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4년, 4계절 3인 가족의 첫번째 가을 이야기
엄마
여행의 백미는 계획하지도, 기대하지도 않았던 특별한 풍경과 만나는 것 아닐까요? 이곳이 바로 그런 최고의 여행지였습니다. 숙소 주변의 보슬비 내리는 아침 산책길에서 만난 에메랄드빛 협곡과 그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출렁다리. 이 다리는 이름도 멋집니다. '유메노 쯔리바시', 우리 말로는 '꿈의 흔들다리'입니다.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스릴이 넘쳤던 곳입니다. 그런데 이런 다리 위를 10살짜리 아들이 겁도 없이 앞서서 달립니다.
겁없는 녀석, 너의 이름은 남은성!
아들
숙소에서 아침 일찍 일어나 엄마와 아빠와 함께 걸어 도착한 곳은 바로 이 흔들다리였습니다. 물살은 청록색으로 맑고, 나무는 싱그럽게 우거져 있으며, 바람은 산들산들 불어왔습니다. 한가한 다리 위에서 찍는 사진은 정말 멋지더군요. 일본의 물은 이렇게 푸르르지만, 한국에서 본 물색은 왜 이렇게 탁하고 흐려 보일까요?
아빠
우리의 여행 계획은 큰 그림을 내가 그리고, 나머지는 엄마의 몫입니다. 큰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여행할 지역을 정하고 숙박을 예약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별 생각 없이 잡은 숙소 근처에 이렇게 멋진 다리가 있을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오전에 보낼 장소를 찾다 우연히 발견한 곳입니다. 미치도록 아름다운 물색과 어우러진 흔들다리에서, 두려움보다는 저곳을 함께 건너고 싶다는 욕구가 앞섰습니다. 3인 가족이 함께라면 두려움도 하나의 모험이 됩니다. 꿈속을 걷는 듯한 이 다리는 몽환적인 아름다움과 어우러져 우리 가족에게 더없이 소중한 추억을 남겨준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