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삼또깡a Aug 31. 2016

# 빗속의 한지붕, 우산

널 향한 나의 추파, 개드립은 계속된다


  고백하건대, 난 변태다. 변명하건대, 주변에서 날 보고 웃거나 재밌어하는 것이 좋단 말이다. 허세 좀 부리건대, 내가 존경하는 소설가 커트 보네거트가 말했다. 유머, 농담에는 항상 두 가지 포인트 중 하나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죽음과 섹스(성)다.(- 『나라 없는 사람들』, 중) 그러니 개그 소재도 망측할 수는 있지만, 섹드립이 빠질 수는 없지 않은가. 더군다나 내가 젤 관심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연인을 웃겨주고 싶은 마음은 더 간절하지 않은가!!! (변명은 여기까지)

  탐궁과 만난 지 한 달도 채 안됐을 때 드디어 여유 있게 하루 온종일 데이트를 할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보낸 시간도 있고 이날은 꽤 오래 있다 보니 편해졌나 점점 나의 망나니 변태 기질이 올라왔다. 그즈음 탐궁은 뽀뽀도 자주 조르고 내 살집 있는 팔뚝이나 등짝을 쓰담쓰담하는 등 스킨십이 적극적이었다.(굳이 의식이 아니라 본능이라고도 하지만) 우린 월미도를 가고 있었는데 내 등을 쓰담하는 탐궁에게 물었다. 

"뭐예요? 지금 성감대 찾는 거예요? 응큼해~( ͡° ͜ʖ ͡°)

그래 저번 SM발언(#3 참조)에 이은 망언이었다. 하지만 탐궁이 누군가 내 남자 친구 얘도 정상은 아니다. 당시에는 내숭 떤답시고 당황한 척 가만히 있었지만...

"그냥, 그날은 네가 나한테 맘에 좀 열렸나 싶었지... 그래서 뜻하지 않게 생각한 거야. 

  오늘 키스해도 되지 않을까.....?" 

어찌 이렇게 이어지나 싶겠지만;; 그래 우린 이미 정상이 아니다. 개처럼 말하는데 찰떡으로 알아듣는 것도 재주고, 그래서 천생연분인 법!! 탐궁은 이미 나의 언어를 해석할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러니 우리의 첫 키스 이야기로 이어진다. 




우리만의 공간


  솔직히 위에 말대로 키스를 해볼까 싶은 생각은 여자 친구가 있으면 늘 하고 싶은 게 남자 맘이란다. 다만, 상대를 생각해서 조심하는 거지. 탐궁도 나의 개드립에 내 맘이 열렸구나 싶은 얼토당토않는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확신이 없었단다.. 그리고 월미도, 탐궁과 난 맥주와 크래미로 노상을 깠다. 바닷바람을 보며 우리의 첫인상에 대해 나누기도 하고 지금의 연인이 있어 너무 좋다 꽁냥 거리고 있던 찰나, 술기운이 올라왔다. 아니 실은 내가 더 오버했을 수도 있다. 근데 사람이 참 연기하면 그만큼 진짜로 취하는 것 같다.

  탐궁에게 기대고 콧소리로 애교도 부리고 소위 말해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야 진취적인 여자. 탐궁 쫌!! 월미도를 배경으로 우리도 키스해보자!! 였는데.. 탐궁은 인내심 있고 사람의 눈을 신경 쓰는 놈이었다;; 그렇게 나의 유혹에도 불구 우리는 월미랜드를 구경하고 비교적 평범한 데이트를 끝내며 동인천역을 향해 걸었다. 하지만 탐궁이 나를 자유공원(월미공원)으로 데려갔다. 으아.. 드디어.


  공원에는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고 그랬기에 사람들이 없고 깜깜했다. 벤치에 앉았을 때, 탐궁이 내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자, 한번 해볼까? ( ͡° ͜ʖ ͡°)"

'뭐야.. 멋없게.' 생각하는 순간 훅!! 들어왔고, 와.. 이때만큼은 상남자였다. 그 기세에 잠깐 겁도 먹었던, 탐궁은 그간 꾹 참아온 정염을 담아 우리의 열정적인 첫 키스를 리드했다. 비 오는 공원에서 우산을 둘만의 지붕 삼아 한 첫 키스. 그림은 참 운치 있고 수채화 같이 아름다웠다. 우산과 비가 만들어준 둘만의 공간 안에서, 우리는 뜨겁고 정열적이었다. 그렇게 길고 놓치기 아쉬운 첫 키스 끝에... 서먹함과 환희를 안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내내 오늘이 해도 되는 날인 걸까? 아닐까? 내내 재고 있었지. 그래서 괜히 너한테 더 스킨십도 해보고 그러는데 네가 부끄부끄하는 걸 보면 내가 얘한테 못할 짓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하지만 월미도에서 술 먹고 나한테 기댈 때는 정말 여러모로 참기 힘들었지. 그러다가, 네가 돌아가면서도 버스가 아니라 걸어가자 하니까 기회다 싶은 거야. 너도 원하는 것 같다란 느낌도 오고.. 그래서 공원으로 데려간 거였어."


  요즘은 하루 만에도 온갖 진도가 다 나간다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당시 내 개인적으로는 빠른 감도 있다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뭐든 우리가 사귀기 시작했던 것도 그렇고, 처음 했던 뽀뽀나 키스도 그렇고 둘의 마음이 통하는 그때가 정도인 것 같다.


  막말로 그간 혼자 홧김에 저질렀을 수도 있는데 여러 같잖은 유혹에도 나를 지키고 아끼기 위해 노력하는 탐궁이 고맙고 귀여웠다. 탐궁은 항상 내가 원하고 움직일 때까지 기다려줬다. 넌 신사야.


..... ing


매거진의 이전글 # 00 숨소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