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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또깡a Aug 22. 2016

#  일식 돈까스의 미소

별거 아니지만, 마음에 들어오는 것들


  탐궁과 얼굴을 보기까지는 일주일이 걸렸고, 그간 하루 건너 한 번씩 총 세 번 연락을 했다.(탐궁은 이런 일은 빨리 움직여야 한단 생각에 스피드하게 진행했다고 한다.) 소개팅이 처음인 데다, 남자사람을 이성으로 대하는 것도 오랜만이었기에... 조심한답시고 항상 그의 연락을 기다렸다. 이놈의 연락이 참 애매하다. 너무 정보를 다 공유하면 막상 만나서 할 얘기가 없고, 안 하기엔 너무 정 없어 보이고...   하지만 난 진취의 아이콘, 호기심의 화신이란 말이다. 처음엔 좀 얌전히 있으라고 주변에서 말렸지만 그 기질이 어디 가나?


   비록 소개팅은 처음이지만 첫 만남을 위해 내가 원하는 쪽으로 리드하고 싶었다. 탐궁이 먼저 시간과 장소를 정하게 했지만, 밥은 내가 원하는 게 먹고 싶었다!! 보통 소개팅 메뉴 하면 파스타 아닌가. 하지만 탐궁은 당시 가난한 취업준비생...(짠해..) 주머니가 가볍다는 정보를 친구에게 전해 들었다. 소개팅 자리에 나와 먹을 것만 축내고 가는 여자로 보이기도 싫은 나름의 배려랄까 가격 대비 포만감을 주고 잘려 나와 먹기도 편한 일식 돈까스가 좋을 것 같았다.


   자연스레 유도했다. 말이 유도지 뭐 먹고 싶냐 할 때 그냥 일식 돈까스집 가자했다. 같이 나오는 미소국이 맛있다는 핑계로... 이런 실없는 소리도 기억하고 첫 만남에서 정말 돈까스를 먹을 때, 미소국을 앞으로 가져다주며 "이거 좋아하지?"라고 해줄 때 왜 이리 설레었는지.. 사람이 누군가에게 맘을 여는 포인트는 생각 외로 단순하다. 그리고 먹는 거에 약하다. 내 밥그릇(국그릇인데?;;)을 챙겨주는 남자. 크으...


  굳이 탐궁이 남자라는 이유로 대화를 리드하게끔 하지 않았다. 소개팅 전 어색하지 않기 위해 나의 관심사도 은연중에 많이 뿌려놨었고 탐궁은 사소한 것도 기억해서 대화로 가져왔다. 내가 길을 열여 놓으면 따라와 씨 뿌리는 느낌이었달까... 탐궁에게도 그 점이 편했던 것 같다, 뭐 배려도 배려지만 난 원래 내가 떠드는 걸 좋아한다. 내가 이리 신경을 썼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탐궁은 자기가 리드한 거라고 우긴다. 우린 서로 자기가 리드했다 우긴다. 서로에게 치명적이고 싶은 마음이랄까.


탐궁 : 서로 만나서 즐거웠음 좋겠어

찌니 : 그건 걱정 없는!!
          괜찮아요 제가 재밌으니까(윙크)

탐궁 : 으앗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ㅋㅋㅋ
          님 좀 짱이십니다??ㅎ

찌니 : 예상한건?

탐궁 : 네 서로 즐겁길 바래용 이정도??ㅋ찌니 : 훗

탐궁: 적극적이구나 호기심도 왕성하구

찌니 : 절 상식선에서 생각하면 안돼요     

탐궁 : 은근 죽이 맞는다 너랑ㅋㅋ     



탐궁이랑 연락을 시작하던 이때 나의 마지막 사랑니가 욱씬거렸다.

내 안에 남아있던 낭만적 소녀가 헛바람을 불어넣어 낯선 이에게 

이렇게 적극적인 호감을 베풀게 만든 걸까?


..... 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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