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삼또깡a Sep 05. 2016

#  정확하게 사랑하자

너에게 나를 정확하게 말한다.


  탐궁과 사귀고 100일이 다가왔다. 그 당일에는 부암동에서 전시회를 보고 현진건 집 터에서 키스를 했던 것이 기억난다. 모기들의 재물이 되었던...;; 쑥스럽게 편지교환도 하고 조용하게 넘긴 우리 둘의 기념일 다음날, 탐궁을 잠깐 봤었다. 같이 걷다가 꽃집을 지나치는데 탐궁이 "꽃 사줄까?" 묻더니 마침 제철이었던 소국화 다발을 사줬다.

확실히 꽃 옆에 있으면 얼굴이 활짝 핀다.

"찌니야,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이런 거 안 해봐서 잘 할줄 몰라, 그러니까 원하는 것이 있으면 항상 부담갖지 말고 바로 말해줬음 좋겠어. 내가 알아서 하면 어설프기도 하고 니가 진짜로 좋아하는게 아니잖아. 그러니 바로바로 알려줘. 멋없어도 니가 정말 원하는 걸 해주고 싶어."

친구들은 이런 탐궁의 말이나, 그렇게 내가 일일이 요구하는 것이나 싫지 않냐고 한다. 자판기에 대고 말하는 거 같지 않냐고, 하지만 내 성격이 확실한 걸 원해서인지 개인적으로 서프라이즈나, 뜻밖의 선물도 좋지만, 차라리 이런 스타일이 나한테 맞는 것 같다. 



  내가 존경하는 문학 평론가 신형철은 "정확하고자 하는 노력이 사랑"(-『정확한 사랑의 실험』 중)이라 했었다. '칼같이 자른다'하는 맥락이 아니다. 표현의 문제이다. 내가 원하는 것, 나를 구성하고 있는 것, 나라는 인간에 대해 더 정확하게 심사숙고해서 고른 말들로 알려주는 것이다. 지금 너와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런 내가 진짜 원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내가 탐궁에게 정확하게 사랑받고, 이해받는 길이라 생각한다. 탐궁은 내가 바라는 우리 사이의 교감방식을 자기는 모르지만 제시한 것이다. 나의 말에 따르고 순종하겠다는 탐궁의 고백이니까.


  하나 더 빌려오자면 <피아노>라는 1993년작 영화가 있다. 여기서 인상적인 건 겉보기엔 야성적이고 마초같은 남자가 말하기를 그만 둔 여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그녀만의 소통의 세계를 이해하고 섬세하게 다가가는 점이다. (정작 여자의 남편은 그걸 이해못해 폭력만 휘둘러 헤어진다.) 탐궁과 나 사이에도 그런 체계까 잡힌 것 같다. 우린 평소 데이트 코스도 주로 내가 원하는 식으로 짠다. 어떨 때는 탐궁이 게을러보이고, 나나 우리에 대해 별 고민 안하나 여겨질 때도 있지만, 내가 귀찮을 때는 탐궁이 나선다. 이 정도면 좋은 쿵짝 아닌가. 소통이나, 주고 받음이나, 나서고 물러서기나, 우리는 우리 사이의 어떤 정확한 흐름을 지금도 찾아가는 중이다. 더 확실하게 상대를 헤아리고 사랑하기 위해.


..... ing




매거진의 이전글 #   폭우를 만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