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9, 삶의 강약에 대해서
퇴사 2년 차 단상
강약약 중강 약약약..
어릴 때 음악시간에 종알 종알 외웠던 것 같은데...
이젠 그 리듬을 삶에 적용할 나이가 된 것 같습니다.
눈만 뜨면 출근하던 시절이 강강강 이었다면 이제 퇴사 후에는 어느 정도의 힘을 주고 살아야 할까요.
아마도 퇴사를 어떤 사연과 심정으로 선택했느냐에 따라 각자의 삶의 강도 조절과 방식은 달라질 것입니다. 누군가는 번아웃 때문에 선택한 퇴사라 살기 위해 힘을 쭉 빼는 삶을 선택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새로운 도전을 위한 퇴사라 더 주동적이고 강력하게 힘을 주는 삶이 시작될 수도 있겠지요. 각자의 다른 이유로 퇴사하게 된 지인들을 보아도 어떤 친구는 시골 라이프를 온전히 느끼며 살아가고, 어떤 친구는 자신의 커리어를 확장해서 더 많은 성취를 이루어 나가기도 하더라구요.
퇴사 2년 차,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저의 퇴사 1년 차와 2년 차 뭔가 굉장히 다르게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작년 퇴사 1년 차에는 아마도 강강강강, 덕분에 18년간 대기업의 직장생활에서도 느낄까 말까 했던 번 아웃까지 다 달았던 것 같습니다. 계획하지 않았던 40대 여성의 퇴사에서 오는 박탈감과 사회적 소외감, 경제적 독림감의 훼손을 스스로 상쇄하고자 끊임없이 크고 작은 도전을 했었어요. 무언가를 하고 있지 않으면 뒤떨어지는 것 같았으니까 말이죠.
강강강강 모드로 시작했던 일들은 일본어 과외선생님, 주식, 블로그, 유튜브, 브런치 작가, 코칭 쉬지 않고 배우고 용기를 가지고 바로바로 도전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그 누구도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뭔가를 쉬지 않고 꾸준히 애썼구나... 스스로에게 박수와 칭찬을 보내고 싶어질 정도였네요. 덕분에 어느 정도의 수입도 생기고, 누군가에게 소소하고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일상의 루틴과 기반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이런 1년 차를 보내고, 뿌듯함도 있었지만 다소 지치기도 하고 우습게도 잠시 아이가 내민 닌텐도 스위치 게임에 빠져들어 무념무상의 시간을 갖던 중.... 끊임없이 주어지는 미션 클리어 끝에 지금 여기에서 이 순간에 내가 무엇을 놓쳐서는 안 되는지에 대한 생각이란 걸 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퇴사 후 1년 차까지 지속되어온 삶의 강강강 리듬에서 드디어 '약'을 만난 느낌이랄까요? 그렇게 시작된 퇴사 2년 차도 어느새 1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되었습니다. 최대한 과거의 모습의 나로부터 힘을 빼고 가족의 일원으로서 아이와 집안을 조금 더 살뜰하게 보살피기를 시작했고, 살면서 처음으로 운동에 취미가 생기고, 무엇보다 혼자만의 시간이 소중해졌습니다. '약'에 맞는 일주일의 나만의 루틴이라는 것도 생겼지요. 주변의 사람들에게 휩쓸리지 않고 결국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내 시간을 온전히 쓰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이제는 그 일주일에도 강약이 있고, 오늘 하루에도 강약의 수위를 조절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아마도 스스로의 에너지 수준을 인식하고,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혹은 원하는지에 따라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 퇴사 2년 차의 미덕이라고 제멋대로 이름 붙여 봅니다.
만약 지금 당신은 당장 퇴사를 하게 된다면, 어떤 삶과 일상을 꿈꾸시나요, 지금보다 힘주는 삶을 원하시나요, 힘을 빼는 삶을 원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