을 한 줌 쥐어 나만의 작은 눈사람을 만들었다.
다시 따뜻한 거실로 들어와, 지난 여행지에서 잘생긴 바리스타에게서 구입해 온 신선한 원두로 내린 커피를 예쁜 잔에 내려 들고,
폭신한 쿠션 의자에서 내 미니 눈사람과 내리는 눈을 감상하려는 그 순간...
'카톡'.. 비보가 전달되었다.
아이 학교에서 코로나 확진자 발생으로 앞으로 10일간 온라인 수업이라는 것이다.
오늘이 개학 이틀째인데 말이다.
순간 마음이 무거워졌지만,
어쩔 수 없다.
우리 가족이 아직
건강한 것
만으로도 감사하자.
모처럼 나의 내일은 새벽 도시락 준비가 필요 없게 되었고, 나의 아들은 이른 시간에 눈 부비며 스쿨버스에 몸을 실지 않아도 된다.
신난다. 오늘 신나게 눈싸움이나 해볼까?
아이가 하교하기까지 눈은 점점 더 쌓여가고 있다.
여기 도쿄 맞나? 삿포로로 타임슬립 한 느낌이 든다.
더구나 맨션 곳곳의 창가를 통해 바라본 바깥 풍경이 내 마음을 더욱 풍요롭게 해 준다.
마치 다시 메리 크리스마스가 찾아온 느낌이랄까?
아이가 돌아와 제일 먼저 한 일은 눈덩이를 뭉치는 것, 분명 나를 향해 발사하려는 것이겠지.
애가 던지는 눈덩이를 좀 맞아줘도 되는데,
그대로 갚아주려는 내 안의 어린아이를 만났다.
그래도 함께 나와서 눈싸움해주는 엄마가 된 것으로,
이 정도로 난 괜찮은 엄마인걸 꺼야. 그렇지 아들?
눈이 귀한 도쿄의 눈이라 그런가, 오늘따라 유독 아름답다.
카페에서 코코아와 아메리카노로 몸을 녹이고..
엄마는 카페에 앉아 아이가 만들어 준 하트를 감상하고 있자니 달달하다는 것은 이런 기분이겠지?
엄마를 닮은 너.. 너만의 창의적인 눈사람을 만들었구나.
나를 닮은 너를 볼 때마다 내 사랑은 조금 더 애틋하고 깊어지는 것 같아.
코로나 소식과 함께 온 도쿄 첫눈이었지만, 기분 좋은 눈싸움과 눈사람이 함께한
아들과의 반짝이는 시간이었다.
이젠 집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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