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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또깡a Sep 05. 2016

#   폭우를 만나다

고생은 같이 해봐야...


  자전거덕에 추억이 세트로 몰려왔다. 탐궁 덕에 라이더의 혼을 깨웠고, 나의 자전거 '푸리찡'(나는 잃어버리기 두려운 물건은 이름을 붙인다.)을 장만했다. 당시 방학 때였고 탐궁이 보고 싶을 때마다 꾸준히 자전거를 타서 그런지 몸에 제법 (살은 여전히 많지만) 탄력이 붙었다. 활발히 움직이는 엔돌핀 덕에 살이 빠지던 때이건만 현재를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ㅜㅜ 허허.


여의도에 도착해서 라이딩 인증샷. 이 기쁨도 잠시..


  여튼 매일 혼자 자전거를 타며 익숙해지던 차, 드디어 둘만의 첫 라이딩!!! 우리는 신도림에서 만나 반포까지 슝슝 신나게 달렸다. 가는 와중에도 내 머리띠가 날아가서 탐궁이 돌아가서 주워오고 고생이었다. 힘찬 라이딩도 잠시 스멀스멀 해가 숨기 시작했다. 예감이 안 좋기도 하고 내 체력을 생각해 반포에서 우리는 턴을 했다. "해만 안 떴을 뿐... 비는 안 올 거야." 했었는데, 이놈의 기상청은 오늘날이나 2년 전이나 우리를 실망시켰다... 자전거를 타는데 굵은 빗줄기가 뚝!뚝! 떨어지기는 것이다! 다급해져 얼른 페달을 밟았으나, 곧 바가지 붓듯 폭우가 쏟아졌다. 결국 우린 선유도 인근 지붕이 있는 벤치 아래에 몸을 피했다.

  그날의 한강은 가관이었다;; 우리처럼 별 생각 없이 자전거를 끌고 나온 사람들은 서둘러 길을 재촉하거나 피신하기 바빴고, 산책을 하거나 별생각 없이 돗자리를 깔고 한적하게 놀던 가족, 커플 들도 비바람에 날아가는 짐들을 챙겨 어디론가 사라졌다. 탐궁은 혼자 자전거를 타고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 가서 우비와 따뜻한 꿀물을 사 왔다. 내가 감기에 걸릴까봐 챙겨온 탐궁의 세심함이 감동이었다. 이런 상황도 나 혼자이거나 친구들이랑 있으면 당황하며 무거운 자전거를 갖고 어떻게 집 가지 하면서 불안에 떨었을 것 같은데, 그 덕에 폭우 속에서 안정을 취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비까지 챙겨 입으니 정말로 그 주변엔 우리뿐이었다. 그 와중에 빗속에서 다 젖은 채로 우비를 입고 우린 차가운 입술을 부비며 키스했다. 허나 이대로 있으면 감기 걸리기 딱!! 좋다. 퍼뜩 정신을 차려 우린 비교적 가까운 곳에 위치한 지하철역으로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끌고 향했다. 중간중간 뽀뽀도 하고 바람에 고통스러워하며;; 이게 나중엔 추억이라 웃겠지 하면서... 그렇게 물에 빠진 생쥐가 되어갔다.

 


그러라는 비상구가 아닐텐데?


  다행히 역에 무사히 도착했고 우리는 집 근처 모 상가 건물에 갔다. 라이딩한답시고 땀에 젖을까봐 여분의 옷을 챙겨 왔는데, 결국 빗물에 젖어 갈아입게되는구나... 생쥐 두마리는 다시 사람 행색을 갖출 수 있었다. 따뜻한 밥을 챙겨 먹고 피곤한 여정이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자했으나 이대로 가기엔 너무 아쉬웠다. 그렇게 우린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비가 많이 와서인지 건물이나 계단이나 사람이 없었지만, 우리는 누가 올까 스릴을 느끼면서 조심스레 빗속에서 미처 못한 진한 키스로 그날 하루를 마무리했다.


진짜 연애초라 가능했던...

  

  아.. 지금 생각하면 못할 짓이고, 어찌 그런 대담한 짓을 했을까 싶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그날 비상계단으로 끌고 간 게 나였다;;  난 뭐지..?..;; (음흉 덩어리)

  항상 탐궁의 다정한 배려와 나의 엉뚱한 대담성 때문에 우린 사브작 사브작이 아닌,  성큼! 성큼! 가까워졌던 것 같다. 서로 고생했지만 그만큼 기억이 강하게 남는 둘의 한 페이지.


..... 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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