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자여야 했던 세 가지 이유
훈자로 향하는 40여시간은,
'내가 뭐한다고 여길 간다고 했을까' 하는
그 '처음'을 되묻게 했다.
훈자에 오고 싶었던 건,
배낭여행자의 무덤이라 불리는 그 블랙홀에 대한 호기심,
있을 수 없고 믿을 수 없다는 전설적인 친절함,
그리고, 황량한 땅에서 흐드러지게 만개한다던 살구 꽃.
블랙홀은 차라리 암리차르부터의 열시간 이동과 터미널 노숙후에 이어진,
스물네시간 좌식 버스가 블랙홀이었고
가는 내내 보이던 카라코람 산맥은 황량하기만 했지만,
전설 속의 친절함은 뭔지 알 것 같았다.
어리둥절한 나를 데리고 거한 저녁을 대접해주고,
식사 때마다 서로 챙겨 주지못해 안달,
가는 내내 눈마주칠 때마다 웃어주고.
수차례 내려서 체크하는 폴리스라인에 들어설 때마다
나때문에 늦어지는데도 오히려 검사받느라 불편하겠다 걱정해주고.
셀 수도 없다.