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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또깡a Sep 01. 2016

#  넥타이와 졸업

준다는 기쁨


  애석하게도 우리는 사귀고 나서 달콤한 시간을 가득가득! 즐기지는 못할 망정,  탐궁의 졸업과 취업시즌이 다가왔다!! 당시 탐궁은 통금도 있는 남자였고;; 우리는 10시 안에 헤어져야 하는 운명이었다.......  탐궁은 당시 알바와 취업에 시달려 솔직히 나 만날 형편도 아니었다. 나 또한 졸업 준비 때문에 바빴으니 도찐개찐이지만.


  탐궁의 졸업식이 다가오던 차, 사회의 첫걸음을 앞둔 그를 위해 꽤 고급인 예쁜 넥타이를 구매했다. 자주 못 보니 이럴 때 사랑의 에너지를 쏟아야겠다 싶었다. 사랑하는 사람한테 뭔가를 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하다. 더군다나 그의 삶의 한 장이 끝나감을 축하하고 새로 시작함을 응원하는 순간 아닌가!! 이것저것 알아보며 고르고, 주문하고, 포장하는 순간까지 혼자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르겠다. 넥타이의 뜻은 구속이랬나. 탐궁 나한테 묶여라!! 

집착집착, 아무데도 못가!!


  그나저나 탐궁 넌 나의 첫 선물을 받으며 기분이 어땠나?


"그냥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싸 넥타이 하나 생겼다!!'지. (뭬야?) 아니 진짜, 남자들은 원래 별생각이 없어. 아, 그건 있었다. 졸업식 날 네가 준거 멜 때 뿌듯함. '나도 여자친구가 골라 준 넥타이 맨다' 하는... 결국엔 그 넥타이 매고 졸업식 하고, 면접 볼 때도 쓰고, 결혼식이나 집안 행사 참석할 때도 그렇고 중요한 순간에 항상 같이 했잖아. 단순히 넥타이 하나 생긴 거지만 네가 골라준 거니까." 



널 최고로 사랑받는 남자로


  탐궁의 졸업식 날이 밝았다. 이쁘게 하고 갔다. 지금 하라면 못할 짓이지만, 당시에는 우리 둘이 치르는 첫 큰일(?) 탐궁의 지인들을 볼 수 있으니 나름 다이어트도 하고, (햄버거에 스낵랩 먹을 거 스낵랩은 안 먹는다던지?... 훗) 집에서 뒹굴거리다가도 퍼뜩 정신을 차려! 발품 팔아 옷도 새로 장만했다. 단정하게 허나 여성스러움을 잃지 않은 코디를 하고, 대망의 플랜카드도 만들어 가니, 탐궁은 넥타이를 받았을 때보다 더 놀랐더라.


"놀랐어, 기껏 꽃 정도겠지 생각했는데, 그게 어떻게 보면 이벤트자나. 그런 식으론 난 너한테 해준 게 없잖아. (알긴 아네) 편지도 꼭 일본 만화에 나오는 졸업장처럼 까만 종이를 말아서 금색 리본 달아줬잖아, 그런 거 받으니까 뭔가 얘가 엄청~ 잘하지는 못하지만 사소하게, 아기자기하게 챙기는 게 있구나. 너만의 스타일로 잘하는구나. 하고 느꼈어. 너무 너다운 방식으로, 그게 감동 있었지." 


  졸업식은 비 오는 오후였고, 오전에 만나 일찍 사진도 찍을 겸 데이트나 해야지 했지만...  뭘 그렇게 돌아다니며 챙길게 많던지. 가운에 졸업앨범에... 더군다나 비가 와서 탐궁은 정장도 학교에서 갈아입으니 복잡했다. 나는 차려입은 것이 야속하게 둘만의 오붓함보다는 기다림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그는 정신이 없어 날 돌볼 겨를도 없었고 날이 날인지라 붕~ 떠있었고,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틈틈이 사진을 찍고 탐궁의 학우분들이랑 인사하고 같이 점심을 먹었다.

그래도 학사모 쓴 탐궁과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힛♡


  대망의 졸업식! 나는... 집에 갔다. 당시 우린 사귄 지 막 한 달이었고, 탐궁이나 나나 제대로 자리도 안 잡힌 상태에서 연애한다고 부모님께 인사드리기가 뭐했다.(것도 그렇고 직장을 다니는 현재로서도 진짜로 결혼을 결심했을 때 오가자는 것이 중론.) 탐궁의 가족들이 궁금했고 "제가 탐궁의 여자 친구예요." 인사드리고 싶은 욕구도 컸지만, 그날따라 들뜬 탐궁도 나를 잡았지만, '나의 오늘 역할은 여기까지다.' 생각하고 홀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탐궁은 그대로 날 보내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한다.


  탐궁의 걱정대로 졸업식을 뒤로 한채 역으로 걸어오는 길에 갑자기 눈물이 났다. 그 눈물의 의미가 무엇이었을까? 제대로 물은 적이 없었다. 지금도 잘 모르겠다. 탐궁의 졸업식을 끝까지 못 봤다는 아쉬움? 부모님 앞에 당당히 서지 못한 우리의 아직 설익은 관계가 섭해서? 탐궁이 학우들과 사진을 찍을 때 그의 옆에 서있던 여자 후배가 얄미워서? 아님 오늘 하루 그를 따라다니고 기다리는 시간에 지쳤던 것일까? 그냥 비가 오고 혼자 가는 길이 외로워서? 그때나 지금이나 이유를 잘 모르겠다. 진짜 여자 맘이란, 내가 여자임에도 내 마음조차 모르겠다.


  여러모로 탐궁에게나, 나나 시원, 섭섭, 쓸쓸한 졸업식 풍경이었지만, 조금 지나고 생각하니 이것도 만들기 힘든 추억이다. 일찍 이런 행사를 겪었기에 서로 성숙한 관계로 빨리 발전시키기 좋았다고 본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놓인, 끝과 시작이 교차하던 인생의 큰 순간 난 그와 함께했다. 그 사실이 중요하다. 그날 난 그에게 다짐했다. "탐궁, 이제 짝 없어 외로워하고 채워지지 못한 공허함에 불안하던 과거를 졸업해. 널 최고로 사랑받는 남자로 만들어줄게." 



..... 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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