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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짱상 Sep 02. 2024

예술의 섬 나오시마 여행중 노란 호박 앞에서

일본에서 4년, 4계절 3인 가족의 첫 번째 겨울 이야기 


아빠

2011년 회사 연수로 1년 동안 일본에 머문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한적한 일본의 섬에 한국 현대예술의 거장 이우환님의 작품만 따로 전시되어 있는 미술관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번 찾아가 본 곳이 바로 나오시마입니다. 나오시마는 시코쿠와 고베 사이에 위치한 작은 섬입니다. 제련소의 쇄퇴로 방치되었던 섬이 예술가들의 재탄생 프로젝트를 통해 섬 전체가 하나의 예술품처럼 변모한 곳입니다. 이렇게 멋진 장소까지 오게 되니, 이곳을 꼭 가족들에게도 소개해주고 싶었습니다.


이 노란 호박 조각은 아내와 아들이 함께 배를 타고 섬에 들어와 자전거 투어 중에 우리를 맞이해 준 작품입니다. 사실, 작품의 예술적 심오함을 느끼기도 전에 옆에서 이리저리 열심히 사진을 찍어야 했지만, 이 조형물은 우리 3인 가족의 발자취와 함께 예술품의 깊이가 더해진 것 같습니다.


엄마

따뜻한 일본 남쪽으로 조금 긴 겨울 휴가를 떠났습니다. 배를 타고 들어가는 나오시마라는 섬은 우리의 예술 감성을 충전하기에 최적인 장소였습니다. 다만 여기서도 도시처럼 월요일에는 미술관들이 다 쉬는 날, 하필 우리가 찾아간 날이 바로 월요일, 어쩐지 횡하더라 했습니다. 그래도 섬 전체를 우리 가족이 전세를 낸 듯 자전거 일주를 즐길 수는 있었지요. 아쉽게도 대부분의 미술관의 입구만 찍고 왔지만, 다행히도 나오시마에서 제일 유명한 노란 호박이 바닷가에서 떡하니 우리를 반겨줍니다. 


이 호박을 발견하고 꽤나 들뜬 엄마와 아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명품 루이비통이랑 콜라보레이션더 하는 요즘 핫한 일본 미술가 쿠사마 야요이의 대표작입니다. 은성이가 자라서 이 작가의 작품을 만날 때마다 행복한 어린 시절을 추억하면 좋겠습니다.


아들

나오시마 여행. 일본 남쪽에 위치한 이 섬에서 쿠사마 야요이의 빨간 호박, 노란 호박을 보고 자전거를 타며 나름 재미있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치과의사의 집'이라는 작품입니다. 담장에 이빨이 수도 없이 박혀 있는 모습이 정말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리고 미술관들처럼 식당들도 문을 닫아서 집에서 챙겨온 간식으로 군것질만 했습니다. 그 중에서 특히 맛있어서 기억에 남는 것은 고추장에 찍어 먹은 오징어! 아직도 그 맛은 잊을 수가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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